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픽코마(Kakaopicoma)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웹툰 플랫폼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웹툰 시장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요야우치 로고
2009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웹툰 작가와 계약해 판권을 보유한 웹툰 플랫폼 요야우치가 설립됐다. 이곳은 십만개냉소화, 진혼가, 추봉 등의 작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십만개냉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요야우치는 중국 최대 완구사 알파에 9억 위안에 인수됐고, 2021년 다시 빌리빌리만화에 6억 위안에 넘어갔다. 한때 7만여 명의 작가를 보유한 중국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 군림했던 요야우치는 지난해 12월 31일 공식 폐쇄하면서 모든 자료는 빌리빌리만화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2014∼2018년 중국의 인터넷, 이동통신망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웹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수많은 자본이 웹툰시장에 몰려 크고 작은 플랫폼이 탄생했다. 이후 일련의 투자, 인수, 합병, 경쟁 끝에 2012년 설립한 텐센트 동만, 2014년 설립한 콰이칸만화(현 콰이칸), 2018년 설립한 빌리빌리만화가 현재 중국의 3대 웹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최대 웹툰 플랫폼 콰이칸
대학교 때부터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토대로 창작한 웹툰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은 천안니는 2014년 11월 콰이칸만화라는 웹툰 플랫폼을 설립했다. 앱 론칭 후 3개월만에 2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들인 콰이칸은 현재 3억 4,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는 5,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 등극했다.
콰이칸 홈페이지
콰이칸이 제공하는 작품의 장르는 연애, 고풍, 타임슬립, 청춘, 비인간, 판타지, 도시, 현환(중국식 판타지), 미스터리, 열혈, 귀여움, 코미디, 환생, 이능(특수한 초능력), 모험, 무협, 경기, 긍정적 에너지 등 총 23개 카테고리로 나뉘며 중국, 한국, 일본 웹툰으로 구분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과 최신 인기작 악역 소녀는 사랑받기가 부끄러워요 등 400편 이상의 한국 웹툰을 볼 수 있다.
콰이칸 한국 작품 랭킹
주로 젊은 여성층을 공략해온 콰이칸이 제공하는 작품의 절반 이상은 로맨스다. 최근 인기 순위 10위권 내 작품 중 7편이 로맨스일 정도다. 2018년 콰이칸은 애니메이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CEO 천안니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려면 2∼3년의 시간이 걸리고 리메이크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웹툰 작품도 많아 만극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극은 3분 분량의 무빙툰이다. 2021년부터 만극을 론칭한 콰이칸은 이듬해 조회수 20억 회란 좋은 성과를 얻었다. 현재 콰이칸이 밀고 있는 장르는 미스터리와 SF다.
우리 오빠 좀 데려가 영화 포스터
콰이칸은 만극, 드라마, 영화, 도서, 굿즈, 게임 분야 IP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 오빠 좀 데려가를 애니메이션 시리즈, 드라마, 영화로 잇달아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얻었다.
우리 오빠 좀 데려가 웹툰 포스터
콰이칸은 450여 편의 중국 웹툰을 해외 배급사 100여 곳과 협력해 200여 나라 및 지역에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영어권 나라 독자들을 위한 앱 KK Comics를 론칭하기도 했다.
2021년 하반기 콰이칸이 한국의 원스토어(One Store), 텐센트 등으로부터 2억 4,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 동만과 빌리빌리만화
텐센트 동만과 빌리빌리만화는 젊은 남성층의 이용자가 많다. 중국 오리지널 웹툰을 주로 제공하고 있으며 원피스, 나루토 등 일본의 유명 만화 40여 편도 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는 현환 미스터리다.
텐센트 동만 홈페이지
텐센트 동만에서 한국 웹툰을 볼 순 없지만 모회사인 텐센트는 10년 전부터 한국 웹툰업체와 협업에 나섰다. 2021년 텐센트와 카카오페이지가 손잡고 중국에서 포도만화라는 웹툰 앱을 론
칭한 것이다.
텐센트 동만은 중국 문화를 품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대표적인 무협소설 작가 김용의 작품을 웹툰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둔황연구원과 협업해 둔황 문화를 토대로 한 작품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텐센트 동만은 텐센트 비디오, 텐센트 영화, 텐센트 게임 등 계열사와 협업해 IP 다각화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대표작인 일인 지하, 호요소홍랑을 애니메이션 시리즈, 모바일게임, 영화·드라
마 등으로 확장해 IP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팬층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일인지하 애니메이션 일본 포스터
호요소홍랑 애니메이션 포스터
빌리빌리만화에서는 젊은 남성층을 타깃으로 한 로맨스와 귀멸의 칼날 등 일본 만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도굴왕을 비롯한 한국 웹툰도 많이 만날 수 있으며 인기작 이두나!를 리메이크한 애니메이션이 지난 4월 빌리빌리에 공개되기도 했다. 특별한 건 텐센트 동만과 빌리빌리만화에서도 BL 카테고리가 따로 분리돼 있지 않지만 BL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층 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콰이칸에서는 BL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빌리빌리만화 홈페이지
과제와 전망
중국 3대 웹툰 플랫폼이 제공하는 중국 오리지널 인기작을 살펴보면 점차 원작 웹툰이 줄고 인기 웹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기 웹소설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았고 팬층이 형성돼 있어 리메이크한 웹툰도 함께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웹툰 플랫폼들도 리메이크작을 선호하고 있다. 대량의 웹소설 판권을 구입해 웹툰으로 만드는 방식은 원작 웹툰 작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중국 웹툰 시장은 최근 급성장했고 양질의 작품도 많이 선보였지만 점점 정교한 화풍에만 집착하고 스토리는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원펀치맨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론칭하지 못했을 것이다”란 어느 웹툰 애호가의 우스갯소리에서 중국 웹툰 창작 환경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2022년 중국 온라인 웹툰 시장 규모는 55억 8,000만 위안에 이르고 이용자 수는 3억 명을 넘었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많다. 한국, 일본을 비롯해 해외시장과의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어 다양한 협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리라 믿는다.
최자인
●모꼬지 콘텐츠사업본부 과장 (모꼬지 한중 프로젝트 책임 담당자)
●중국 링동(광저우 링동 창상문화 과기유한공사) 창의센터 기획 PD
●한중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CAMPUS Asia 1기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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