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라지만 어쩐지 하찮아 보인다. 털 뭉치를 뭉뚱그려 놓은 듯한 갈색 곰 <곰돌곰돌 곰돌희>는 항상 웃는 입 모양 덕분인지 보고만 있어도 따스함과 행복이 느껴진다. 단순한 표정만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곰돌희와 함께라면 매일의 일상에 작은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곰돌곰돌 곰돌희를 중심으로 여러 카카오톡 이모티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요즘은 곰돌희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세계관을 만드는 데 많이 고민한다. 최근에는 캐릭터라이선싱페어에 참가해 본격적으로 곰돌희를 알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팬들을 직접 만나니 정말 즐거웠다.
몇 수 만에 이모티콘 작가로 데뷔했나?
도전한 지 8번째만에 승인받았다. 떨어질 때마다 주위에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분석도 해봤지만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곰돌희 이모티콘을 처음 출시했을 때 너무 신기하고 설레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잡고 실시간 순위를 들여다봤다. 순위를 시간마다 캡처해 저장해 놓을 정도로 기뻤다.
<곰돌곰돌 곰돌희>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곰돌희를 처음 그렸을 때는 취업 준비와 이모티콘 작업을 병행하던 시기였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이모티콘도 계속 떨어지다 보니 점점 자신감도 사라지더라. 그림 자체가 싫어지기도 했다.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 마음이 심란했는데 그저 단순하게 귀여움만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낙서처럼 그리던 곰 캐릭터를 조금씩 다듬어 말장난 같은 이름을 붙여 곰돌곰돌 곰돌희를 완성했다.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뭘까?
늘 웃고 있는 곰돌희를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반응이 많다. 이모티콘에 일상적인 표현이 많은데 마치 자기 얘기 같아서 더 정이 간다는 분들도 있다. 이모티콘에 줄임말 대신 본딧말을 쓰려고 무척 신경 쓰는 편인데 그걸 알아본 팬도 있었다. 외국인 친구와 한국어로 대화할 때 쓰기 편하다고 말해 준 팬 덕분에 하루 종일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수많은 시리즈가 나왔는데 아이디어 구상이 힘들진 않나?
솔직히 갈수록 새로운 걸 내놓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은 아이디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컴퓨터를 켜둔 채 시간만 흘려보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인터넷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거나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며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 또 재미있는 광고를 보면 사진을 찍어두고, 대화를 나누다가 즐겨 쓰는 표현이 나오면 곧바로 메모하기도 한다.
이모티콘 작가로서 겪는 고충도 있나?
이모티콘을 한 번 승인받았다고 해서 다음에도 당연히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새 이모티콘을 제안할 때마다 늘 불안하다. 또 원래 캐릭터 상품이나 피규어 수집을 즐기는데 이제는 그냥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뭔가를 분석하고 계산하는 생각을 갖고 바라보게 되어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상품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가?
조금씩 진행 중이다. 요즘은 봉제 인형 키링과 아트토이에 관심이 많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아보고 있다. 아트토이나 랜덤 피규어 상품을 꼭 만들어보고 싶어서 3D 프로그램도 익히고 있다. 언젠가 아트토이 분야와 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캐릭터의 생명력을 높이려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나?
무엇보다 탄탄한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관이 잘 짜인 캐릭터는 실제로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그래서 요즘은 곰돌희의 세계관을 조금씩 다져가고 있다. 작업하다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캐릭터의 성격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그릴 때도 있는데 캐릭터 고유의 성격을 잃지 않고 유지해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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