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작품 < 나무 >의 선전을 기원하며 _ 최유진의 애니잡수다 11

최유진 사무국장 / 기사승인 : 2022-02-23 0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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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
한국에서는 연말에 온갖 시상식이 열리는 것과 달리 우리가 이름을 들어봤음 직한 해외 유명 시상식들은 주로 연초에 열린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한 작품을 관심 있게 찾아보겠지만 보통 남의 나라 시상식에는 큰 관심이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한국 작품에도 기회가 있다는 점과 예전과 달리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실감하면서 이제는 남의 나라 시상식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지난해에도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르면서 그 분위기를 이어갔고 ,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미국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조연배우 오영수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작품에 대한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금은 생소한 오스카 퀄리파잉 영화제
이제 다시 아카데미 시상식의 계절이다. 한 번 받으면 두번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인지 , 작품을 배급할 때 이러한 내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의 명예 영화인 단체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공식 지정하는 국제영화제인 오스카 퀄리파잉 영화제(OSCAR Qualifying Festival)에 출품하기 위해 작품을 다른 영화제에 보내지 않은 채 프리미어 자격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 말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오스카 퀄리파잉이란 표현을 쓰는 영화제들이 있다.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을 얻는 방법 중의 하나는 오스카 퀄리파잉 영화제에서 일정 상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 북미에서 열리는 영화제들이 포함되고 유럽의 일부 영화제들도 해당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몇 개의 영화제도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제라 할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대부분 대상을 받아야 자격을 받게 되고 이후 아카데미에서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최종적으로 등록이 완료된다.

 

장편은 미국서 개봉해야 자격을 받아
오스카 퀄리파잉 영화제에서의 수상을 통해 자격을 얻는 건 단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장편은 또 다르다. 장편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려면 미국 내 정해진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극장 개봉을 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장편도 마찬가지다.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이름을 바꿨다)만이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7일 이상 개봉한 작품에 대해 자격을 부여한다. 단 , 국가별로 한 편의 작품만 출품할 수 있고 한국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한 편을 선정해 아카데미에 보낸다.
그러니 오스카 퀄리파잉 영화제를 위해 장편을 공개하지 않은 채 묵히고 있는 건 정말 의미가 없다. 오히려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해 홍보하는 편이 낫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의 시상식
단편은 어떤가? 안시 , 자그레브 , 오타와 같은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제가 아닌 이상 프리미어를 굳이 유지하기보다 최대한 많은 영화제에 출품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3개의 영화제는 프리미어를 요구하는 영화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작품의 완성도이며 프리미어로 작품을 선정하지 않는 영화제들이다.
종종 규정에도 없는 프리미어를 요구하는 영화제를 보면서 영화제의 갑질은 이런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지 않는 작품이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건 쉽지 않다. 지난해 후보에 올랐던 에릭 오 감독 역시 픽사 출신이자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예전에 일본인 감독도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을 때 미국에 있는 배급사의 도움을 받아 오스카 레이스를 진행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기생충이 미국에서 작품 홍보를 위해 사용한 예산도 상당했다. 어떻게 됐건 아카데미 시상식은 결국 미국의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에릭 오 감독의 작품 <나무>의 선전을 기원
에릭 오 감독의 작품 나무가 아카데미상 1차 후보 15편에 올랐다. 2월 8일이면 최종 후보 5편이 발표된다.
미국의 대중문화 잡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최종 후보에 오를 첫 번째 작품으로 나무를 꼽았다. 나무는 한국에서도 몇 개의 영화제에서 소개됐고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대상 ‘ 인디의 별 ’ 을 수상했다.
에릭 오 감독과 인디애니페스트의 인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디애니페스트가 그의 첫 작품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작품을 상영했으니 에릭 오 감독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바오밥스튜디오와 함께 VR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된 나무는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단편과는 달리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제목도 순우리말로 붙였다. 한국적인 소재와 제목인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에 최종 후보로 남아 수상까지 하면 더욱 의미가 클 것 같다.
에릭 오 감독이 “ 인디애니페스트에 작품을 출품하고 관객상이 아닌 본상 수상은 작품 출품 15년 만에 처음 ” 이라며 “ 인디애니페스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라고 수상 소감을 얘기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5년간 해왔던 작품 활동과 성과를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만으로 평가할 순 없다. 그래도 상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이니 꼭 좋은 소식이 들려 오기를 기원한다.

 

 

최유진
· (사)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
·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집행위원장
·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자문위원 활동

 

 

 

 

 

아이러브캐릭터 / 최유진 사무국장 ma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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