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 애니메이션: 근현대사 - 43 _ 이남국 교수의 애니메이션 아카이브 54

이남국 교수 / 기사승인 : 2022-02-21 08: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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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관해 세계 최초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1973년 5월 25∼27일 국기원에서 진행됐다.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태권도 신드롬이 일었고 같은 해 MBC 라디오는 태권도를 소재로 한 어린이 연속극 태권동자 마루치를 매일 15분씩 방송해 큰 인기를 얻었다.
4년여 동안 방송된 이 라디오 연속극은 송길한 작가의 각색을 거쳐 1977년 임정규 감독에 의해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로 재탄생했다.

 

 

1973년 7월 5일 동아일보는 ‘ 흥미위주의 외화 판쳐-정서 순화 역행 ’ 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 KBS , MBC , TBC 등 서울의 3개 방송국 어린이 프로 현황을 살펴보면…(중략)…외국 만화영화가 많은 시간을 차지함에 따라 귀에 거슬리는 말은 외국어의 은어 등을 직역했을 경우 생기는 무리한 우리말들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전한 어린이 프로그램의 개발은 시급한 과제 로 나타나고 있다 ” 라고 보도했다.

 

 

1973년 7월 25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의 장편 만화영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75분)가 스카라 극장에서 개봉했다. 월트디즈니가 만들어 1959년 1월 29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을 각색했으며 14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구성됐다.

1950년대 당시 디즈니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제로그라피(Xerography) 기법이 도입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애니메이터들은 나무의 주름 , 오로라공주의 머릿결 등을 손으로 일일이 그려 넣었고 로토스코핑과 라이브 액션에서 캐리커처를 따와 작화가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6채널의 다중 스트레오를 사용할 정도로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작품은 아쉽게도 흥행에 실패했다. 개봉 당시인 1959년 박스오피스 수익은 제작비에 훨씬 못 미치는 53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작품을 비롯해 1959∼1960년에 개봉된 다른 영화들까지 흥행에 참패하면서 디즈니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흥행 실패의 여파는 매우 컸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부서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고 심지어 해체설까지 나돌았다.

 

 

 

1973년 9월 14일 동아일보는 ‘ 전국 장발족 일제 단속-경찰서별로 기동반 편성 ’ 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 치안국은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최근 히피성 장발족이 다시 늘어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섰다.…(중략)…서울 종로 경찰서의 경우 13일 하루 동안 모두 510명이 머리를 깎아 깎인 머리털만해도 한 가마니가 넘었고 , 구내 이발소에서 나온 이발사 5명은 손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기기까지 했다 ” 라고 전했다. 이러한 장발족 단속은 미술 , 음악 , 문화 , 체육 등 예체능계 인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시기는 만화가 수난을 당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재미 있는 만화를 모두 불량서적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1973년 11월 20일자 경향신문은 “ 국민학교 문전에는 불량만화 가게를 비롯하여 잡상인들이 동심을 노리고 있다.…(중략)…유해업소의 추방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업자들의 뒤에는 ‘ 빽 ’ 이라는 보호벽이 두껍게 쳐있다. 더구나 불가사의한 것은 그 어려운 허가가 버젓이 나온다는 사실이다.…(중략)…말로만 정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한 추방 대처가 있어야 하겠다 ” 라고 보도했다.

 

 

 

1973년 12월 12일 경향신문은 “ MBC TV는 만화영화 개구장이 삼총사(원제: Daffy Duck and Speedy Gonzales)를 방영한다. 미국 워너브러더즈 작품으로 스피디 곤잘레스(쥐) , 데피더크(오리)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을 탄 우수작이다 ” 라고 소개했다.

 

 

 

1974년 한국 애니메이션의 상황

1974년 1월 9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 1974년 1월 8일 오후 5시를 기해 박정희 대통령은 8일 하오 헌법 제53조와 66조의 규정에 따라 긴급조치 제1호와 제2호를 선포…(중략)…헌법을 부정 , 반대 ,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 구속 , 새로이 구성된 비상 군법회의에 넘겨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발표했다 ” 고 전했다.
이러한 대통령 긴급조치의 선포와 비상 군법회의의 설치로 모든 언론은 통제되고 표현의 자유에는 족쇄가 채워졌다.
또한 신문 , 잡지용 시사만화 , 4컷 만화 , 대본소용 만화의 발행 및 만화영화의 자유로운 표현과 제작이 현저하게 위축되는 시기를 맞았다.

 

 

 

이남국
· 전 홍익대 조형대학디자인영상학부 애니메이션 전공교수
· 전 월트 디즈니 &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감독 및 애니메이터
· 국립공주대학교 영상예술대학원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공학석사
· CANADA SENECA COLLEGE OF APPLIED ARTS & TECHNOLOGY

 

 

 

 

 

 

아이러브캐릭터 / 이남국 교수 ma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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