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관점에서 본 애니메이션 기획_콘텐츠 크리에이터 김중대의 시시콜콜 ❹

/ 기사승인 : 2021-02-25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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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95-210수정.

영화 제작사 이름이 정신병원?


질문을 하나 해본다. 대서양 심해에서 정체 모를 괴물이 나타나 지구를 위협한다. 이에 조종사와 똑같이 행동하는 세계 각국의 거대로봇들이 괴물에 맞서 지구를 수호하기 위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이 영화의 제목은 무엇일까. 만약 퍼시픽 림(Pacific Rim)이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틀렸다.


정답은 아틀란틱 림(Atlantic Rim)이다. 이게 무슨 듣보잡 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퍼시픽 림도 맞는 답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문제의 함정은 대서양에 있다. 퍼시픽 림의 괴물들은 태평양에서 등장한다.


아틀란틱 림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 시티에 자그마치 9,917㎥에 달하는 스튜디오를 가진 디 어사일럼(The Asylum)이란 회사가 2013년 내놓은 작품이다. 보호수용소, 정신병원이라는 뜻의 회사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B 급 감성의 영화를 전문 제작하는 곳으로 유명하며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아틀란틱 림을 찍은 후 놀랍게도 “디 어사일럼, 과연 이번에도 고소를 피할수 있을지?” 라는 ‘드립’ 을 공식 시놉시스 설명에 써넣었다고 한다.¹


이 회사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10명 이하의 스태프로 제작한다. 둘째, 제작비 12억 원(100만 달러)을 넘기지 않는다. 셋째, 기획 · 시나리오에서 촬영 · 후반 작업까지 4개월을 넘기지 않는다.²


이러한 제작 환경에서 만들어진 영화의 결과물이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상업적으로 실패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디 어사일럼이 만드는 B급 영화는 대부분 지역 케이블방송사나 넷플릭스의 선주문 제작에 의해 만들어지 고, VO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제작비를 충분히 회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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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필자는 첫 번째 칼럼에서 마케팅과 사업부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은 대부분 마케터가 세일즈까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셀러의 업무까지 겸한 직무를 편의상 마케터라고 부르기로 하자.


모든 일에는 목적성이 있기 마련이다. 애니메이션을 왜 만드는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가. 후대에 회자 되는 기념비적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가. 수익창출을 하고 싶은가. 결국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에서 작품이냐, 사업이냐라는 측면의 방향과 목적을 결정해야 한다.


필자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한다면 최우선 목표는 투자금 회수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자본으로 만드는 작품이 아닌 데다 투자를 유치해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계속 실패한 다면 투자시장은 위축되고 후배들은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애니메이션 제작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제작비 회수를 위한 방안으로 감독에게 스토리의 개연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품화 요소를 가미 해달라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작품을 망친다. 나는 작품을 만들고 당신은 팔면 된다. 서로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란 말뿐이었다. 필자는 이후 프로젝트에서 조용히 자진 하차했다. 지금이라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당신이 추구하는 작품을 왜 다른 투자자의 돈으로 만드는가. 그건 당신 돈으로 만들어라. 투자자는 당신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작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비 회수를 위한 방편으로 완구를 기반으로 하거나 상품화 요소가 있는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애니메이션은 완구 제작사를 위한 광고용 필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모든 산업 분야가 그러하듯 플랫폼의 다변화, OTT의 성장, 레거시 미디어의 침체 등 애니메이션 시장도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에서 영원한 진리는 없다. 필자의 결론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작품과 상업적인 부분이 균형 있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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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알이 먼저다


필자의 회사에서 신규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제작 팀과 의견이 대립될 때가 있다. 필자는 시장에 형성된 보편 적인 제작비를 제시하지만, 제작팀은 영상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작비를 높이려 한다. 치열한 논쟁과 의견 대립은 발전적인 결과로 가는 과정이다. 투자제안서 작성과 투자유치까지 책임지고 있는 입장인 필자는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투자사 입장에서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유형의 제조상품과는 결이 다르다. 서로의 역할이 다르므로 제작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작품에 욕심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회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의가 필요한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알이 먼저다. 닭은 과정이고 알은 결과물이 다. 여러 번 황금알을 낳는다면 다음 작품부터는 제작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투자가 쉽게 이뤄질 것이다. 작은 성과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성공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더 많은 제작비를 얻고 더 큰 작품을 할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현재 우리는 한정된 예산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어려운 여건이다. 현재의 투자 환경이 그렇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제작비를 회수하고 수익을 창출 하면서 “수준 낮은 영상을 만든다” 며 디 어사일럼을 비판할 수 있는 회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디 어사일럼은 한 번도 실패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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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¹나무위키에서 인용


          ²유튜브 빨강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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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10수정


김중대 (콘텐츠 크리에이터)



현) 사이드9 기획이사



전) 잭스트리 이사



전) 콘즈 대표



전) 삼지애니메이션 사업 본부장



전) 컬리수 콘텐츠 사업 부서장



전) 바른손 캐릭터사업 팀장



전) 마이크로 상품기획실 팀장



전)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부회장 전) NCS 캐릭터 자문위원



이메일: jdkim612@naver.com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2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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