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담미디어, “기술 기반의 콘텐츠 창작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어요”, 박석환 CSO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2 08: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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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재담미디어가 지난해 이현세 작가와 만화&웹툰 제작을 위한 AI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맺었다. 올해는 웹툰기술연구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웹툰 IP의 성장을 돕기 위한 플랫폼을 하반기에 론칭할 예정이다. 재담미디어가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박석환 CSO를 찾았다.


2018년 출간한 책 웹툰콘텐츠 플랫폼은 어떤 내용을 담았나?
디지털 만화에 관한 원고를 모은 책이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웹툰산업에 나타난 변화를 담았다. 글을 쓰던 당시에는 무료였던 웹툰의 유료화가 이슈였다. 웹툰 소비를 활성화하려면 포털이 제값을 주고 사서 국내외에 유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2013년 레진코믹스가 등장하면서 유료화 흐름이 급속도로 빨라졌고 수년 만에 IP산업의 한축을 차지하는 유망 콘텐츠로 급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를 IP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소비자만 찾던 만화를 다양한 콘텐츠로 변모시켜 소비층을 확 넓히는 효과를 가져왔다. 공짜로 보던 웹툰을 유료화하고 세계에 알려 IP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었던 건 포털의 역할이 컸다.

 

이현세 작가와 AI 기술 개발에 나선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이현세 작가와 만화·웹툰 제작을 위한 AI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맺었다. 그가 44년간 만든 만화·웹툰 4174권을 AI 학습용 데이터로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저작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그가 남긴 거대한 유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만화의 길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직접 찾아가 제안했다. “재담미디어가 기술 지향성 웹툰 개발 사업을 벌이는데 한국 현대 만화의 문을 연 작가님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고 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이셨다. 사실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재담미디어에 합류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이현세 작가의 화풍 아카이브를 구축해 한국 만화의 DNA를 보존하고 영구적으로 활용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걸 완성하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것처럼 디지털 데이터로 남은 이현세 작가의 화풍을 직접 활용해 창작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그림을 그리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앞으로의 만화는 새로운 시각적 재미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탁월한 비주얼 아티스트가 한 컷은 그려낼 수 있어도 무수히 많은 컷을 그리긴 어렵다. 갈수록 시각적, 내용적 차별성이 강조되고 있다. 작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AI는 책처럼 계속 읽는 만화를 영화처럼 특정 시간에 집중해서 보는 콘텐츠로 변화시킬 것이다. 할리우드가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진보한 기술을 활용해 책을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가 그림을 그리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개선된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제 기술 지원을 받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건 쉽지 않다. 기술 기반의 콘텐츠 창작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 작가들이 AI기술에 익숙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최근 출범한 웹툰기술연구소의 역할은?
우선 재담미디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에 집중한다. AI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는 비용을 낮추고 작업 속도를 높여 새로운 콘텐츠를 빨리 만들 수 있게 한다. 웹툰 빌드업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플랫폼 쇼츠(shortz)도 개발한다. 웹툰 빌드업은 쇼츠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높인 웹툰을 포털에 공급해 더 크게 성장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포털에 공급하는 콘텐츠가 많아지니 주목받는 작품도 제한적이다. 이에 우리는 16화 미만의 짧은 콘텐츠를 쇼츠에 올려 인지도가 오르고 경쟁력이 생기면 이를 장편으로 만들어 포털에 공급해 IP파워를 키우겠다. 제작사와 유통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10월에 공개할 이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망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재담미디어가 자체 생산한 웹툰부터 대안 장르, AI콘텐츠, 유럽의 비인기 콘텐츠, 인디 계열 웹툰 등을 볼 수 있다.

 


기술 진보가 가져올 웹툰산업의 미래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기획·개발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작가의 역할이 크리에이터를 넘어 디렉터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면 1인 제작·사업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겠다. 특히 제작, 유통이 분산되고 다층화된 고객의 세분화된 요구에 응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미시적 형태의 콘텐츠도 출현할 것으로 본다. 매스미디어가 동시에 소비하게끔 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둔 콘텐츠 소비가 점층적으로 확산하는 구조로 바뀌지 않을까 한다. 플랫폼의 시대보다 개인의 시대, 콘텐츠가 플랫폼이 되는 시대, 작가가 곧 콘텐츠인 시대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앞으로 웹툰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단 웹툰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60개 국에서 한국 웹툰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정도면 볼만한 나라는 다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매출 규모로 따지면 일본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만큼 일본 만화의 벽이 높다. 전 세계 만화의 격전지가 일본이다.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6배 이상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호감을 갖는 콘텐츠가 바로 웹툰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5년 내에 일본 시장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해외시장은 자연스레 열린다. 유럽시장도 넓다. 불어권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면 미래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메가 콘텐츠 시장은 일본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은 불어권 아프리카 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이면 어떨까 한다. 새로운 방송 시스템도 눈여겨보자. 현재 넷플릭스의 지배력이 크다. 국가 중심의 방송 채널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시대다. OTT에 웹툰 원작 코너를 마련하면 웹툰 창작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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