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창작 생태계에 던진 파장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04 1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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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생성형 AI 기술이 창작 생태계에 던진 파장이 일파만파다.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인간을 돕는 도구일까. 그리고 AI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일까. 창작계에 AI 기술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창작자의 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와 창작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AI는 못쓰면 독, 잘쓰면 약이 되리라는 전망은 결국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인간의 손에 달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는 지난 6월 진행한 게릴라 공모전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의 응모 자격을 “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 작품만 받는다”고 명시했다. 지원자는 작품 자료와 함께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렸다는 걸 인증할 자료도 함께 제출해야 했다. 네이버웹툰도 지상최대공모전의 2차 접수부터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작품의 응모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알렸다.

 


웹툰서 촉발된 AI 활용 찬반 논란
웹툰 플랫폼이 생성형 AI 기술 활용 금지 규정을 신설한 건 지난 5월 “AI로 만든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 웹툰이 독자들로부터 별점 테러를 받으면서 AI 활용 창작물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졌기 때문.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이 AI 창작 의혹에 휩싸인 이후부터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이 그린 웹툰을 올리는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게시판은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게시물로 뒤덮였다. 여기에는 AI가 웹툰을 그리면 원작자의 그림을 무단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경계심과 창작자의 자리가 AI에게 밀려날 수 있다는 작가들의 위기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웹툰작가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국제사무직노동조합연맹 한국협의회 등 작가 단체가 6월 서울시 종로구 넷플릭스 코리아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AI 대본 활용 금지’를 주장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작가조합(WGA)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생성형 AI 기술 도입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일자리를 감소시켜 창작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표면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창작성·작품성 저하” 소비자 반감도 거세
AI 창작물에 대한 콘텐츠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상당하다. 소비자들에게는 AI가 내놓은 그림이 원작을 무단으로 학습용 데이터로 활용해 짜깁기한 ‘도둑질한 그림’에 불과하다란 인식이 강하다.
AI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 기존 창작물을 대규모로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창작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또 작가만의 독특한 화풍이 사라지고 완성도도 낮아 창작성이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봐야 하느냐에 대한 불쾌감도 섞여 있다. 이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접 그려 만든 결과물이어야 비로소 온전한 창작으로 인정할 만하다는 정서에서 비롯된다.

 

 

“창작자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
작화 분량이 월등히 많은 애니메이션계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AI 기술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대세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창작 생태계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을 보조 도구로 활용한다면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벽한 그림은 아니더라도 배경, 소품, 엑스트라 등 주변 요소를 만드는 건 얼마든지가능하다는 판단이다. A사의 한 제작진은 “AI 기술 덕분에 표현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면서도 “작화를 돕는 도구로 활용해야지 모든 걸 맡기기에는 지금으로선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 기술 활용이 활성화되고 더 많은 학습을 통해 고도화되면 창작자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B사 관계자는 “예를 들면 꽃을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지는 것처럼 AI 기술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작품의 퀄리티도 달라질 것”이라며 “그림을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고, 결국 만드는 사람의 수준이 작품의 차이를 만들어내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은 창작자의 상상력을 풀어내는 과정인데 AI를 활용하면 다양한 개성이 다르게 나올 수 있어 그만큼 다양한 작품을 만들려는 시도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자리가 사라지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단순 작업보다 더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감독·관리하는 디렉터의 역할이 요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사 임원은 “사람의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이 우려하고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활용 범위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들이 AI 기술 활용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온건 분명하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Unsplash, 네이버웹툰, 유튜브, Stability AI 홈페이지>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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