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소중한 캐릭터를 보호하는 방법은 몇 가지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장 저작권과 상표권을 통해 보호받는 방법을 떠올릴 것이다.
창작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저작권과 상표권 등록을 미처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캐릭터가 유명해지면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그제서야 저작권과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다.
캐릭터 창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창작물이니 권리 관계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증명된 문서 하나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형 포털사이트나 관공서는 한국저작권등록위원회가 발행하는 저작권 등록증이나 특허청이 발행하는 상표 등록증을 요구한다.
불행은 항상 함께 온다는 말처럼 급히 내 권리를 주장해야 할 상황에서 등록증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둘러 저작권을 등록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등록증을 받기까지 1주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니 말이다. 상표권의 경우 일반 출원 절차를 밟으면 1년 4개월 정도가 걸려 단기간에 효력을 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즉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생소하지만 제목만 들어도 알 것 같은 법률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경법)을 통해 즉각적인 대응을 시작할 수 있다.
부경법은 저작권이나 상표권으로 보호하지 않는 아이디어와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품 외장) 등에 대한 보호를 인정하기 때문에 보호 범위가 넓고 등록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입법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일반적인 부정경쟁행위 조항을 둬 시장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까지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부경법의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저작권 및 상표권
으로 보호받는 영역을 대체한다고 속단해선 안 된다. 이제부터 부경법의 다양한 유형과 사례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가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부정경쟁행위란?
부경법은 부정경쟁행위를 멋진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대신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시대적 발전에 따라 입법 초기 5개 유형에서 현재 13개 유형(가목∼파목)으로 늘었고 계속 추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상품주체 혼동행위, 영업주체 혼동행위, 저명상표 희석행위, 상품형태 모방행위 등이 있다. 부정경쟁행위는 다양한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나 일반적으로 파목에서 정의하는 것처럼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상품주체 혼동행위(부경법 제2조 제1호 가목)
부경법 제2조 제1호 가목이 정의하는 부정경쟁행위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다.
이는 마치 상표법에 나올 법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부경법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가장 우선적으로 방지하고자 하는 부정경쟁행위로 명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표권을 등록하지 못했거나 상표권이 만료된 유명(주지) 캐릭터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상표권을 회피하기 위해 캐릭터의 특징적인 부분만을 이용해 구매자에게 착각을 일으켜 상품을 판매하는 건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명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아이러브캐릭터라는 잡지의 로고를 비슷하게 만들어 출판하면 어떻게 될까.(참고로 저작물의 제목 그 자체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 아니고 아이러브캐릭터라는 상표권은 등록되지 않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또 붉은색 로고를 만들어 제3자가 아이러브캐릭터 잡지를 출판한다면 원 제작사는 저작권이나 상표권으로 제3자의 출판 및 판매를 어떻게 금지할 수 있을까.
법원이 판단한 사례를 살펴보면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여전히 부정경쟁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1981. 9. 22. 선고 81도649 판결>
국내에 널리 인식된 위 피해자들의 사용의 상표 및 상품명이 표시된 비닐포장지(때밀이 수건 이태리타월 포장지)와 유사한 상표나 포장지를 사용해 피해자들의 상품과 혼동케 했다.
<대법원 2002. 10. 24. 선고 2001다59965 판결>
공기분사기의 형태가 주지의 상품표지에 해당한다고 봐 그 공기분사기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공기분사기를 제조·판매하는 행위는 상품 출처에 대해 혼동을 일으키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하급심 판결 2021>
이 사건 등록상표는 비록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됐으나 당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취득한 상태여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 따른 독점배타적인 지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경법 제2조 제1호 가목을 통해 상표법과 저작권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영역의 각종 부정한 사용자부터 내 성과를 보호받을 수 있다.
영업주체 혼동행위(부경법 제2조 제1호 나목)
부경법 제2조 제1호 나목이 정의하는 부정경쟁행위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그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상품 판매·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외관·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을 포함한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다.
대표적인 사례로 뮤지컬 CATS(캣츠)의 제목이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갖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2015. 1. 29. 선고 2012다13507)을 살펴보자.
뮤지컬 제목 자체가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갖는 건 원칙적으로 부정된다. 다만 뮤지컬이 동일한 제목으로 반복적, 계속적으로 이뤄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 뮤지컬이 제작·공연된 경우에는 달리 봐야 한다. 뮤지컬의 공연 기간과 횟수, 관람객의 규모, 광고·홍보의 정도에 따라 뮤지컬의 제목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해당 뮤지컬이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면 뮤지컬 제목은 단순히 창작물의 내용을 표시하는 명칭에 머무르지 않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에서 정하는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경법 제2조 제1호 나목을 통해 등록권리를 확보하지 못한 영업표지도 제3자가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나머지 부정경쟁행위들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에서 소개한다.
박진익
· 위츠 공동대표
· 변호사/변리사
· 특허청 심사관
·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지식재산재판부 조사관
· 전화: 02-6954-7721
· 홈페이지: https://witz.ai
· 이메일: jinik@witz.ai
아이러브캐릭터 / 박진익 변호사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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