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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김경배 감독 |
작품 속 주인공은 계속 울면서 등장한다. 의미하는 바가 있는가? 현대사회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로 넘쳐나고 있는 반면 개인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지고 대중의 판단에 휩쓸리기 쉽다.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음악과 각각의 색으로 입혀진 캐릭터들은 각종 정보를 상징하며 그것들이 갑자기 넘쳐나면서 주인공에게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낀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결국 정보의 가마에 실린 채 울면서 휩쓸려가고 만다.
주인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 자신 , 더 나아가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Seoulsori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실 뚜렷한 메시지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여운만 남길 바랐다. 내가 음악을 듣고 느꼈던 익숙하면서도 생소했던 그 혼란스러운 느낌을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도 같이 느꼈으면 했고 , 그걸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Seoulsori만의 작화 특징이 있다면? 아무래도 전통음 악을현대적 음감으로 재해석해 만든 곡의 뮤직비디오인 만큼 색감도 최대한 우리의 전통색인 오방색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각각의 색은 각종 정보를 뜻한다. 특히 붉은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선 무서움과 공포를 나타낸다. 처음에는 다양한 국적의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각각의 나라가 섞이게끔 구상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줄 것 같았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보지 않고 캐릭터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캐릭터의 디자인을 동그라미 , 세모 , 네모 , 별 등 도형으로만 표현해 단순화했다
작품을 본 후 반응은 어떠했나? 사실 작곡가뿐 아니라 멘토링해주셨던 피보테를 포함해 주변분들은 “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혼란스러움을 느낀다고? ” 하며 의아해 했지만 내가 정말 느낀 그대로 만드는 게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에 밀어붙였다. 다행히 완성된 작품을 보신 후엔 “ 정말 멋지다 ” 라고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제일 크게 얻은 건 자신감이다. 대학 졸업 후 외주 작업을 주로 하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대중을 위한 작품만을 만들다보니 점점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었다. 대중적인 작품을 만드는 게 꼭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나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었고 그러던 찰나에 이 사업을 알게 됐다. Seoulsori는 독창적인 나만의 색깔을 마음껏 표현해낼 수 있었던 , 진정한 나의 소리를 낼 수 있던 작품이었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이 끝난 후엔 대부분 Seoulsori를 보고 의뢰를 주신 일들이고 , 그렇기에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작품 스타일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여러 지원 분야 중에 뮤직비디오 제작 분야에 지원한 이유가 있나? 피보테의 팬이었기에 무조건 피보테에게 배워야겠단 생각을 했다. 또한 여러 분야 중 뮤직비디오가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당시에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열의가 컸기에 광고 제작 보단 뮤직비디오 분야가 실험적으로 뭐든 할 수 있겠단 생각에 뮤직비디오 제작에 지원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아멘어멘>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제작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품으로 ‘ 내로남불 ‘ 이란 주제를 담았다. 종교적인 느낌이 깔려 있지만 기독교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닌 한국 기독교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며 주변 환경으로 인해 잃어가는 주체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아멘어멘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저지르는 모순들에 대한 고발 작품이다.
독립 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라는 점보다는 독립애니메이션협회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창의인재동반사업뿐 아니라 인디애니페스트 같은 행사를 매년 개최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을 살리기 위한 노고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고 그때가 되면 바라는 점도 생기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 계속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작가로서의 몸집을 키우고 싶다. 현재 각종 사업에서 애니메이션과의 협업이 정말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애니메이션 작가 또는 감독에 대한 입지는 아직 부족하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감독 , 작가로서의 나의 덩치를 키워내 작품 속에서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정주희 기자 ma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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