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밀리언볼트 신세민 PD, 애써 만든 작품을 TV로 볼 때 그저 행복해요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2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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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시너지미디어에 있다가 밀리언볼트에 들어온 10년 차 PD다. 안에서는 PD보다는 PM이란 직함으로 부르는데 히어로 인사이드 제작과 관련한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아니다. 대학에서 졸업 작품을 준비할 당시 담당 교수님이 준비하는 작품 제작 팀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에 한 스무 명 있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 보니 교수님과 제작진 사이에서 의견을 전하고 제작 관련 업무를 정리하는 역할을 자연스레 맡게 됐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출중했던 후배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더라. 그때 교수님이 ‘이런 일을 하는 게 PD’라며 나중에 PD를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그 역할이 크게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또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졸업 후 줄곧 PD로 일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시너지미디어에 있을 때 만들었던 타오르지마 버스터란 작품이다. 로봇물이었는데 개그 요소가 많고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현해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도 마음에 쏙 들었다. 히어로 인사이드는 이전과 전혀 다른 경험을 선물해줘 매우 특별하다. 기존 작품들은 국내 파트너와 협업해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면 히어로 인사이드는 애초부터 해외 파트너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작품이다. 해외 작품을 즐겨 봐서 시청자나 제작진의 문화나 정서가 어떤지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해외 파트너와 협업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우리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또 제작 관리란 업무는 똑같지만 스타일과 방식이 조금 다르더라. 히어로 인사이드를 만들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제일 기쁠 때라면 애써 만든 작품을 실제 방송으로 볼 때다. 만들면서 수십 번 봐서 식상하리라 생각하는데 막상 TV나 극장에서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 순간이 기쁘지 않을까? 하지만 지인들이 내가 만든 작품을 몰라줄 땐 섭섭하다. 수년에 걸쳐 열심히 만든 작품인데 대부분 몰라줄 때, 만든 작품이 뭔지 주절주절 설명해야 할 때 조금 슬프기도 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은 방영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히어로 인사이드가 대박 나서 그간 섭섭했던 마음을 한 방에 날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어딘가에서 재미있게 본 콘텐츠처럼, 내가 재미있게 만든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내가 직접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평소 미디어를 즐겨 본다. 미드(미국 드라마)부터 게임, 쇼트폼까지 가리지 않는다. 누군가 만든 작품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재미를 느낄까, 그럼 난 뭘 어떻게 해야 할까’고민하는데 이런 과정을 즐긴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보여주고, 그들이 즐기는 걸 보고 싶다. 단순하지만 이게 내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액션이나 코믹물을 선호한다. 기회가 된다면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다. 다만 실사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건 고난도의 스킬이 필요하니 더 많은 경험을 쌓아 도전해보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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