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기술 활용의 목적이 시각적 효과와 퀄리티, 몰입도나 체험 수준을 위한 작품 그 자체의 품질과 감상의 형태에 맞춰져 있다면, 지금은 작업 방식이나 효율성, 환경개선에 맞춰져 있다.
아마 늘어나는 작품 수요에 대응하고 분량은 늘리되 작업 일정은 줄여야 하는 환경적 요인이 많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또 그 과정에서 작가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노동집 약적 작업환경의 개선에 대한 고민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웹툰산업에서 적극 다뤄지는 기술이 AI다. 어떤 기술은 테스트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상용화에 가까운 단계에 도달하고 있고 어떤 기술은 일반에 공개돼 제공되고 있다. 웹툰 작업에 적용되고 있는 AI 기술은 캐릭터나 배경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채색하는 기술, 밑 그림 수준의 러프 스케치를 정교한 선화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기술, 텍스트 방식의 이야기 전개를 그림 콘티의 방식으로 출력하는 기술, 사용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조합하여 완성된 형태의 장면을 그려내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성공 사례가 나오기보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한 변수도 많다. 특히 캐릭터나 배경 장면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거나 무엇보다 같은 형태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연속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에는 기술의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
따라서 기술을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작업 전반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웹툰 기술의 분석과 방향성
그렇다면 앞서 제기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자.
우선 AI가 창작에 있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며 인간의 영역을 어느 범위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결과물에 대한 완벽성은 아직 부족하다고 하지만 AI 기술은 분명 창작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수많은 데이터의 축적과 다양한 사례, 결과를 조합해 가장 최적의 방식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AI는 완벽하게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이를 허락할 것인가, 그리고 대체된 결과물을 창작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AI의 영역은 시간과 인간의 체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유지되지 않을까 한다. 작품 기획 단계와 수정 및 보완이 이뤄지는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크다.
작품 창작의 시작과 끝이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AI 기술이 보편화가 되면 100% 사람이 작업한 창작물과 AI가 대체한 창작물이 명확히 구분돼 평가되거나 가치를 매기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AI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사용 문제를 포함해 최종 결과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분분하다.
하지만 AI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집된 이미지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더라도 출처를 명확히 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려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저작권은 누가 소유하게 되는가. 우선 저작권은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기에 앞으로 예측하지 못한 어떤 변화가 발생하거나 특별한 사례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AI에게 직접 저작권이 주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저작권은 AI를 개발한 사람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있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단 AI를 개발한 사람은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기능 또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본다. 즉,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주체적인 대상은 AI를 이용하는 사람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획 과정과 원하는 결과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시도와 행위가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 이에게 저작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웹툰 기술의 진화는 웹툰을 어느 곳으로 이끄는가. 이에 대한 답은 웹툰 기술이 가져올 장단점을 예측하고 분석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웹툰의 기술이 가져오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이 지속성장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범강
·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 아이나무툰 대표
아이러브캐릭터 / 서범강 회장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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