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믿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중요_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남도형

/ 기사승인 : 2021-02-10 08: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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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에 등장하는 블랙캣은 능글맞다. 미라클스톤을 얻어 변신하는 블랙캣은 레이디버그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유를 부리면서 악을 소탕하는 영웅의 면모를 과시한다. 블랙캣이 가진 능구렁이 같은 마성의 매력은 이 사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바로 맑고 깔끔한 목소리의 주인공 성우 남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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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KBS 공채 32기로 입문해 올해 16년째를 맞는다. 시험을 치렀던 2005년 당시 나이가만 22세였는데 남자 동기들 중 최연소 합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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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대학생 시절 성우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원래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당시 성우를 꿈꾸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10∼12명 정도 모였는데 학원처럼 전문적인 교육 커리큘럼이나 정보는 부족했지만 열정만은 가득했다. 3년간 준비하다 MBC, EBS, KBS에 응시했고 재수 끝에 KBS에 들어갔다. 그때 응시 인원이 남자가 2,000명, 여자는 3,000명쯤 됐다. 경쟁이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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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의 비결은 무엇이었나?


당시 KBS에서 강수진 선배처럼 미성의 목소리를 가진 주인공 역을 맡을 성우를 찾던 때였는데, 마침 내 목소리가 그에 맞아 운 좋게 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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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가 안 됐다면 뭘 했을 것 같나?


영어영문학과를 전공 했다. 당시 4학년 2학기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낙방했다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 영문학 관련 진학 과정을 밟거나 평소 흥미로워 보였던 관광가이드를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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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아무래도 내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고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꼽자면 미라 큘러스 레이디버그가 아닌가 한다. 레이디버그를 즐겨 보는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블랙캣 송을 다 알 정도로 블랙캣을 연기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또 주인공 나츠 드래 그닐 역을 맡은 페어리 테일이란 작품도 있다. 대원방송에서 9년 반 동안 290편이 방송된 애니메이션인 만큼 정이든 작품이다. 강수진 선배가 도맡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의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젠 미키 마우스의 목소리도 맡게 됐다. 1979년 일본에서 첫 방송된 이후 40년 만에 한국어 더빙 버전으로 재능TV에서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퍼스트 건담)이나, 덕후 수준으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사보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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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성격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외모로 따지면 금발 캐릭터의 미소년, 연기로 보자면 자신감 넘치고 쾌활하며 정의롭고 열혈 성격의 캐릭터를 주로 맡는 것 같다. 때문에 목소리 톤이 비슷한 강수진 선배가 맡았던 배역을 이어받은 사례가 많다. 어릴 적에 성악을 배웠는데 그 덕분에 발성이 좋아 내지르는 목소리 연기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과묵하고 무게감이 있거나 담담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한다. 연기의 폭을 넓혀갈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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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꼽는다면?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음성과 정체성에 대해 믿음을 갖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 하다고 생각한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다가 위축되면 안 된다. 자신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연기를 할 수없다. 불안하거나 위축된 속내가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성우란 자신감이 가득 차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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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 시즌3 를 끝내고 201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팬미팅에 갔을 때였다. 현지에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신기했는 데, 당시 차로 5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도쿄까지 찾아온한 중학생 팬이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감격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도 같이 울었는데 매우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어떤 20대 팬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성우 행사에 날 보러 찾아오기도 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도 현지 팬 20여 명과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스스럼없이 모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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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형에게 성우란?


KBS에서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가는데, 당시 본부장이셨던 분이 나와 나란히 복도를 걸으면서 던진 ‘성우가 좋아요?’ 란 질문에 ‘천직인 것 같습니다’ 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 말의 참뜻을 몰랐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성우가 되기 전 해왔던 모든 것이 성우란 직업을 하기 위해 밟아야 했던 과정 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겸손하고자 말을 아꼈지만 이제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내게 성우는 운명인 것 같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2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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