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역시 올 상반기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할리우드의 동향과 주요 소식,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변화에 초점을 맞춰 몇 가지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쓰는 6월 중순 직전 인종차별에 항의 하는 시위(Black Lives Matter)가 미국 전체를 뒤덮은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 석 달 만인 6월 12일부터 영화, 드라마 등에 대한 현장 제작을 허용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엄격한 통제와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동안 전면 중단됐던 영화, 드라마, 음악, 광고 등의 현장 촬영이 재개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제작 스태프와 배우 등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겪은 경험을 소개하자면 지난달 미국의 유명 연예정보 매거진 <베니티 페어(Vanity Fair)>를 발간하는 잡지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수습으로 제작이 재개된 나라인 한국의 현장 상황이 어떤지 문의한 것이다.
이에 현지 상황을 자세히 말해줄 한국의 관련 전문가를 연결시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의 선진 방역 시스템 덕분에 내심 뿌듯했다.
할리우드의 주요 소식을 살펴보면 올해 예정된 전 세계의 크고 작은 영화제나 마켓이 취소 또는 연기됨에 따라 많은 일정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 의미 있는 온라인 영화제가 유튜브에서 열렸다. 지난 5월 ‘우리는 하나’ (We Are One)란 주제로 트라이베카 영화제가 주최했는데 베니스, 베를린, 도쿄, 토론토 영화제 등 세계 주요 20 개 영화제가 함께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시스 코폴라, 스티븐 소더버그 외에도 봉준호, 송강호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우리 에게도 익숙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6월 중순 온라인으로만 열리는데, 우리나라의 무녀도와 기기괴괴-성형수 등 2편의 장편이 초청됐다는 낭보를 듣게 돼 매우 기뻤다.
William Salazar’s‘ Bird Karma.
매년 6월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라이선싱쇼도 올해 40주년을 맞았지만 결국 취소돼 6월 15일부터 이틀간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온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세미나와 비즈매칭, 네트워킹과 전시 등의 프로그램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하니 눈여겨볼 만하다.
몇 주간 쏟아져 나온 기사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은 코로나 19가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아와 어린이 관련 산업,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오히려 제작 편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극장용 작품은 연간 제작 편수가 많지 않아 타격을 받는 1순 위로 지목되고 있지만 방송이나 OTT용 작품(주로 시리즈 물) 제작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통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어찌 보면 게임 분야와 함께 당연한 현상이 라고 여겨진다. 다음 기회에 좀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최근 <키즈스크린>이란 잡지에 주목할 만한 통계와 기사가 실렸다. 애니메이션의 고품질이란 과연 무엇 인가 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통계에 따르면 집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발견된 사실 중 하나는 부모와 아이들간의 선호도와 인기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 입장은 화질, 디자인, 음악 등 겉으로 보이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작품을 권유하지만 아이들은 이보다 재미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정규방송보다는 유튜브, 틱톡 등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앞으로 더욱 많은 애니메이션이 필요하지만 제작비 부담은 줄여야 하는 만큼 제작자나 방송사 입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품질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특히 한국처럼 디자인과 비주얼에 치우친 작품을 개발하기보다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더욱 비중을 두는 게 어떨까 하는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할 때인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미국 역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최근 인종차별 항의 시위 또한 할리우드와 어린이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즈니는 흑인 인권단체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고 레고사 역시 흑인 인권보호와 교육 개선에 5,400만 달러를 기부함과 동시에 30여 종에 이르는 경찰놀이 관련 블록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흑인 인권을 다룬 영화 중 하나인 셀마(Selma) 등이 온라인에서 무료로 상영되고, 미국 여성 애니메이션 단체 (WIA, Women in Animation)는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와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와 행동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CNN은 최근 K-팝 (Pop) 그룹이 SNS를 통해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밝힌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발생한 대형 극장 체인과 유니버설 영화인 트롤(Troll)의 극한 대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규모 지방 극장 체인은 5월 말부터 영화 상영을 시작했고 미국 전역의 극장에서 트롤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오픈이 예상되는 대형 체인이 OTT를 통한 영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Doctor Elise: The Royal Lady of the Lamp
한국 업체들의 관련 소식을 살펴보면 네이버가 글로벌 확장을 위해 웹툰의 본거지를 미국으로 이전한다는 소식, 레진코믹스가 키다리 스튜디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뉴스가 눈에 띈다. 이것 역시 영화, 음악, 드라마 등에 이어 한국 웹툰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 분야도 범업계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생존 대책을 비롯해 한국과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중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듯싶다.
마지막으로 하반기와 내년 초의 해외 주요 애니메이션 행사에 대한 등록 안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시안애니메이션서밋(Asian Animation Summit), 내년 2월 미국 마이애미의 키즈스크린 등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7월 서울에서 열리는 SPP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온라인 마켓에서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안홍주(프로듀서)
·미국 Astro-Nomical Entertainment 공동대표/프로듀서
·캐나다 툰박스 공동대표 역임
·한국 레드로버 고문 역임
·KT 콘텐츠 전략/IPTV 콘텐츠 수급 담당 전문 임원 역임
·홍익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Walt Disney Korea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7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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