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 그저 화면에 펼쳐진 순간을 즐기세요_인디애니페스트 2020 _ 최유진 집행위원장

/ 기사승인 : 2020-10-12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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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국내 유일의 독립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제인 인디애니페스트(Indie-AniFest)2020이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이번 영화제에는 웹애니메이션 경쟁작들을볼 수 있는 랜선비행(Animated Web Series) 부문이 신설됐고, 상영작 감독들의 원화나 작품에 사용된 캐릭터와 소품을 전시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감독과 함께하는 라이브 토크로 작품을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팟캐스트 방송도 새롭게 시도됐다. 어느덧 열여섯 살이 된 영화제의 진행을 총괄한 최유진 집행위원장에게 독립애니메이션의 현재, 그리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올해로 16회째다. 출품작에서 볼 수 있는 변화가 있는가?


2006년 열린 2회 행사부터 참여했다. 당시에는 이 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나라 작품 중심으로 영화제를 구성해야 했는데 출품작들이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었다. 지금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생과 일반인 작품을 포함해 240여 편 정도 꾸준히 들어온다.


영화제 초기에 비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성장했다. 초기에는 일반인들이 응모하는 독립보행 부문과 학생들이 응모하는 새벽비행 부문의 작품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났는데 3∼4년 전부터 일반인 작가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독립보행 응모작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졌다. 제작을 지원받아 짜임새 있는 작품 수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기술적 토대를 갖춘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제작 경험이 쌓이는 작가들이 늘다보니 10년 이상 활동하는 작가들도 많아졌다. 또한 우리 나라 작품에 치중하기보다 지리적, 문화적, 정서적으로 가까운 아시아권의 애니메이션 소개를 통해 다양성을 보여주 고자 2016년부터 ‘아시아로’ 경쟁 부문을 도입한 이후 이야기 소재와 기법 등이 더욱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졌다.


경쟁 부문에 랜선비행이 신설된 배경은? 랜선비행은 웹애니메이션 작품들만 모아 심사하는 부문이다. 일단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3년 새 영화제에 웹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꾸준히 접수됐다. 사실 웹애니메이션은 콘텐츠 특성상 시리즈로 제작되기 마련인데 영화제의 소개 작품들은 이야기가 완결된 단편이어서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웹애니메이션이 꾸준히 들어오는 것은 플랫폼이나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라 그만큼 많이 창작된다는 의미 아닌가.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에 주목할 필요가 있었고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도 적극 소개해 영화제를 비롯해 독립애니메이션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각 플랫폼 타깃팅에 맞는 작품에 주목해왔고 올해 처음 랜선비행 부문을 신설했다. 출품 수가 적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37편이 들어와 이중 14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우리나라 독립애니메이션의 특성은 무엇인가? 딱 잘라서 말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작품들은 담고 있는 메시지가 강하다. 대중에게 잘 전달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갖고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내러티브(Narrative, 이야기 서술) 중심적이며 인물이나 캐릭터 중심의 작품들이 많다.


1990년대 만들어진 독립애니메이션은 민주화나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제작되기도 한 만큼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가 강했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이나 환경 등으로 소재가 넓어졌고, 지금은 가족이나 일상을 소재로 해 메시지나 내용 들이 세분화되는 경향이 짙다. 이에 비해 서양 작품들은 다소 철학적이고 이미지나 움직임 중심의 작품들이 많다.


숏폼 콘텐츠란 흐름 속에서 독립애니메이션의 강점은? 숏폼 콘텐츠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의 상업용 애니메이션은 주로 영유아를 타깃으로 했지만 숏폼 콘텐츠는 다르다. 20∼30대로 시청 연령대가 높다.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면서 했던 고민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의 편견을 깨는 것이었는데, 숏폼 콘텐츠가 활성화되면 성인이 즐길 수 있는 장르로서 애니메이션의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많은 돈과 인원을 투입해 꼭 극장에서 상영해야 했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창작과 시청자의 접근성이 높은 온라인 기반의 숏폼 콘텐츠가 활성화되면 나쁠 게 없다. 더욱 기대 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영화제 랜선비행 부문에 숏폼 콘텐츠 작품들도 포함할 계획이다



독립애니메이션 장르와 시장이 자생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사실 상업용 애니메이션의 자생력도 그리 높지 않은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애니메이션이 예술의 가치를 가지려면 먼저 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 돼야 한다. 가령 수익 창출을 위해 만든 독립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면 가치를 매기는 기준과 문화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독립애니메이션을 보는 우리나라의 시각 이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무료 상영이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상영료 지급이 일반화됐다. 이처럼 상영을 통해 수익을 내고 다음 작품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독립애니메이션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본다.


독립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TV를 점령했을 때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본 단편 애니메이션이 잊히지 않는다. 일본 특유의 그림체와 이야기 구성에 익숙했던 당시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구나’ 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기존 애니메이션들이 주던 즐거움이 있지만 새로움과 모멘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독립애니메이션이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문화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며, 그 생태계 유지를 위해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독립애니메이션이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 중 하나가 독립애니메이션은 어렵다, 너무 철학적이라고 하는데 꼭 작품의 메시지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화면 안에 펼쳐진 순간과 이미지, 음악, 움직임 등을 감상하듯 그저 즐기면 된다. 미술관에 가서 작가의 작품세계나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모두 이해하고 보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독립애니메이션이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메시지를 이해하고 관객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10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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