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아이러브캐릭터> 창간 21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 캐릭터 산업 정체성 키우고 중장기 발전 계획 세워야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3 08: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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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haracter 21th Anniversary

●사회

최영균_ 월간<아이러브캐릭터> 소장
●토론

김효용_ 한국캐릭터학회장
손태영_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IP전략팀장
송락용_ 캐릭터디자이너협회장
이용수_ 아트라이선싱 대표

 

월간 <아이러브캐릭터>가 창간 21주년을 맞아 캐릭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특별 좌담회에는 김효용 한국캐릭터학회장, 손태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IP전략팀장, 송락용 캐릭터디자이너협회장, 이용수 아트라이선싱 대표(이상 가나다순)가 패널로 참석했다.

 


 

캐릭터 산업을 학술적으로 조명해본 적이 있을까?



김효용 한국캐릭터학회가 2018년에 설립됐다. 올 초부터 학회장직을 맡았는데 와서 보니 일단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콘텐츠의 한 장르이고 애니메이션보다 시장규모가 더 큰데 학문적, 이론적 기반이 상당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관련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 논문이나 데이터가 없으니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 매년 산업 백서는 나온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연구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 지금부터라도 학술적 토대를 마련해 나가야한다.


최영균 우리나라 대학에 애니메이션과, 웹툰·만화과는 있지만 캐릭터학과는 없다. 그래서 학회가 출범할 때 학과가 없고 교수도 없는데 어떻게 학회가 생기나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캐릭터학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콘텐츠는 캐릭터에서 출발하니까. 캐릭터가 있어야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콘텐츠 분야에서 캐릭터는 절대적이다. 캐릭터 디자인이 발전한 만큼 학술 연구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외부에서는 캐릭터 산업을 어떻게 바라볼까?

송락용 캐릭터 산업은 담보력이 있는 저작물을 거래하는 단일 구조 형태의 산업이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은 다르다. 애니메이션, 게임과 연계된 주변 산업이란 인식이 강하다. 통계청이 분류한 산업코드에도 캐릭터는 콘텐츠에 포함돼 있을 뿐이다. 단일 코드가 없다. IP라는 틀에 가둬놓으니 산업을 담당할 주체가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우선 캐릭터 산업의 의미와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융자를 얻으려 신용보증기금에 가면 담보나 매출 딱 두 가지를 본다. 그런데 담보가 없다하고, 매출도 적으니 대우를 받지 못한다. 돈을 구할 데가 없다. 그러니 회사들이 점점 쪼그라들고 반짝 잘된 몇몇 회사에 산업이 좌지우지된다. 캐릭터 산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손태영 캐릭터 산업을 단일 장르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파생 산업 아니냐는 거다. 그런데 요즘 트렌드를 보면 이모티콘이나 캐릭터 상품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는 단일 산업으로 존재하는게 가능하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애니메이션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다른 콘텐츠와 달리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소자본으로 뛰어들어 소규모 팬덤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있어 앞으로 롱테일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현장에서 볼 때 지원이 더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용수 요즘 주위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애니메이션, 만화는 있으나 캐릭터팀은 없다는 거다. 전담팀이나 담당자가 없다는 뜻이다. 지원 사업 공고에 나온 담당자 빼곤 아무도 모른다. 캐릭터 분야에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두 번째는 상품 유통에 더 힘써줬으면 한다. 모든 사업은 유통과 연결된다. 크림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통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 해외 지사를 많이 두고 있지 않은가. 이를 활용해 해외에 유통망을 연결해주면 신규 캐릭터의 라이선싱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새로운 작가나 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 문턱을 더 낮췄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원 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매출로만 보지말고 큰 하자만 없다면 캐릭터의 발전가능성을 믿고 신인 작가나 신진 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폭을 넓히면 좋겠다. 청년 가점제를 주든지 해서 루키들이 설 수 있는 자리와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해외 캐릭터 상품의 병행 수입을 막는 규제도 필요하다. 예전에는 어느 곳에서만 라이선싱 사업을 할지 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헬로키티와 계약한 사업자가 일본에서 만든 상품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직접 팔고 있다. 이러면 국산 캐릭터가 계약이 잘 안되고 해외 캐릭터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김효용 독립 애니메이션 창작 지원 사업은 정말 신진 작가를 위한 것이다. 심사위원들도 그 취지를 알기 때문에 상을 많이 타고 이미 성공한 사람보다 루키들이 선정되도록 신경쓰더라. 캐릭터 쪽에서도 그런 사업이나 움직임이 많이 필요하다.


