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니페스트를 통해 꾸는 꿈 _ 최유진의 애니잡수다 6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3 0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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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에서 처음 일하게 된 것이 2006년이니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 많은 작품들을 봤다. 영화제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고 기뻤던 말은 바로 이것이다. “ 인디애니페스트는 명절 같아요. ” 매년 추석 전후로 열리기도 하지만 1년에 한 번 독립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니 정말 명절과 다름없다.

 

 


한국의 감독들을 만나려면 인디애니페스트로 오라
만약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만나고 싶다면 인디애니페스트에 오면 된다. 말 그대로 다 모이기 때문이다.
2018년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방문한 오스트리아 트리키우먼 애니메이션 영화제 발트라우트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파티에서 “ 우리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여기 다 있다 ” 며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
인디애니페스트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다 모이는 영화제다.
학생이 아닌 작가로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부문이 독립보행이다.
올해 독립보행 부문 상영작들을 보면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기존 감독들도 있지만 새로운 감독들의 이름들이 많아 반갑다. 새로운 감독들이 늘어난 만큼 소재도 기법도 내용도 다양하다. 이 같은 새로움은 학생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새벽비행 부문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제작된 졸업작품들임에도 어느 해보다 개성이 가득한 것이 많아 놀랍고 기뻤다. 이처럼 한 시대에 함께 작업하고 있는 많은 감독들을 만나고 싶다면 인디애니페스트에 오면 된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올해 작품들이 예전처럼 들어올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 100여 편이 늘어 무려 700편이 모였다. 올해는 특히 새로운 아시아 지역의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는데 카타르 , 스리랑카 , 예멘 , 요르단처럼 한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국가도 눈에 띄었다.
인디애니페스트는 질적 ,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 위해 시작된 영화제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독립애니메이션 작품까지 품고자 한다. 많은 영화제에서 유럽이나 북미지역 작품이 상영된다. 그러나 아시아에도 각자의 고유성과 특성을 지니고 성장하는 작가들이 많다. 이렇게 성장하고 있고 , 또한 세계를 이루는 아시아 감독들을 바로 인디애니페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아시아로 부문뿐 아니라 아시아 파노라마 프로그램 역시 놓칠 수 없다. 기존의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을 탈피한 작품 ,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을 접하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독립애니메이션의 미래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코로나19 , 기회로 이용하자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많은 영화제들이 타격을 입었다. 정상적인 개최가 어려워졌고 적극적인 홍보도 어렵다. 관객이 많거나 없어도 걱정은 늘었다. 게스트를 부르는 것도 쉽지 않고 해외 게스트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영화제는 멈출 수 없다. 그러니 코로나19는 기회라고 바꿔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여러 이유로 초대하기 어려운 게스트를 이번 기회에 모셔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생각해봤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올해 빌 플림턴 감독을 모시게 됐다.
빌 플림턴 감독이 어떤 감독인지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사족일 것이다. 1946년생인 그는 아직 현역이다. 얼마 전 안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신작 단편을 들고 온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그것도 놀라웠지만 그는 올해 새로운 단편을 완성했고 이제 곧 장편이 완성될 거라고 말했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지금까지 작업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창작자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인디애니페스트는 자유자재로 변화한다
인디애니페스트는 젊고 유연하다. 주요 집행위원들이 한창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세계를 이뤄가는 30대 젊은 감독들이라 더욱 그렇다. 매년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나가면서 변화하는 것은 빠르게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웹애니메이션을 모아 랜선비행 부문을 만들었다. 올해는 애니메이션과 음악감독들이 만나는 자리를 준비했다. 영화제를 찾아오기 힘든 해외 감독들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시아 파노라마 상영작 중에는 VR 애니메이션이 있어 VR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도 준비했다. 아마 내년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애니메이션은 계속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인디애니페스트로 꾸는 꿈
명절이 가까워지면 모두가 분주해진다. 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영화제가 가까워질수록 사무실은 점점 더 정신없이 돌아간다. 매년 같으면 좋겠지만 매년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진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영화제를 위한 말이다. 그래서 늘 새롭고 분주하고 정신없다. 이 모든 상황을 풀어주는 것 역시 영화제다. 개막식이 시작하고 , 관객들이 상영관 앞에 줄을 서고 어디선가 “ 오랜만이야 ” 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제를 준비한 이들에게는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칠 것이고 감독들은 1년 , 2년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작품이 스크린에 상영되는 순간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그렇게 영화제에 모인 사람들은 꿈을 꾼다. 그리고 나는 또 꿈을 꾼다. 인디애니페스트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 될 수 있기를 , 그리고 한국의 감독들과 함께 아시아의 감독들이 고향처럼 찾는 영화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영화제를 보러 온 한 관객의 메모에는 ‘ 영화제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고 적혀 있었다. 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꿈을 함께 꿀 수 있길 바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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