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저작물 해당 여부 _ 사례로 풀어보는 캐릭터 저작권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4 08:00:50
  • -
  • +
  • 인쇄
Column

사례

A는 2006년부터 B회사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14년 퇴직했다. B회사는 2008년 A 등 소속 디자이너들에게 자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개발을 지시했다.
이에 A는 3개의 캐릭터를 개발해 제출했고 개인시간을 활용해 별도로 C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러자 부서 팀장은 A가 제작한 C캐릭터가 자사 이미지와 잘 부합한다고 보고 이를 자사 광고물과 제품에 부착하는 등 업무에 사용했다. 이에 대해 A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A가 퇴직한 후에도 B회사가 C캐릭터를 계속 사용하자 A는 B회사를 상대로 C캐릭터의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B회사는 “ C캐릭터는 A가 재직 중 업무상 개발해 공표한 것이므로 업무상저작물에 해당돼 우리가 저작자 ” 라고 주장했다.
C캐릭터의 저작자는 누구일까?
(이 사례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6111 판결의 취지를 캐릭터저작물에 적용해 작성한 것으로서 실제 판례 사실관계 및 쟁점과 다르다는 점을 알린다.)

해설

업무상저작물이란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자에게 발생하고 어떠한 형식과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용자가 창작한 저작물도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었다면 피고용자가 아니라 고용자가 저작권을 갖는다.
법인 등 단체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일체의 위험을 부담하고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해 제작된 저작물의 저작자는 법인 등 단체에게 귀속하게 한 것이 업무상저작물이란 개념이다. 이는 저작권 귀속의 창작자 원칙에 대한 예외 규정이다.
저작권 개발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을 모두 저작자로 인정하면 해당 저작물로는 사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 이들은 대개 급여의 형태로 대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상저작물의 요건
업무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법인 등의 기획하에 작성될 것 ,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할 것.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될 것(단, 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 공표는 요건이 아님) ,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을 것 등이다.
우선 기획이란 법인 등이 아이디어를 제시해 방침을 세우고 저작물 작성행위 전체를 지휘 , 감독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기획의 의미와 관련해 “ 법인 등의 기획이라 함은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해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을 말한다 ” 며 “ 이러한 법인 등의 기획은 명시적 , 묵시적으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묵시적 기획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위 법 규정이 실제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하는 같은 법 제2조 제2호의 예외 규정인 만큼 법인 등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현출된 경우와 같을 정도로 그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봐야 한다 ” 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6111 판결 참조)
B회사가 A에게 자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제작을 명령한 것은 사실이다. 또 C캐릭터가 B회사의 의도에 부합하게 제작돼 회사 홍보 등에 사용됐지만 A가 퇴사 전까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A가 B회사의 지시를 받아 제작한 것은 C캐릭터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제작한 C캐릭터가 B회사의 기획 의도에 부합한다고 해서 B회사가 작성과 방법을 사실상 통제해 C캐릭터가 창작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B회사가 업무시간 외 개인시간을 활용해 제작된 캐릭터 결과물까지도 업무상저작물로 주장하려면 A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에게 업무 이외의 시간에 만든 캐릭터에 대해서도 제출 , 수정 , 보완 등을 지시해 명시적으로 기획에 의한 업무상저작물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하지만 위 사례의 사실관계만으로는 이 같은 점을 알 수 없다.
따라서 A가 개인적으로 제작한 C캐릭터를 B회사가 어떻게 알게 됐고 제작 과정에 얼마나 관여하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파악돼야 정확히 판단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A가 C캐릭터 제작을 회사의 근로시간 내에 창작했는지 , 퇴근 후 자유시간에 창작했는지 여부가 업무상저작물의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A가 C캐릭터를 퇴근 후 업무와 무관하게 온전히 창작한 것이라면 업무상 범위 내라고 볼 수 없어 A의 저작물로 인정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창작 장소나 시각만으로는 업무상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재택근무 , 유연근무 등이 활성화된 최근에는 업무 장소와 시간의 개념이 고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 창작 여부 판단 기준을 물리적 , 형식적으로 획일화하기 힘들다. 때문에 A가 C를 개인적으로 창작했다고 하지만 이는 관점에 근거한 주관적인 판단 영역이 될 수 있으므로 A의 근무 형태 , 시간 , 방법 등과 C캐릭터가 B회사의 업무 기획 범위 내인지의 여부 , C캐릭터 창작에 사용된 창작도구 등을 B회사가 제공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례는 최근 프로그램 저작물 사건에서 직원이 재직 중에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해 회사가 기획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그 직원을 프로그램 저작자로 인정했다. 이는 업무상저작물을 주장하는 법인 등에서 법인 등의 기획에 의한 저작물이라는 입증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