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행복과 상실 _ 독립영화관 46 _ 송하영 감독

정주희 / 기사승인 : 2021-10-18 08: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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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실사 영상에서 아무리 치밀하게 구성한다 하더라도 분명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의 미장센까지 창조할 수 있기에 애니메이션이 갖는 매력은 그만큼 강력할 수밖에 없다. 음악과 만나 더욱 풍성한 스토리텔링을 전해주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I am sorry에서 송하영 감독이 흑과 백으로만 그려낸 모션은 역동적이며 강렬하고 가사와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다.

 

 

 

독자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영국 Kingston School of Arts에서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졸업하고 돌아와 현재는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는 송하영이다. 워낙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까지 순수미술을 공부해오다 대학 진로를 결정할 때 그림 같은 정적인 이미지보다 나의 생각을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I am sorry란 작품 소개를 부탁드린다 I am sorry는 2020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만든 작품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션 카코포니와 인연을 맺게 됐고 카코포니의 정규 앨범 ‘ 몽(夢) ’ 의 수록곡인 ‘ I am sorry ’ 를 베이스로 작업하게 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다. I am sorry는 사랑하는 사람 혹은 아주 각별했던 관계와 이별을 겪게 되며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한 노래로 , 가사에 ‘ 빛 ’ 과 ‘ 어둠 ’ 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좋은 주제가 될 수 있겠다 싶어 그걸 포인트로 잡아 작업했다.
빛과 어둠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 I am sorry는 빛을 담고 있는 실타래를 뽑아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지만 결국엔 잃게 되는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작화가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흑백으로 표현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색감을 넣었다면 그것 나름대로 더 멋진 작품이었겠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내가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색깔 대신 캐릭터의 입체감이나 흑백의 대비감 , 특히 공간감을 살리는 데 더 중점을 뒀다. 결과적으로 흑과 백의 대비가 잘돼서 오히려 주제를 표현하는데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공간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이유가 있나? 주인공은 어둠 속에 빛나는 실타래에서 한 가닥의 실을 뽑아 가로등 길을 만들기 시작하고 돌담길도 만들다가 나중엔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세계가 점차 확장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공간감과 거리감이 중요했다. 도시의 웅장함과 함께 캐릭터가 서 있는 공간의 거리감 ,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의 조리개를 조정하는 것처럼 시선에 따른 흐림과 선명도 , 빛과 어둠의 양을 생각하며 작업을 해나갔다. 또 작업 특성상 실제 현장을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가며 앞과 뒤의 흐림을 때론 작위적으로 편집하고 이미지와 이미지를 붙여가며 거리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뮤지션 카코포니와 협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영국에서 애니메이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을 이어나가면서도 계속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다방면의 리서치를 통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던 와중에 창의인재동반사업을 알게 됐다. 창의인재사업에 지원했을 때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색다른 작업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 특히 뮤직비디오 제작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다. 음악이라는 다른 분야의 창작자와 협업 경험을 해볼 수 있음과 동시에 ,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하고 창작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제작을 신청한 여러 뮤지션분들의 곡 중 ‘ I am sorry ’ 가 내게 가장와 닿았고 잘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 이 곡을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만의 장점이 있다면?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의 큰 장점은 가장 이상적인 아이디어나 스토리보드로 구성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추상적인 개념들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뮤직비디오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뮤직비디오다 보니 캐릭터의 동작을 박자와 리듬에 딱 들어맞게 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음이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면 캐릭터에 힘을 줘 다소 느린 동작으로 표현했고 클라이맥스에선 빠르고 격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극적인 느낌을 살렸다. 이렇게 소리와 애니메이션이 동화되어 함께 움직일 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최우수상을 받았던데?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의 작가님들 , 감독님들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좋았다. 특히 개인 작업을 하게 되면 좀 더 전문적이고 상업적인 피드백을 얻을 기회가 적은데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겼고 멘토링이라는 세션을 이용해 전문 멘토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의지도 되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길을 걸으며 분명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이 생길 테지만 아직은 내가 뭔가를 바라기엔 경험이 많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지금은 많이 배워나가고 알아나가는 단계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감사하게도 작곡가 카코포니와 마음이 맞아 같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엔 뮤직비디오가 아닌 다른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데 일단 이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게 현재의 목표다. 또한 앞으로 몇년 후 , 몇 십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브리사의 작품들처럼 모든 연령이 공감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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