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 프로그램과 서체 도안 이용의 저작권 침해와 손해배상액 산정 _ 사례로 풀어보는 캐릭터 저작권

권단 변호사 / 기사승인 : 2022-03-24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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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사례 

A사는 C서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저작권을 등록했다. A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개인적인 이용 목적이라면 프로그램을 무료로 쓰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유료로 판매했다.
E사의 디자인 담당 직원 B씨는 C서체가 사용된 D라는 문구를 기재한 출력물을 만들어 거래처 F사에 무상으로 교부했고 F사는 이를 패널로 제작해 유상 판매했다.
A사는 C서체 프로그램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E사를 상대로 서체 패키지 프로그램 설치 라이선스비 220만 원과 2차 저작물 라이선스비 110만 원 등 총 33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E사는 “ B씨가 C서체 프로그램을 설치 , 사용했더라도 임의로 한 행동이므로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회사도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 ” 고 맞섰다. 또 A사가 청구하는 금액도 실제 사용한 문구에 해당하는 글꼴 외에 다른 서체가 포함된 프로그램 전체 금액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B씨는 “ D문구 안에 C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A사가 주장하는 글자는 단 2개에 불과하고 자신은 C서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자 도안 이미지를 캡처해 사용했을 뿐 ” 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이 사례는 설명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나31370판결 , 전주지방법원 2021나4089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나 64345 판결의 사실 관계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해설

서체 프로그램과 서체 도안의 차이점
C서체 프로그램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8도732 판결 참조) 그러나 서체 파일 , 즉 서체 프로그램과 달리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현된 결과물인 서체 도안 자체는 저작물로서 보호되지 않는다.
따라서 B씨가 인터넷에서 C서체 도안 이미지를 캡처해 사용했다면 저작물인 C서체 프로그램 파일을 복제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 서체 도안 이미지를 복제한 것이어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A사는 B씨가 사용한 2개의 글자와 C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성한 글자 2개의 수치값이 일치한다는 점에 비춰 B씨가 C서체 프로그램으로 2개의 글자를 만든 것이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글자의 수치값이 일치한다고 C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라고 바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 전체 문장 중 일부인 2개 글자만 별도로 C서체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보기 부자연스러운 점 , 출력물 제작 전 인터넷에 해당 2개 글자가 사용된 방송물 제목 이미지가 검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B씨가 C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해 출력물을 만들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 2020. 5. 20. 선고 2019가소2954056 판결 참조)
다만 쟁점의 이해를 위해 아래에서는 B씨가 C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맞다는 전제하에 설명해보겠다.

비영리 목적 사용과 직원의 무단 사용에 대한 회사 책임
E사는 B씨가 C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했더라도 출력물을 거래처에 무상으로 제공해 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고 , B씨가 회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C서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므로 B씨 개인의 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사는 C서체 프로그램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이외에는 모두 유상 판매하고 있었다. 비록 E사나 B씨가 F사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출력물을 만들어 줬다고 해도 F사는 출력물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유상 판매했고 E사의 거래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B씨가 C서체 프로그램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A사가 허락한 범위가 아닌 목적과 용도에 사용된 이상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공정이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비영리 목적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또한 B씨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E사가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B씨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다만 평소 E사가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출력물 제작 및 F사로 교부하는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기울여 불법 서체 프로그램 사용이 없도록 노력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B씨의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이 될 수 있지만 위의 사례에서는 그러한 사정이 없었다.
 

손해배상액의 범위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자의 권리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추정한다. 대법원은 저작권자가 침해 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저작물 사용과 관련해 저작물 사용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계약에 정해진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함이 상당하다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2다104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 기준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손해액 합의시 대부분 해당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계약 비용 , 즉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C서체 프로그램도 소프트웨어이고 프로그램 라이선스는 패키지로 220만 원짜리뿐이므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해당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경우가 실무 합의 과정에서 자주 있다.
하지만 법원은 C서체 프로그램이 패키지에 포함된 수백종의 서체 프로그램 중 하나이고 개별 이용료도 별도 산정 돼 있지 않아 B씨의 행위로 A사가 저작권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의 손해액 추정 조항을 위 사건에 적용할 수 없고 ,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해 손해액을 산정키로 했다.
법원은 위 사례에서 출력물은 약 한 달 정도만 이용됐고 B씨나 E사에게 A사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B씨나 E사가 이로 인해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얻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B씨의 행위로 A사가 입은 손해액은 30만 원(또는 50만 원) 정도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개별 구체적인 사건의 사정에 따라 실제 서체 프로그램의 이용료와 다르게 법원이 저작권 침해의 경위 및 양태 , 이후 경과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해 손해액을 별도로 산정하면 C서체 프로그램 패키지 이용료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손해액이 결정될 수 있다.
서체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은 당연히 보호돼야 하지만 침해자의 침해 행위의 정도나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은 다른 서체 프로그램 이용 부분까지 반영된 이용료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은 자기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과도한 부담이므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권단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사)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법률고문변호사
· (사)한국MCN협회 법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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