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방송사 A는 드라마 K를 방영하면서 미술 작가 J가 창작한 미술 작품 2점을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했다. 전체 16회 중 1회부터 10회까지 80∼90초 정도 해당 작품을 노출한 것.
이에 작가는 드라마에서 자신의 작품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방송사에 보냈고, 방송사는 드라마 소품 용역사 C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그러나 작품을 노출한 드라마는 석 달이 지난 뒤에도 넷플릭스, IPTV, 티빙, 네이버 등에서 다시 보기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었다.
해당 드라마는 방송사 A가 만든 게 아니라 외주 제작사 B가 만들었고 미술 작품은 B가 소품 용역사 C와 계약해 제공받은 것이었다. B는 인터뷰를 통해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몰랐고 이는 C의 과실” 이라고 주장하며 “이제는 해당 소품을 삭제한 파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 밝혔다.
작가는 작품의 저작권(성명표시권, 공중송신권)과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방송사 A, 외주 제작사 B, 소품 용역사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결했을까?(이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25. 선고 2021가단5114948 판결문을 사안의 이해를 위해 각색한 것이며 개별적인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해설
A, B, C가 작가의 성명표시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법원은 소품 용역사 C와 외주 제작사 B가 타인의 저작물을 드라마 소품으로 이용할 때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하고 이용 허락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러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과실을 인정했다.
또 저작권자 확인 없이 무단 사용하면서 작품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지 않은 채 드라마에 노출해 성명표시권과 공중송신권도 침해했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 직접적인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외주 제작사와 소품 용역사 간 계약서에 용역사가 저작권 등 권리 확보에 대한 책임이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외주 제작사는 면책한다는 소위 면책 조항과 소품 저작권에 대한 권리에 문제가 없다는 진술 보장 조항이 있다고 해도 외주 제작사가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게 될까?
진술 보장 조항 및 면책 조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만 내부적인 효력이 있을 뿐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저작권자에게는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제작사가 면책 조항과 진술보장 조항에 근거해 소품 용역사에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순 있다고 해도 작가 J에 대해선 최소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실 책임을 져야 한다.
외주 제작사가 과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진술 보장 및 면책 조항으로는 부족하고 소품 용역사가 저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이용 동의를 받아 오도록 하는 등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방송사는 통상 외주 제작사가 저작권 관련 문제를 해결해온다고 기대하고 있고 영상 저작물 특례 조항에 따라 방송을 목적으로 한 영상 저작물을 방송하는 권리는 특약이 없는 한 허락한 것으로 추정하므로 방송사가 이러한 문제를 알았거나 알 수 있기 전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드라마 배경이나 소품으로 이용한 저작물의 저명도가 높거나 허락을 구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다면 방송사도 저작권자 허락을 확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방송사는 외주 제작사나 소품 용역사와 달리 작가로부터 작품이 무단 이용되고 있다는 내용증명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방송사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방송사가 내용증명을 받은 뒤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넷플릭스 등에 해당 영상이 계속 서비스되도록 방치한 점이 문제였다.
A, B, C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
작가 J는 미술 저작물 관련 협회에서 제공하는 그림 저작물 이용 약관에 따른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작품을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춰 해당 약관에 따른 사용료를 직접 적용할 수 없고 작품 사용료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없어 작가 J가 청구한 손해액을 그대로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이 저작권 침해 행위로 저작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건 인정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법원이 변론의 전 취지를 참조해 적정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은 다른 드라마에서 인정한 사용료 금액 사례를 기준으로 하되, 드라마 판매 실적과 작품 노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작가가 청구한 손해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만 인정했다.
A, B의 인격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가부
외주 제작사 B는 인터뷰를 통해 방송사와 자사는 책임이 없고 소품 용역사의 과실인 것처럼 말했다. 이에 작가는 “이미 내용증명을 통해 B에게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몇 달 동안 계속 저작권 침해를 몰랐던 것처럼 인터뷰를 해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 며 별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표현 행위자가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고 판단했다. 다만 ‘표현 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해 다소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 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명예훼손과는 다른 별개 유형의 불법 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는 대법원 판결(대법원2019. 6. 13. 선고 2014다220798 판결 등 참조)을 제시하면서 “인터뷰 주요 내용이 단순히 A, B는 저작권 침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일 뿐 작가에 대한 모욕적이거나 경멸적인 인신공격 또는 신상에 관한 표현이 없다” 면서 인격권침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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