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주(프로듀서)
·미국 Astro-Nomical Entertainment 공동대표/프로듀서
·캐나다 툰박스 공동대표 역임
·한국 레드로버 고문 역임
·KT 콘텐츠 전략/IPTV 콘텐츠 수급 담당 전문 임원 역임
·홍익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Walt Disney Korea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중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좀 더 살펴보겠다.
영화를 비롯해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중국 시장 개방 이후 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러던 중 판빙빙의 탈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침체에 빠졌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분야도 고속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에 처해 있다. 지난해 중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애니메이션 너자(Nezha)는 중국이 약 7억 달러에 상회하는, 전 세계에서 거둔 수익의 90% 이상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어 올해 최고 흥행 기대작인 Legend of Deification이 10월 연휴에 맞춰 개봉했다. 중국산 애니메이션이 전체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올리긴 했지만 제작사들이 이익을 내는 데는 아직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전해진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 제작에 필수인 세트장이나 현장 촬영은 필요 없지만 창작과 제작에 관련된 인력과 시간, 자본이 엄청 들어간 다. 또 실사영화처럼 극장이 광범위하게 호응해야 하는 분야인데, 올해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다.
팬 4억 명 시대-파생상품 시장 개척해야
중국에는 현재 10여 개의 애니메이션 관련 제작사가 상장돼 있는데 올 상반기는 적자인 상황이다. 너자와 Legend of Deification을 제작한 Enlight Media는 상반기 약 2천만 위안, 한화로는 약 34억 원의 수익을 내 흥행에 비하면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아직은 파생 상품 시장의 활용을 극대화해 춘궁기에 생존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처럼 DVD, VOD, 소비자 상품 등이 수익으로 연결되야 하는 데, 중국은 대부분의 매출과 수익을 극장 흥행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초기 성장 상태이기 때문에 연관 파생상품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법과 노하우가 부족하 다. 예를 들면 너자가 작년에 한화로 7천억 원 이상의 수익은 거뒀지만, 극장 흥행 외에 소비자 상품 분야 매출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중국 시장의 전반적 문제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국 시장은 성장을 지속하고는 있으나 극장 흥행만으로는 번창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산업의 전반적 체인, 즉 파생상품, 게임, 방송 및 인터넷 판권 등을 망라해 개발 방법과 전략을 개봉 전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 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국 애니메이션 팬이 올해에는 약 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인구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제 그 많은 팬들의 관심을 붙잡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숙제가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디즈니와 뮬란의 고전
할리우드에서는 실사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중국 또는 아시아를 소재로 하거나 해당 지역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말 많고 탈 많았던 디즈 니의 실사영화 뮬란도 그중의 하나로 유역비 등의 스타를 내세워 여성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중국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엄청난 돈을 들였다.
중국에서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전형적인 공주와 왕자의 만남, 해피엔딩 스토리가 매우 낯선 것이었다. 오히려 마법으로 여자로 변하는 여우와 요괴 뱀, 또는 90년대 TV에서 유행하던 남장 여자 이야기에 더욱 익숙한 세대가 많다. 따라서 1998년 개봉했던 디즈니의 뮬란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보다 더 친근하게 느낀 이유는 뮬란이 자신의 혼인보다 가족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뮬란은 아마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이 왕자와 혼인하지 않은 최초의 여성일 것이다. 또 뮬란은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힘 또는 엄청난 무술 실력 같은 것을 지니지 않은 여성 전사다. 따라서 전통적인 동아 시아의 여성적 아름다움이 부상하는 시기에 디즈니가 다시한 번 강인하고 도전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뮬란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뮬란에 미치지 못했다. 주인공 유역비는 여성적인 날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는 무술 실력과 강인 하지 못한, 전체적으로 여전사답지 않은 이미지를 보여줬 기에 여성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디즈니가 전 세계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의 미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정답은 없었다. 군대를 가든, 운동선 수가 되든 여성적인 미는 물론 강인함을 추구하는 애니메이 션의 뮬란과 같은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했다면 젊은 여성들이 공감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디즈니의 뮬란과 중국판 뮬란
디즈니의 실사영화 뮬란이 중국 관객으로부터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는 동안 중국의 제작사가 다르게 접근한 뮬란 이야기가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필자도 잘 알고 지내는, 광저우에 있는 골드밸리 영화사가 제작한 쿵푸 뮬란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이번 연휴에 개봉했다. 올해 기대작인 애니메이션 JIANG ZIYA: Legend of Deification 과 경쟁하는 양상이다.
쿵푸 뮬란의 프로듀서는 “98년도 뮬란은 대단한 흥행을 거두었지만 주인공 뮬란은 미국식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우리는 좀 더 중국식 스타일과 이야기 방식으로 중국 관객에게 선보이려고 한다” 고 했다.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은 2억 달러, 쿵푸 뮬란은 1,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으니 제작비로 치면 비교가 되지 않지만 흥행이 반드시 제작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중국 제작사가 주도한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의 것과 어떻게 다를지 비교 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집단의식 또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에 비추어볼 때, 가족이나 집단의 이익보다 개인의 존재를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경향에 초점을 맞춘 제작사의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고 볼 일이다. 요즘 중국의 젊은 세대가 의무와 명예 같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중시한다고 생각 하는 것 자체가 구식인 것이다. 근래 성공을 거둔 너자와 몽키 킹: 영웅의 귀환에도 이러한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 너자는 중국 전설 속의 인물이지만 현대적 해석을 통해 운명보다는 내 인생을 직접 개척한다는 주제의식이 뚜렷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도중에 새로운 뉴스가 들려왔다. 기대 속에 개봉한 중국판 쿵푸 뮬란이 3일 만에 극장에서 내려 지는 수모와 함께 관객과 전문가로부터 스토리 전개는 물론 연출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이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11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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