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크루즈 · 블랙 위도우 모두 제 손을 거쳤죠 _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 _ 김다운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4 08: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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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 아이언맨2에 등장한지 11년 만에 첫 솔로 영화로 선보이는 블랙 위도우 ,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모티브로 만든 판타지 영화 정글 크루즈 등 올여름 극장가를 점령한 굵직한 작품들이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다. 본격적인 촬영이 앞서 다소 투박하지만 빠르게 영화의 가편집본을 만들어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김다운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의 역할이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아트스쿨 링링예술대학교 (Ringling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3D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지난해 미국 텔레비전 아카데미재단이 실시하는 대학생 TV 어워즈 후보에 오른 단편 애니메이션 돈 크록 (Don’t Croak)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영화계에 입문해 지금은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 사진제공: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 김다운님

 

▲ 사진제공: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 김다운님

그림을 그린 건 언제부터인가? 대학 입학 전까지 그림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었다. 다만 잘 그린 건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그림을 못 그리는데 미대에 어떻게 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당시 내 포트폴리오에는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작업들 이 들어 있었다. 미술 하면 그림을 우선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여러 분야가 존재한다.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카메라로 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 3D 프로그램 등으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도 있다. 실제 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어떤 과정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생각보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아티스트가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을 아티스트로서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확고한 스타일과 작업 방식이 있다면 그림 실력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어떤 작품에 참여했나? 당시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더 써드 플로어 (The Third Floor, Inc.)에서 근무하면서 디즈니의 실사영화 정글 크루즈 작업을 마치고 블랙 위도우 제작팀에 합류했다. 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작에도 참여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나?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다. 프리비즈는 Previsualization (사전 시각화)의 줄임말이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빠르게 영화의 가편집본을 만드는 작업이다. 작업 방식을 설명하자면 메인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여러 장면을 만든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배경에 캐릭터와 카메라를 배치하고 렌즈 선택이나 촬영 구도 , 카메라 워킹 등을 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촬영 구도나 연출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컴퓨터그래픽 없이 촬영이 가능한지 , 아니면 블루스크린과 후반 작업이 필요한지 등 영화 제작에 필요한 여러 요 소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다. 실제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를 동원해 이 작업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 것이다. 프리비즈는 이런 부분에 있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진제공: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 김다운님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진로를 정한 계기가 있나? 단편 애니메이션 돈 크록 (Don’t Croak)의 영향이 매우 컸다. 스토리보드부터 캐릭터디자인 , 모델링 , 레이아웃 , 애니메이팅 , 에디팅 등의 과정을 모두 홀로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단계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레이아웃 작 업과 에디팅 작업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 작품은 호러 , 스릴러 , 블랙코미디가 섞인 만큼 극의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키고 마지막 반전에 임팩트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해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여러 영화를 보며 분석하고 어떻게 응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보게 될 장면 하나하나가 카메라 연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 짜릿했다. 이러한 경험이 연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프리비즈 · 레이아웃 분야로 진로를 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지녀야 할 자질이나 요소는?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필수다.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이 많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영화 리스트만 50개가 넘는 것 같다. 작업하다 보면 동료들과 의논하거나 상급자에게 피드백을 받는건 당연한데 이때 오가는 대부분의 대화들은 특정 영화의 특정 장면을 언급하는 형식이다. 가령 ‘ 이 영화의 이 장면을 이렇게 응용하면 어떻겠나 , 이 감독의 작품 스타일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 하는 말들이다. 영화를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그림을 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2시간 분량의 영화는 정말 많은 샷과 시퀀스로 구성돼 있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작업한다. 때문에 내가 맡은 장면을 완벽하게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 이들이 모여 어떤 시퀀스를 구성하는지 , 그리고 이것이 영화 전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반복되는 수정작업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를 갖는 것 이다. 프리비즈 · 레이아웃은 영화 제작에서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그만큼 변경사항이 굉장히 많고 유동적이다. 확정된 줄 알았던 스토리가 며칠 뒤 새롭게 달라져 작업을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흔하다. 중요한 건 이러한 일들이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고 창작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프리비즈 ·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선 유연한 자세로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과 한국의 업무 방식이나 철학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에서 일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회사마다 , 팀마다 분위기와 업무 방식에 차이가 커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업무 방식에 있어 몇 가지 짚어보면 한국은 소통이 조직 단위로 이뤄지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혼자 작업한 것이라 해도 회의에서 감독에게 피드백을 받고 직접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에서는 팀의 책임자급만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작업자는 이들에게 전달받는 형식이라 낯설었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업무는 분업화가 잘돼 있다. 미국에서 일할 당시 카메라 연출이 주업무였는데 세트 디자인이나 모델링 업무까지 맡은 건 매우 드문 경우였다. 반면 한국에서는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모델링은 물론이고 텍스처링 (Texturing , 질감 묘사 또는 색을 칠하는 기법) , 리깅 (Rigging , 캐릭터가 움직 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까지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한국에서는 유관 분야를 모두 소화하는 제너 럴리스트 역량을 선호하는 것 같다.

독자 또는 후배들을 위한 한 마디 프리비즈 ·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되길 희망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 많은 영화를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영화가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떠올리고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을 하나씩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영화를 보고 어떤 장면이 왜 좋았는지 간단히 메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 뮤직비디오 , 다큐멘터리를 보며 다양한 스 토리텔링을 접하는 것도 좋은 영감이 될 수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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