송락용 예전에 캐릭터 분야에도 애니메이션처럼 부트캠프사업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갑자기 없어졌다.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업이었는데 사라져서 아쉬웠다.


최영균 캐릭터페어에 가면 대학생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대학에서 관련 인재를 많이 키워 사회에 내보내고,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높여줄 사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개미들이 모여서 큰 매출을 만들어내는 게 캐릭터 산업 아닌가.

 


손태영 작년 12월에 콘진원이 발표한 '2024 콘텐츠산업 지원 혁신계획'에 따르면 콘텐츠IP 전담부서는 장르별 IP를 사업 부서에 연결하고 조정해 시너지 효과를 내게하고, 장르 구분 없이 새롭게 해야될 일들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가진 조직이다. 그래서 IP 구분 없이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에 따라 우선 장르 구분없는 스토리와 캐릭터 사업을 묶었던 것 같고 올해 신설된 조직인 콘텐츠IP전략팀이 맡게 되었다. 이번에 사업을 해보니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은 연계되는 지점이 많아 사업을 같이 운영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다. 그리고 캐릭터 사업은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IP 인지도가 낮아서 부처에 사업방향이나 성과를 인식시키는 게 쉽지 않아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다소 있다. MZ세대들은 잘 알고 상품도 많이 사는 유명한 캐릭터라 해도 윗세대에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헬로키티처럼 유명 캐릭터가 나와야 관련 사업을 키우기도 수월하다. 성공 사례가 하나둘 나오면 달라질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뽀로로, 핑크퐁, 티니핑처럼 적기에 한 번씩 크게 터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용수 일본 유명 캐릭터를 얘기할 때 헬로키티나 도라에몽을 예로 들지만 사실 몇 개 안된다. 일본 캐릭터도 수백 개, 수천 개가 있는데 입에 오르는 건 2∼3개뿐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캐릭터가 3∼4개 정도는있다. 일러스트페어에만 가도 행사 기간에 4,000만∼5,000만 원씩 버는 작가도 많다. 일부 이름있는 캐릭터만 갖고 성공했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다.


손태영 우리가 IP 사업에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머천다이징 때문이다. 제작 지원 말고 더 할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 해외 사례를 통해 결국 상품화로 이어져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MD 관련 지원사업에 확장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사업방향이 라이선싱사업쪽으로 향해있다. 신규 사업을 보면 다 상품개발과 유통에 연관돼 있다. 정부에서도 근래들어 K-콘텐츠IP가 연관산업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기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사업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이용수 유통망이 넓어진다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누가 상품을 받아서 그저 뿌리는 게 아니라, 가령 콘진원이 태국에서 잘나가는 쇼핑몰이나 편의점 같은 매장을 하나잡아 1년 동안 유통망으로 활용한다면 기업들이 너도나도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손태영 IP 라이선싱 빌드업 사업 등을 통해 유통처를 연결해주고 있는데 문제는 유통사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연결은 가능하더라도 어떤 조건을 걸 수가 없어서 힘들다. 그럼에도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과 라이선싱 계약을 성사시켰다. 처음 뚫어놨으니 이게 잘되면 다음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유통처를 뚫으면서 상품이 보다 많이, 널리 팔리는 구조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대신 우리가 직접 유통을 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IP홀더와 라이선시가 연결될 수 있는 판은 최대한 많이 깔아보려 한다.

