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애니메이션 활성화를 위한 제언 _ 최유진이 바라본 독립애니메이션 ❷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05-28 08: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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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우리나라의 독립애니메이션은 1990년대 < 와불 > 등의 작품이 발표된 이후 정치 ·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제작이 활발히 이뤄져왔다. 작품 제작이 활발해지고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작품을 어떻게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관객을 만나러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독립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비단 창작에만 머물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 그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만들고자 했던 창작자들이기에 자신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독립애니메이션이 관객을 만나는 전통적인 첫 통로는 영화제다. 1995년 독립애니메이션 감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던 시점에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SICAF)이 처음 열렸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상영됐고 우리나라 독립애니메이션 작품들도 상영됐다.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던 작품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보게 됐을 때의 감동과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느끼는 벅찬 감동은 지금도 여전하다. 일본 히로시마 , 캐나다 오타와 그리고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작품들이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외에서 한국 독립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영화제뿐 아니라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한 상영회나 전시 등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독립애니메이션의 독립은 창작과정에서의 독립뿐 아니라 창작자들이 주체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배급의 과정에서의 독립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독립애니메이션은 1인 제작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감독들은 대부분 혼자서나 소규모 창작 그룹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저작권보호나 독립애니메이션 관련된 정책을 만들고 제안하는데는 한계가 많았다.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직이 필요했다.
그래서 2004년 12월 독립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중심이 된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가 출범했다. 1990년대의 여명기를 거친 우리나라의 독립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양적 , 질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1990년대 중반 ,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기존의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들은 한국감독들의 작품을 모두 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한국감독과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인디애니페스트가 시작됐다. 협회가 필요하면 만들었고 영화제가 필요하면 시작했다. 독립애니메이션 감독들은 ‘ 안 되면 되게 하라 ’ 를 실천하면서 자신들의 길을 개척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품은 상영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990년대 독립애니메이션을 시작했던 세대를 비롯해 또 다른 세대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감독들의 목소리가 다양해졌다. 환경 , 여성 , 동물 등 다양한 주제가 작품으로 등장했고 개인의 성장과 생각이 작품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2006년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장형윤 감독이 < 아빠가 필요해 > 란 작품으로 히로시마상을 받았고 정유미 감독이 2014년 자그레브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 연애놀이 > 로 대상을 받았다. 정다희 감독은 2015년 안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 의자위의 남자 > 로 대상을 , 지난해 오타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김강민 감독이 < 꿈 > 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오스카상 후보로 에릭오 감독의 < 오페라 > 가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을 찾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 어딘가에서 한국의 작품들이 상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작 기회의 다양화와 현실화 필요
이처럼 우리나라 독립애니메이션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고 국내외에서 높이 평가받는 시대를 맞았다. 이는 창작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품을 만들고 관객들을 직접 만나오면서 이뤄낸 값진 성과다. 이러한 창작자의 열정을 뒷받침해준 배경으로는 다양한 제작지원 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독립애니메이션 관련 제작지원 프로그램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독립단편 및 장편 제작지원 , 영화진흥위원회의 중단편 제작지원이 있다. 기관이나 지원금 성격에 따라 지원하는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 이러한 제작지원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독립애니메이션을 보다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됐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독립애니메이션은 특성상 감독이 대부분의 작업을 진행함에도 회계처리의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 법인 설립을 요구하거나 , 까다로운 행정서류 제출로 인해 지원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은 특히 신진작가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면서 작

가의 발굴과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지원사업의 본래 취지를 잊고 행정업무 중 하나로 취급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크다. 앞으로는 독립애니메이션 창작자들의 창작 여건을 면밀히 파악해 보다 친밀한 지원을 했으면 한다. 독립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짧지 않듯 이제는 다양한 작가 그룹들이 탄생하고 있다. 단편을 꾸준히 제작하는 작가들이 있고 , 중편이나 장편 제작에 도전하는 감독들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늘면서 온라인 시리즈를 기획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 광고나 뮤직비디오 등 상업적인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 작업하는 감독들도 늘고 있다. 이렇게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감독들의 스펙트럼은 한국의 애니메이션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만 여전히 단편 창작자들의 영역 확장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에 있었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애니메이션 제작소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이뤘지만 단기적인 평가 속에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의 제작지원에 더해 작가들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제작지원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독립애니메이션이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진제공: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유진
· (사)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사무국장
· 인디애니페스트 영화제 집행위원장
·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자문위원 활동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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