미소년과 악역을 넘나드는 꿀오빠의 은밀한 매력_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정재헌

/ 기사승인 : 2021-03-05 18: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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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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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주디 홉스와 함께 찰떡호흡을 과시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의 뻔뻔한 사기꾼 사막여우 닉 와일드. 학원 도시 최강의 초능력을 가진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의 액셀 러레이터. 음산한 외모 탓에 모두가 기피하는 사와코가 짝사랑하는 ‘너에게 닿기를’ 의 인기만점 남학생 카제 하야 쇼타. 그 어떤 공통점 하나 없는 캐릭터지만 이들을 연기한 목소리는 단 하나. 미친 연기부터 로맨 스를 넘나드는 성우 정재헌의 보이스 스펙트럼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꿀오빠’ 가 뿜어내는 달달하고도 은밀한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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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2001년 MBC 16기 공채로 데뷔해 올해로 20년 차를 맞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겨울 이었는데 첫 응시에 운 좋게 합격했다. 데뷔 당시 20년 차선배는 하늘처럼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여전히 젊은데 이제 내가 그 위치에 온 것 같아 ‘마냥 젊은 게 아니구나’ 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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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중학교 2학년 때 짝사랑하던 국어 선생님이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책을 읽던내 목소리를 듣고 ‘책을 굉장히 맛있게 잘 읽는다’ 며 교과서 읽기를 전담케 했다. 선생님을 짝사랑했기에 국어 시간을 앞두고 정성을 들여 책 읽기를 준비했다.(웃음) 어떻게 하면 좀 더 듣기 좋고 더 잘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읽는 즐거움에 빠지게 됐다. 그러면서 훗날 내 목소리를 활용해 일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특히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극장 등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성우를 동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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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많아서 그중 몇 개를 골라야 하는 게 아쉽다. 그럼에도 굳이 꼽아야 한다면 우선 ‘주토피아’ 의 닉 와일드를 들고 싶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 어린이와 성인 관객 모두에게 주는 재미 요소가 매우 좋았다. 박스오피스 차트를 역주행했을 정도로 개봉 한 달이 지나서야 입소문을 타고 진가를 발휘했 다. 성우 정재헌이란 이름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 ‘너에게 닿기를’ 의 카제하야 쇼타도 빼놓을 수 없다. 학원물 장르였지만 풋풋한 사랑의 감정과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순정만화 같은 작품이었다. 당시 성우 오디션 경쟁률이 70:1에 달했는데 웬만큼 잘한다는 성우가 모두 모인 오디션에서 그 역할을 따내 꿈만 같았고 매우 기뻤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을 든다면 핑크퐁 상어가족에 등장하는 아빠상어 캐릭터다. 이 밖에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 프트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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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성격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목소리가 달콤하다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꿀오빠다. 미소년이나 잘생긴 주인공 캐릭터를 주로 맡지만 연쇄살인마나 광기에 휩싸인 악역도 많이 맡는다.


그래서 팬들이 ‘미소년에서 미친놈까지 연기한다’ 고 표현 하기도 한다.(웃음) 캐릭터 성격에 맞게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하는 건 비교적 쉽다. 하지만 비슷한 20대인데 캐릭터가 가진 성격만으로 그 차이를 부각시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이 목소리 연기의 어려움이자 매력이다. 어느 하나로 규정되거나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영역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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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꼽는다면?


연기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이다. 성우를 시작한 이후 하루도 지겨웠던 적이 없다.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 기분이다. 목소리 연기에는 끝이 없다. 어떻게 임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한계를 넘어서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때문에 드라마, 영화, 무대 등 여러 장르의 다양한 연기를 접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기 실력이 정체돼 ‘저번처럼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지’ 라며 자기복제를 하는 성우들도 더러 있는데, 그러면 발전이 없다. 또한 연기가 늘지 않아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위축되지 않고 극복해나가려는 강한 마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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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애니메이션 웹 고스트 피포파(Web Ghosts PiPoPa)란 작품을 녹음할 때였다. 녹음실에 있던 모니터 3대가 갑자기 퍽 소리와 함께 한꺼번에 전원이 꺼져버렸다. 지금도 그 원인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 다. 엔지니어들이 녹음실에서 간혹 귀신을 봤다고 했는데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전혀 믿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녹음실 한 편에 놓인 ‘임신석’ 이란 의자도 기억난다.(웃음) 앉기만 하면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가지는 신기한 일이 반복됐다. 남자가 앉으면 부인이 임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임신석이 지금도 여전히 그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고치기 힘든 버릇을 가진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바다 탐험대 옥토넛의 해적 고양이 콰지의 목소리로 올바른 생활습관에 대해 알려줬더니 아이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며 고맙다는 말도 들어본 적 있다.(웃음)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고 성우를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서늘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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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에게 성우란?


늘 내뱉고 마시며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숨과 같다. 나를 숨 쉬게 만드는 그 자체이자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매일매일 행복하지만 많은 분들이 내 출연작을 보고 들은 뒤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위안을 얻었다며 응원 해줄 때 정말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나 덧붙이면 요즘은 코로나19로 따로 따로 녹음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처럼 모두 모여 즐겁게 녹음하는 환경이 다시 만들어지길 바란다. 선배들과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연기하면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함께 호흡하며 연기하는 그날이 다시 오길 희망한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3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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