 

 

최영균 상품화 지원 사업이 캐릭터 회사를 도와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제조사를 돕는 거다. 캐릭터 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데 제조업은 산업자원부 소관이다. 문체부돈이 다른 곳으로 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산자부 예산이 콘텐츠 쪽에 쓰이도록 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 이쪽 분야에서 캐릭터가 떠서 재미를 본 제조사가 많다.


송락용 어느나라에 가봐도 우리나라만큼 지원을 잘해주는 나라가 없다. 다만 사업 예산이 명확하게 구분돼 효율적으로 사용되면 좋겠다. 창작 기반 산업에 지원해주는데도 “왜 지원을 안 해줘요?” 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따라서 백서에 캐릭터 산업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선을 그어 영역을 정확하게 규정했으면 한다. 그래야 기재부도 예산을 명확하게 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없을까?
손태영
금융 팀에서 진행하고 있다. VC들과 연결돼 있어 투자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면 금융 팀으로 넘긴다. IR 데모데이 프로그램이 있는데 준비된 기업이나 작가를 추려 금융 팀에 전달해 투자자 연결을 돕기도 했다. 문제는 투자를 받으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성장 가능성과 매출 신장세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교육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수익이 좀 나니 회사를 더 키우려고 투자자를 찾는 것 아닌가. IR은 지원금 받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되는데 사실 창작자들에게 이런 사업적 마인드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김효용 투자는 그간 해왔던 일을 토대로 결정하기 마련이다. 성공한 IP가 있고 이를 통해 얼마나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사례가 있어야 한다. 이런 레퍼런스나 역량이 측정 가능해야 할 텐데 이런 대표적인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야 과제는?
송락용 여론몰이가 필요하다. 학회와 협·단체가 모여서 산업 동향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는 정책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안에 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또 다시 똑같은 얘기로 허송 세월만 보낼 수 있다.


최영균 이런 건 김효용 회장님, 송락용 회장님이 앞장서주시면 좋을 것 같다. 업계 얘기를 계속 듣고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니까.

 


송락용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에 관한 중장기 계획이 세워진 건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가 꾸려지고 기재부가 계획을 내라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뭘 만들자고 하는게 중요하지 않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자꾸 위에 뭘 세워보려고 한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 일단 기반을 닦는 게 급선무다. 캐릭터 산업의 정체성을 확실히 정의하고 인식시키는 게 필요하다. 문체부에도, 산자부에도, 과기부 그 어디에도 캐릭터는 없다. 정부 부처 어느 곳에서도 캐릭터를 다루지 않는데 산업은 존재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라에서는 지원하는데 산업이 발전하는게 아니라 거꾸로 더 어려워진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토대로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김효용 실은 우리조차도 기반이 없나, 인프라가 없나,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서글프다는 생각도 든다. 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인 상황에서 누구한테 무엇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우리가 마음이 급하다. 지금 당장 뭘 결의하고 내년부터 무슨 사업을 해야한다고 말하다가 자칫 실기하는 건 없는지 살펴야한다.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거나 무언가 빠진 상태에서 계속 성장하려고 무작정 페달만 밟았던 부분은 없는 지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한다면, 그 뭔가를 큰 로드맵 안에서 추리고 정리하고 순서를 정하면 좋겠다. 중장기 계획은 왜 필요한가. 연구를 하든 정책을 시행하든 사업을 하든, 어떤 기준에 따라야 한다. 논의를 매듭짓고 방법을 추진할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이 어렵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법이 있고 자문기구도 있으니 얘기가 한 곳으로 모이고 생각을 공유하고 목소리가 커져서 그런거다. 협의 체제가 만들어지면 의견이 모아지고 조율도 되면서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고 방향이 설정된다. 캐릭터업계는 목소리가 산발적이고 구심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우리 학회나 협·단체가 중심이 돼 지속적으로 산업을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야하겠다. 그러려면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올해 무엇을 하고 3년 안에 무엇을 달성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가야 할 목표가 세워진다면 산업발전을 위한 다듬어진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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