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당분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화두가 될 큰 흐름의 하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흐름은 한국은 물론 해외 창작자와 제작사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직접 작품을 개발·제작하는 우리 회사도 직접적으로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니메이션 타깃층의 확대와 혁신적 제작 기법의 도입
타깃층의 확장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와 함께 영상을 보는 경향이 있는 그들의 젊은 부모(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1, 2년 사이에는 청소년과 좀 더 젊은 청년(대략 15~25세)들에게 어필하는 작품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며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개발 및 제작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을 촉진시킨 몇 개의 대표 작품을 살펴보자.
소니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먼저 2018년 연말 전 세계에서 개봉한 소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가 청년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기대 이상의 흥행(순수 제작비 9,000만 달러, 전 세계 박스오피스 약 3.8
억 달러)을 거뒀다. 이에 자극 받은 소니는 어린이와 가족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타깃 연령층을 확대한 작품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물론 디즈니나 픽사 영화처럼 전 가족 연령층을 상대하지는 못하는 만큼 흥행 수익을 5 억 달러 또는 10억 달러 이상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제작비를 1억 달러 이하로 책정하고 세제 혜택이 엄청난 밴쿠버의 자체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디즈니는 평균 1편당 순제작비(마케팅 광고비 제외)가 1~2억 달러다.
한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이고 전통적인 2D, CG 제작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영상을 보는 눈이 있는 연령층에게 매우 신선한 자극을 준 것이다. 2D, CG, Hand Drawn을 적절히 믹스해 최대한 자연스럽고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 다. 3명의 감독 중 2명이 아티스트인 부분이 그러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는 추정과 함께, 유명 작가를 공동 감독으로 내세워 제일 중요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우려를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제작비는 좀 들었겠지만…. 참고로 미국에서는 보통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공동 감독 제도를 도입해 비주얼과 스토리를 적절히 보완함은 물론, 신진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로봇
두 번째 예는 작년 봄에 나오자마자 할리우드에서 한창 화제가 된 넷플릭스의 화제작 러브, 데스+로봇(Love, Death and Robot) TV시리즈다.
현재까지 시즌1인 18개 에피소드를 마치고 시즌2 19화까지 방영됐다. 방영 길이가 각 편당 6분 분량에서 17분 분량까지 다양하게 만들어 스트리밍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2D, CG, 실사 등 제작 기법을 다양하게 혼합했다. 특이한 것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제목에서 암시하듯 완전히 성인용이라는 점이다.
물론 전통적인 방송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스트리밍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되 모든 연령층을 다 만족시키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SF, 호러, 코미디 등) 시도 및 개발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청년들을 만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데드풀과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의 감독 팀 밀러와 에이리언3를 연출한 데이빗 핀처가 운용하는 블러 스튜디오 (Blur Studio)가 기획 및 제작을 주도했다. 특히 시즌2에는 쿵푸팬더 2편과 3편의 감독 출신이며 한국계인 제니퍼여 넬슨이 Supervising Director로 합류했다. 한국의 유수한 스튜디오 몇 곳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넷플릭스 애니메 이션 제작(2D 중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향을 받은 탓인지 근래 성인용 작품을 기획·개발하는 곳이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는 가족용 콘텐츠 팀 외에 성인용 부서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2016년 소니에서 픽업한 성인용 작품 소시지 파티를 개봉해 나름 북미 흥행에(당연히 해외는 별로) 성공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극장용으로서는 매우 드물다 할 것이다.
넷플릭스의 클라우스
세 번째 작품의 예를 들자면 지난 가을 북미 소수 극장에서 단기 개봉한 이후 11월 초에 공개된 넷플릭스의 야심작 클라우스(Klaus)다.
몇 년 전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디즈니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슈퍼배드의 원안가로 알려진 서지오 파블로스의 감독 데뷔작이다. 티저 영상 공개 이후 누가 투자와 배급을할 것인지 궁금했는데 결국 넷플릭스에서 약 5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극장 상영은 아카데미 수상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단기 개봉한 것이고, 넷플릭스에서 공개하자마자 산타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코믹한 스토리와 함께 가히 혁신적인 비주얼 스타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디즈니에서도 이 영화의 혁신적인 비주얼 스타일을 연구 및 분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전문가에게 보여줘도 처음에는 언뜻 2D인지 3D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지만 사실은 100% 손으로 그린 작품으로 조명과 렌더링 부분에 엄청난 R&D로 공을 들였다. 진부하게 보일수 있는 전통적인 Hand drawn 기법에서 벗어나 마치 3D 인 것처럼 보이는,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제작 기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연구와 세미나 등이 세계적으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 회사도 제작 초기 단계인 넷플릭스 시리즈와 최근 개발을 마친 디즈니 시리즈는 물론 외주 및 개발 컨설팅 의뢰를 요청받은 다수 작품의 제작 기법에 대한 논의와 조사를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먼저 타깃층에 대한 정확한 분석, 제대로 된 스토리가 우선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는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진부할 수도 있는 기존의 2D는 입체적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3D는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참신한 시도와 도전이 더욱 세차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2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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