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퀄리티보다 재미 포인트를 잘 짚으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CJ ENM 이동혁 PD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10-06 0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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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올해 4년 차 PD다.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유튜브 채널 ‘총몇명’의 작화를 담당하다가 PD로 전향해 CJ ENM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획, 스토리, 마케팅 등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나오기까지의 업무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PD직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아직 많은 작품을 해보지 않았지만 뿡뿡빵빵 부부맨을 향한 애착이 크다. 10대 후반에서 20대가 보는 걸 만들다가 어린이용 작품을 만들려니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 신비아파트 시즌4의 경우 유튜브 애니메이션보다 타깃 연령은 낮았지만 스토리 완성도가 높고 호러의 강도도 기대 이상이어서 별 무리가 없었는데 뿡뿡빵빵 부부맨을 할 땐 아이들의 감성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런데 방귀 뀌는 히어로란 원작의 콘셉트가 워낙 재미있고 캐릭터가 매력 있게 다가왔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애니메이션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이어서 무척 마음에 든다.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기쁘다. 유튜브 애니메이션은 제작 기간이 짧고 공개했을 때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다. 또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반영할 수 있고, 그게 큰 공감을 얻었을 때 뿌듯하다. 웃기려고 넣은 이야기나 장면을 시청자들이 딱 집어 재생 시간대를 알려주는 댓글에 ‘좋아요’가 수없이 달렸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내가 욕심이 나서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걸 일정 또는 비용과 타협해야 할 때 가장 곤혹스럽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한땀 한땀 만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이 내 성향과 잘 맞는다. 애니메이션고를 졸업할 때 50명 중 10명만 애니메이션을 선택할 정도로 힘들어서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난 하고 싶은 게 많아 이 길을 택했다. 그러니 확실히 돈 때문은 아닌 듯하다.(웃음) 애정이 크다. 그래서 나름의 사명감이 있는 것 같다. 일하면서 재능 있는 사람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힘들어서 관두는 걸 많이 봤는데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업계 전반의 환경을 바꿔보고 싶다. 작품 하나 성공시키는 걸 넘어 업계가 활기차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생각은?

OTT 시장이 커지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시청자의 접근성이 한결 좋아졌다. 따라서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일본 작품이 주도하는 애니메이션 시장에 한국작품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새로운 이정표가 만들어질 때까지 업계의 동료, 선후배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현재 신비아파트 시즌6를 기획하고 있고 드라마 원작의 구미호뎐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패밀리 타깃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픽사나 지브리 작품처럼 가족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좋아한다. 특히 이제는 효율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느낀 건데, 완성도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중요 포인트를 잘 짚어주니 시청 횟수나 반응이 예상외로 컸다. 그래서 꼭 높은 퀄리티를 지향하는 작품이 아니어도 좋으니 예산을 적게 쓰고 제작 기간도 줄여 짧은 주기로 내보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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