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는 ‘열세 살의 여름’ 이란 작품을 주제로 이색적인 체험형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은 여름 바다가 떠오르는 시원하면서도 아련한 소리로 남녀 주인공의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VR을 통해 이야기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을 맛봤다. 1998 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초등학교 6학년 해원이의 일상과 풋풋한 감정을 섬세한 묘사와 담백한 필체로 표현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만화 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작가는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여운이 남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따스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그리려 한다.
자기소개 간략히 부탁드린다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틈틈이 단편만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려오다가 2015년 ‘안경을 쓴가을’ 이라는 만화책을 냈다. 이후 ‘고래가 그랬어’ 란 어린이 잡지에 ‘열세 살의 여름’ 이라는 만화를 연재하게 됐다. 2년 남짓 연재한 작업물을 모아 지난 여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다양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고 만화도 구상 중이다.
대표 작품은 무엇인가?
직접 쓰고 그린 이야기로 출간된 것은 ‘안경을 쓴 가을’ 과 ‘열세 살의 여름’ 뿐이니 이 둘을 대표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 안경을 쓴 가을’ 은 처음한 권 분량으로 그려낸 만화이기도 해서 애착이 크다. ‘ 열세 살의 여름’ 은 좀 더 긴 호흡으로 꾸준히 연재했는데, 그것들이 400페이지가 넘는 만화책으로 만들어져서 신기했 다. 의도치 않게 두 책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제목에 계절이 들어간다.(웃음) 앞으로 봄과 겨울의 이야기도 그릴수 있으면 좋겠다.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안경을 쓴 가을’ 은 강아지를 키웠던 기억에서 소재를 얻었다. 13년 동안 같이 지냈던 강아지 이름이 ‘가을’ 이었다. ‘ 집에 가족들이 없을 때 가을이는 혼자뭘 하고 있을까’ 란 생각을 시작으로 상상을 더해갔다. 가을 이는 이야기 속에서 가족 중 막내인 남자아이와 역할을 바꾸게 된다. 잠깐 동안 강아지가 아닌 사람으로 살게 되는 데, 학교도 가고 엄마와 시장에 가기도 한다.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또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전개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만화다. ‘ 열세 살의 여름’ 은 초등학교 6학년인 해원의 이야기다. 처음엔 요즘 초등학생들의 연애를 다루고 싶었는데, 정작 실상을 잘 모르다 보니 내가 열세 살이 었던 1998년을 배경으로 그리게 됐다. 주인공 해원은 여름 방학에 아빠가 출장 간 곳으로 여행을 갔다가 바닷가에서 우연히 같은 반 남학생 산호를 만나게 된다. 학교가 아닌 뜻밖의 공간에서 만나게 된 둘은 그 이후부터 미묘한 감정이 생긴다. 내가 살아온 90년대를 그리는 일은 추억여행처럼 즐거웠다. 그래서 내 또래 어른들의 공감도 많이 얻었 다. 그리고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다뤄서인지 독자층도 조금 넓어진 것 같다.
향후 라이선싱 사업 구상이 있다면?
어떤 독자층을 목표로 하거나 향후 상품화에 목적을 두고 작업한 것은 아니었지 만,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생각해보고 싶다. ‘ 안경을 쓴 가을’ 의 가을이 캐릭터는 꽤 친근감이 있어서 그런지 ‘10대 들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란 책에 저자인 유홍준 교수님의 그림과 함께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협업 형태의 일도 좋고, 캐릭터를 좀 더 발전시켜서 시리즈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면 상품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만화책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아직 출판만화에 대한 애착이 크다. 요즘은 만화를 편하게 볼 수있다 보니 너무 쉽게 소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만화를 오래도록 좋아해 가끔씩 꺼내 본 것이내 삶에 굉장히 큰 힘이 됐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이런 마음을 유지하길 바란다. 나와 같은 독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12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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