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함과 공감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면_독립영화관 39 _ 이상화 감독

/ 기사승인 : 2021-03-22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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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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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ery Loves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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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감독의 작품은 때로는 매우 몽환적이거나 실험적이고 때로는 또렷하고 사랑스럽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과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의 사이를 직접 걸어봄으로써 배우고, 촉발되는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앞으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기를 원한다. 누군 가는 가볍게, 누군가는 깊게,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작품을 통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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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상화라고 한다.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속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웹툰을 그렸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 시절 순수미술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전공을 바꾸면서부터다. 원래는 작가 생활을 동경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막막하게 느껴져서 과를 바꿨다. 배우고 또 만들며 경험해보니 애니 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매우 재미있고 나와 잘 맞았다는 점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만드는 과정의 고됨을 상쇄시켜주는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즐겁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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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는 어떤 작품인가?


우리말 제목으로는 ‘운석이 떨어졌으면 좋겠어’ 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놀라서 친구들에게 말하지만 친구는 “별똥별 직접 보면 별 것 없어” 라고 시큰둥 하게 답한다.


그 뒤로 주인공은 ‘운석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는 갑작스럽고 우울한 생각들에 빠지게 된다. Misery Loves Company는 내 졸업 작품이다. 기획했을 때에는 주인공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가 벗어나는 내용이었는데, 그 뒤로 수정을 50차례 가까이 거듭하다가 최종적으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서사구조가 강했는데 작업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마치 이야기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변화하는 것 같았고, 나로서는 매우 이색적인 경험을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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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와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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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를 어떻게 보기를 바라는지?


우선 편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영상이 멋있다거나, 노래가 좋다거나, 색감이 화려하다거나 하는 단순한 감상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더 들어간다면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라고 공감할 수도 있다.



보다 깊이 해석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처음에 친구들에게 “이거 별똥별이야?” 라고 묻지만 친구들은 그에 대해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어찌 보면 주인공을 우울한 상태로 빠지게끔 만든 것은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올 수있도록 일깨우는 것도 친구들이다. 결국 우리는 깊거나 얕은,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그러면서 여러 감정 들을 느끼고 또 치유하고 자연스럽게 잊어간다고 생각한 다. 이렇게 이야기를 받아들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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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와 고라니>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기획 의도는?


고니와 고라니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서 만들었고, 그런 만큼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좀 더 작품을 깊이 보고 싶다면 이 역시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 해도 좋을 것이다. 인간관계는 겉으로 보기엔 동등해보일 지라도 들여다보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강압적인 사람과 그에 휘둘리는 사람, 그들간의 힘의 격차를 노래로 재밌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어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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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이 매우 실험적으로 느껴진다


순수미술 작가를 동경 했을 때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설령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 그것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런 부분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에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다. 결국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좋아’ 라는 난해할 수 있는 부분과 ‘모두와 공감하고 싶다’ 는 무난한 부분, 두 가지 생각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잘 발전시키면 여러 해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연령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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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 은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Remote Control은 어느 커플이 TV를 보다가 리모컨을 두고 귀여운 다툼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작품들과는 만든 이유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Remote Control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든 것이었다. 줄곧 실험적이고 나만의 만족을 우선시하며 작업을 해왔던지라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호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를 고민하며 작업해봤다. 이런 방식이 낯설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자괴감이나 오만함이 느껴져서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완성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줬고, 그것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다. Remote Control을 만들지 않았다면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매력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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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ote 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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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이야기도 해보자. 웹툰 <설기네 해결사>에 대해 말해 달라


딜리헙이라는 플랫폼에서 웹툰 설기네 해결사를 친구와 함께 잠시 연재했다. Misery Loves Company의 주인 공들이 등장하는데 애니메이션으로부터 15년 뒤의 이야기를 새로운 세계관으로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처 할 수 없었던 주인공들의 다양한 설정들을 기반으로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Misery Loves Company는 원래 서사가 강한 작품으로 구상했으나 현실적인 여건상 많은 장면을 제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몇 백 장의 그림을 그려야 만들어지는 장면들이 웹툰에서는 단 한 장으로 표현되지 않는가. 마치 마법 같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서사가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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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작품 중에는 서사가 별로 없었는데, 서사구조가 강한 작업을 하고 싶은지?


서사가 많은 작업을 좋아한다. 특히 이야기가 차근차근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모든 요소가 퍼즐처럼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이 좋다. 각 장면들을 원하는 순간, 원하는 곳에 배치함으로써 작가의 의도대로 보는 이들이 사건을 따라가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영상 장르들의 권력이 아닐까. 보는 이들에게 이야기의 순서를 강제할 수 있다는 건 큰 마법이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은 관객이 보는 순서를 강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사가 강한 영상매체의 힘은 매우 강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 힘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고, 좋은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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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작품 계획 또는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웹툰을 하나 시작하고, 내년에는 새 애니메이션을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것이 계획이다. 다만 세웠던 계획들이 그대로 이뤄진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지 않을까 한다.(웃음) 장기적으로는 언젠가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서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Misery Loves Company의 주인공에서 엿보이듯, 여전히 스스로가 10대 들처럼 여물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극복해내고, 내 안에서 나온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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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감독

· 2020


· 2019


·<고니와 고라니> 2019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3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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