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의 촌스러움이 오늘의 트렌드가 된다. 바로 우리 일상에 몰아치는 뉴트로(New-tro)에 대한 이야기다.
새로움(New)과 레트로(Retro)라는 단어가 합쳐진 신조어로, 단순히 문화의 영역을 뛰어넘어 아날로그 감성의 패션 아이템부터 유통, 산업 등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소비재로 생산됐다. 특히 1980~90년대에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의 어린 시절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 얼·Z세대) 취향까지 사로잡으면서 추억 속 애니메이션까지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귀환
1989년 방영됐던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가 상상 속 먼 미래로 날아왔다. KBS는 유튜브 채널인 KBS Archive: 옛날티비를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주의 원더키디는 2020년을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으로, 지구에서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는 13세 소년 아이캔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구의 멸망으로 회색빛이 된 도시,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접시 등이 등장해 상상과 현실을 비교해보는 재미로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난 1월 1일 오전 10시부터 약 5 시간 30분 동안 1화부터 13화까지 연속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트리밍 이후 콘텐츠를 업로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쉽게도 지금은 감상할 수 없다.
15년 만에 부활한 달빛천사
2004년 방영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달빛천사’도 재편성됐다. 달빛천사는 병으로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12세 소녀 루나가 저승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16 세 가수 풀문으로 변신해 꿈을 이루는 내용으로 1990년대 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12월 18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투니버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매주 4화분이 방영되며 1화 부터 52화까지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하나영 CJ ENM 애니메이션 사업부 편성기획팀장은 “달빛천사를 시작으로 애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편성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화제가 됐던 달빛천사의 OST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부활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가수인 만큼 성우 이용신 씨가 부른 뉴퓨처를 포함해 마이셀프, 이터널 스노우, 러브 크로니클 등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오프닝곡 ‘나의 마음을 담아’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저작권 문제로 정식으로 발매되지 못해 비운의 OST로 불리게 됐다.
그렇게 15년이 흘러 어른이 된 달빛천사의 팬들은 한 대학 축제를 계기로 마음을 모아 국내 정식 OST 발매 펀딩을 진행했고 17일 만에 22억여 원을 모았다. 6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이 펀딩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BT21, 레트로풍 영상 콘텐츠 화제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가 뉴트로 트렌드에 주목 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레트로풍의 영상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중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라인프렌즈가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BT21 UNIVERSE의 4화인 쿠키(COOKY) 편은 눈에 띄는 사례 중 하나다. 살짝 빛바랜 화질과 경쾌한 멜로디, 그리고 ‘힘이 들 땐 쉬어도 괜찮아 다시 힘껏 달리면 되니까’와 같은 직설적이고 오글거리는 자막은 어렸을 적 즐겨보던 만화영화를 연상케 한다. 글로벌 밀레니얼 캐릭터 BT21의 COOKY와 친구들의 성장과 우정을 담은 내용으로 제작돼 하루 만에 조회수 50만 이상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설의 태권브이·우뢰매, 피규어로 등장
국산 레트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피규어로 연달아 출시되기도 했다. 국내 키덜트 시장이 1조 원 규모로 확장되자 롯데마트의 완구 매장 토이저러스는 추억의 캐릭터인 우뢰매를 42cm 크기의 피규어로 자체 제작해 선보였다. 2017년 출시해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태권브이 피규어의 신화를 우뢰매로 이어간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 판매 하락이 눈에 띄던 지난 2017년 부터 피규어와 프라모델, 드론 등 성인 소비층을 겨냥한 상품을 늘려왔다. 전국 43개 매장에 모두 피규어존을 설치했고 잠실, 은평, 양평, 구로 등 4개 점포에는 키덜트존을 따로 구성했다. 관계자는 “2017년만 해도 키덜트 제품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15%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토이저러스가 키덜트족에게 주목하기 시작한 건 태권브이 피규어를 출시했을 때부터였다. 롯데마트는 키덜트 문화의 대표 아이템인 피규어로 승부를 보기 위해 ‘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과 국내 피규어 도색의 최고로 꼽히는 이동한 작가, 태권브이 피규어 제작의 일인자 김경인 작가를 한데 모았다. 이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태권브이는 총 2,500개 물량이 완판되며 1억 5,000만 원이라는 역대급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후에 추가로 선보인 ‘더 태권브이’ 피규어도 500개가 전량 소진됐고, 2018년 10월에 출시한 ‘합금 태권브이’ 피규어는 3,000개가 판매됐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2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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