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카리스마 있거나 순수하고 즐거운 캐릭터가 딱! _ 애니메이션 그 목소리 _ 성우 김한나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3 11: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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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그녀가 주위에서 듣는 말은 주로 “되도록 말을 줄여라, 웃음을 참아라” 란다. 만나보니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과 우렁찬 성량, 듣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 마성의 입담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희극 연기를 좋아하는데 제게 개그맨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나로 인해 사람들이 웃고 즐거우면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요.” (웃음)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4년 KBS 39기로 성우계에 입문했다. 난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외향적이다.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가 물려주신 수동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러 밖으로 나다닐 정도로 사진 촬영에 취미가 있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에는 산소통 없이 숨을 참고 깊이 잠수해 유영하는 프리다이빙도 즐겼다. 캐리커처를 그려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밴드의 은퇴 공연을 보러 홀로 스웨덴까지 날아간 적도 있다.(웃음) 밖에서는 활발하지만 집에 가면 말수가 없고 차분해진다. 밖에서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이다.(웃음)


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었나? 요즘 사람들처럼 작가나 세계관, 등장인물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의 덕후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고모와 개구리 왕눈이를 보다 “왜 개구리가 한국말을 하냐” 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성우가 연기하는 것이란 고모의 말에 그때부터 성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성우들의 이력을 뒤져보니 연극을 전공한 성우들이 많더라. 그래서 성우가 되려면 연기를 배워야 한다고 여겨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연기를 배우고 대학에 진학했다. 본격적으로 성우를 준비한 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다. 연기는 성우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건 공간이 다르거나 마이크를 쓰는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 연극과 성우 연기의 맥락은 같았다. ‘난 꼭 성우가 돼야 해’ 라며 어릴 적부터 한곳만을 바라본 결과 2014년 마침내 꿈을 이뤘다.

 

대표작을 소개해달라 2018년 리부트 버전으로 방송된 텔레토비의 뚜비다.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캐릭터인 데다 원작사가 뚜비를 연기할 성우로 나를 직접 선택했기 때문에 내겐 의미가 남다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100% 울프: 푸들이 될 순 없어의 트윗치, 고고버스의 고든, 마법소녀 디디의 벨라·보리스, 닥터후 시즌10의 스파이더, 게임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말드락서스 리치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라디오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있다. 성우가 돼 KBS 라디오드라마 제작 부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성우의 꿈을 꾸게 한 하늘같은 분들과 한 장소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씩씩한 남자아이 역할이다. 목소리가 중저음이고 실제 성격도 왈가닥이다. 주위에서는 차분한 모습을 바라지만 이게 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레이션을 녹음할 땐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지적인 목소리를 내고, 애니메이션에서는 텐션을 높여 내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며 장르에 따라 다르게 연기한다. 그러고 보니 중저음의 따뜻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와 아이처럼 순수하고 즐거운 캐릭터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캐릭터보다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프리랜서가 된 후 처음 맡았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이란 작품에서 13명의 캐릭터를 혼자 도맡았다. 애니메이션 녹음 현장은 처음이었는데 대본을 보고 나서 눈앞이 캄캄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통 사람이 지닌 목소리 톤이 3가지 정도인데 성격을 달리 표현하면 배역을 세분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짧은 대사마다 각기 다른 성격이 드러날 수 있도록 호흡과 발성, 음의 높낮이를 조절해가면서 녹음을 무사히 마쳤다. 지금도 그 작품을 다시 보면 웃기지만 성우 초창기 시절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직업이든 기술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성우에게는 대본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과 연기력, 그리고 인성이 필요하다. 특히 각자 개성이 다른 것처럼 자기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자신 있게 낼 수 있어야 한다. 내 목소리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을 순 없으며 아무리 좋다 해도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다면 듣는 사람도 거북할 것이다. 성우가 되고 나서 시간이 지나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에 흔들릴 수 있는데 이러한 확고한 믿음이 없다면 자칫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KBS 성우시험에 응시해 최종 단계까지 간 적이 두 번 있는데 간절한 마음에 면접관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보여주려고 나름 특기를 준비해갔다. 최종 단계에 처음 올랐을 때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손을 들고 뽀로로, 도라에몽 등의 성대모사를 했더니 면접관들이 박수를 치고 깔깔대며 너무 좋아하더라.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을 나왔는데 결과는 낙방이었다. 두 번째로 올라간 최종 단계에서는 서울의 기상캐스터가 전국 각지의 시민을 연결해 날씨를 알아보는 콩트를 보여줬다. 그런데 면전관들의 반응이 기대와 달리 썰렁하다 못해 냉담한 것 아닌가. 민망한 나머지 얼른 뒤돌아 나와 ‘괜히 했다’ 며 땅을 치고 후회했는데 얼마 후 합격통지서를 받았다.(웃음)


김한나에게 성우란? 여전히 진행 중인 꿈이다. 성우가 되는 꿈을 실현했지만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나니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 란 생각에 허무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 후배 지망생들을 위한 강의에 나가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스스로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드러나더라. 그래서 날 계발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요즘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내가 성우를 꿈꾸게 했던 그분들처럼 내가 다른 분들의 꿈이 될 수도 있기에 더 노력하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우는 내게 이루고픈 목표가 아니라 다른 꿈을 꾸게 하는 동력이 아닐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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