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엘파트너스 권단 변호사, 사인하는 건 3초지만 해지하려면 3년이 걸려요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12-06 08: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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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월간 <아이러브캐릭터>의 최장수 칼럼 ‘사례로 풀어보는 캐릭터 저작권’을 책임져온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가 11월호를 끝으로 12년여의 기고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2년 9월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저작권을 둘러싼 수많은 분쟁 사례와 법원 판례에 관한 글을 꼬박꼬박 연재해온 권 변호사는 지금까지 쓴 146편의 원고를 다듬어 책으로 낼 생각이다.

 

칼럼 연재를 마치는 소감은?

사실 최장수 칼럼인지 몰랐다.(웃음) 고마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든다. 글을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제작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을 읽고 문의해준 독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칼럼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공부를 했다고 느낀다. 지금까지 쓴 글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법률 용어라 다소 딱딱했던 단어나 문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매끄럽게 다듬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또 다른 기록으로 남겨볼 생각이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한다.

 

 

본지에 칼럼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에 스타라이센싱이란 회사를 세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 선수의 캐릭터 캡틴박의 라이선싱 사업을 벌이던 차였다. 당시 여러 사람을 소개받고 만나면서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에 가입했는데 마침 최영균 회장님으로부터 전문 지식을 담은 칼럼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변호사가 아니라 사업가로서 직접 라이선싱 사업을 하며 계약서를 많이 쓰다 보니 쟁점 사항을 많이 알게 됐는데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처음 쓴 글의 주제가 ‘미키마우스 사례로 본 저작권법상의 쟁점과 판례’였을 것이다. 이후 수많은 법적 분쟁 사례를 찾으면서 원고를 써왔다. 판례를 뒤져 사례를 구성했는데 똑같은 판례를 차용한 것도 있더라.(웃음) 사실 분쟁 유형이 비슷한 게 많아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려고 나름 많이 고민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분야 1세대 변호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임 건 또는 분쟁 사례는?

여러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고문 변호사로서 처음 계약을 맺은 곳은 뿌까 캐릭터로 유명했던 부즈였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고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곳은 투바앤이다. 10년이 넘는데 이곳을 거쳐간 사람이 많고 지금도 그들과 만남을 이어올 정도로 인연이 깊다. 저작권 전문가라고 자부했지만 중국에 라바 사업권을 양도하는 과정 등 여러 문제와 마주하고 해결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직접 변호를 맡은 사건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를 꼽는다면,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유명 캐릭터 저작사와 마스터 라이선싱사 사이에 발생한 분쟁이었다. ‘독점’이란 용어의 해석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었다.

저작사는 상대를 우리의 ‘유일한’에이전트지만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건 한다고 여긴 반면 상대는 모든 사업권을 일임받은 것으로 이해한 거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3년 정도 걸렸는데 그만큼 계약서에서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캐릭터가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컸던 사건이다.

 


IP 권리를 둘러싼 수많은 분쟁 중 가장 빈발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비슷한 캐릭터가 나왔을 때 유사성을 놓고 다투는 사례가 많다. 창작할 때 기존의 대상을 어디까지 모티브로 해 표현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인데 사실 캐릭터가 모두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법원은 실질적으로 어떤 부분이 유사성이 있는지를 따져 판단한다.

계약서에 쓴 문구의 해석을 놓고 벌어지는 분쟁도 다반사다. 보통 상품화 계약과 관련해 자주 발생한다. 계약으로 갖게 된 권리와 의무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건을 상세히 정해야 하는데 시중에 떠도는 아주 기본적인 계약서로 진행하다 보니 다툼이 일어나기 일쑤다. 숫자만 보고 사인하니 그런 사달이 난다. 표준계약서는 말 그대로 표준일 뿐이다. 내가 처한 조건과 상황이 다르므로 조항과 문구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계약할 때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계약 조항이 서로 맞지 않는 게 있는지 전체적인 해석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들여다봐야 한다. 계약서의 문구 하나로 하루아침에 눈앞에서 큰돈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 

그러니 계약할 땐 꼭 법률 조언을 받길 바란다. 세세한 의무와 권리의 조건, 범위, 특약 사항 등을 꼼꼼히 살피자. 똑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 용어에 대한 정의를 먼저 규정해 놓고 조항을 하나씩 써가는 게 좋다.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쓰길 권한다. 계약할 땐 너무 쉽게 사인하지 마시라. 변호사를 찾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꼭 확인해보시라. 사인하는 데는 3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계약을 해지하는 데는 3년이 걸린다.

 

 

향후 분쟁 소지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야는?

생성형 AI다. 생산성과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결과물만 본다면 사람이 만들었는지 AI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현재로선 AI가 만든 결과물에는 표기 의무도 없다.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자가 최종적으로 표현한다면 문제없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를 고유 창작으로 볼 것인지의 경계도 모호하다. 

그래서 창작자라면 AI가 학습할 기본 캐릭터의 모양, 특징, 세계관 등을 확정하고 이러한 원천 캐릭터의 저작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이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해놔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힘을 쓸 수 있다. 현재 AI가 만든 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창작의 주체를 사람으로만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지금은 관련 규정이 없지만 앞으론 생길 가능성이 높다. 원천 캐릭터가 등록돼 있어야 AI로 만든 캐릭터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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