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74] 이진우 감독, 작품은 대중과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02-28 0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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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도도도 춘식이


라이언을 만나 가족이 되기까지 춘식이의 다이내믹한 여정을 그린 <도도도 춘식이>는 이진우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아름답고 따스한 영상과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한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한 스토리텔링이 가히 일품이다. 주제가 무겁더라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작품을 향한 이 감독의 지론이다.


▲이진우 감독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애니메이션고를 나와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진로를 너무 일찍 정하다 보니 중간에 하기 싫어질 때도 있었는데 재능이 이쪽으로 몰려 있어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웃음)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어느 날 미국 칼아츠(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 다니다 잠깐 한국에 들어온 친구의 제안을 계기로 스튜디오까지 차리게 됐다. 당시 그 친구가 디즈니·픽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알려줄 테니 함께 작업 팀을 꾸려보자고 해서 시작한 소모임이 지금의 규모로 커졌다. 그 친구 덕분에 애니메이션에 더 큰 재미를 느꼈고 지금도 그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져 영상 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작업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매력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20주년 기념 영상

 

작년 서울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도도도 춘식이>로 관객상을 받은 소감은?

카카오 측의 제의를 받아 만든 작품이다. 막상 상을 받으니 마음속이 복잡 미묘했다. 감사하면서도 ‘인기 IP의 명성에 편승한 건 아닐까, 독립 영화제에서 대기업 캐릭터 작품으로 상을 받는 게 과연 타당할까’란 생각이 들더라. 그럼에도 공식 행사에서 스튜디오와 내 이름을 대외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라 수상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도도도 춘식이는 우리가 잘하는 걸 집대성해 표출한 작품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영상 흐름이 부드럽고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걸 잘한다. 작화나 음악에도 아름답고 따스한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우리만의 컬러를 담았다.


▲나비야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할 땐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즐거웠는데 스튜디오를 차리고 나니 팀원들이 감독의 생각을 완벽히 이해하고 한 편의 잘 짜인 작품을 만들어냈을 때 얻는 쾌감이 크다. 보는 이가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알아채고 반응을 보일 때도 기분이 좋다. 매번 다른 이야기를 다른 형식으로 표현하고, 이를 위해 새롭게 공부하고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아트워크를 기획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


▲아이유 뮤직비디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현재 중편물을 만들고 있다. 제목은 작고 작은 여정이란 뜻의 ‘타이니 리틀 저니’다. 평생 땅굴 속에 살던 개미가 우연히 발견한 통조림에 그려진 열대 나라 풍경을 보고 가고 싶은 마음에 땅굴 밖으로 나갔지만 추운 한겨울의 숲과 마주한다. 그곳을 헤매다가 베짱이를 만나 여정을 함께하는 데 위기에 빠지기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파라다이스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다. 코믹물인데 희망찬 얘기만 담고 있진 않다. 잔혹한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다.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려 한다.


▲에스파 뮤직비디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애니메이션이든 광고든 뮤직비디오든 대중과 가까운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체 개발 IP에는 내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다. 앞서 말한 중편물도 실은 회사를 나와 느낀 감정과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스튜디오를 빗댄 자전적 이야기다. 넷플릭스에 제안했으나 아쉽게도 선택받지 못한 작품 역시 내 가정사에 관한 얘기를 담았다. 판타지와 접목해 던전에서 일어나는 모험기를 다룬 이야기인데, 내가 겪은 상황을 장대하거나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히트맨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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