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림을 그리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앞으로의 만화는 새로운 시각적 재미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탁월한 비주얼 아티스트가 한 컷은 그려낼 수 있어도 무수히 많은 컷을 그리긴 어렵다. 갈수록 시각적, 내용적 차별성이 강조되고 있다. 작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AI는 책처럼 계속 읽는 만화를 영화처럼 특정 시간에 집중해서 보는 콘텐츠로 변화시킬 것이다. 할리우드가 마블 코믹스를 기반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진보한 기술을 활용해 책을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가 그림을 그리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개선된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제 기술 지원을 받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건 쉽지 않다. 기술 기반의 콘텐츠 창작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 작가들이 AI기술에 익숙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최근 출범한 웹툰기술연구소의 역할은?
우선 재담미디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에 집중한다. AI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는 비용을 낮추고 작업 속도를 높여 새로운 콘텐츠를 빨리 만들 수 있게 한다. 웹툰 빌드업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플랫폼 쇼츠(shortz)도 개발한다. 웹툰 빌드업은 쇼츠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높인 웹툰을 포털에 공급해 더 크게 성장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포털에 공급하는 콘텐츠가 많아지니 주목받는 작품도 제한적이다. 이에 우리는 16화 미만의 짧은 콘텐츠를 쇼츠에 올려 인지도가 오르고 경쟁력이 생기면 이를 장편으로 만들어 포털에 공급해 IP파워를 키우겠다. 제작사와 유통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10월에 공개할 이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망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재담미디어가 자체 생산한 웹툰부터 대안 장르, AI콘텐츠, 유럽의 비인기 콘텐츠, 인디 계열 웹툰 등을 볼 수 있다.
기술 진보가 가져올 웹툰산업의 미래는 무엇일까?
작가들의 기획·개발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작가의 역할이 크리에이터를 넘어 디렉터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면 1인 제작·사업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겠다. 특히 제작, 유통이 분산되고 다층화된 고객의 세분화된 요구에 응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미시적 형태의 콘텐츠도 출현할 것으로 본다. 매스미디어가 동시에 소비하게끔 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둔 콘텐츠 소비가 점층적으로 확산하는 구조로 바뀌지 않을까 한다. 플랫폼의 시대보다 개인의 시대, 콘텐츠가 플랫폼이 되는 시대, 작가가 곧 콘텐츠인 시대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앞으로 웹툰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단 웹툰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60개 국에서 한국 웹툰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이 정도면 볼만한 나라는 다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매출 규모로 따지면 일본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만큼 일본 만화의 벽이 높다. 전 세계 만화의 격전지가 일본이다.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6배 이상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호감을 갖는 콘텐츠가 바로 웹툰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5년 내에 일본 시장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해외시장은 자연스레 열린다. 유럽시장도 넓다. 불어권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면 미래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메가 콘텐츠 시장은 일본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은 불어권 아프리카 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이면 어떨까 한다. 새로운 방송 시스템도 눈여겨보자. 현재 넷플릭스의 지배력이 크다. 국가 중심의 방송 채널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시대다. OTT에 웹툰 원작 코너를 마련하면 웹툰 창작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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