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장에 필요한 것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3 11:00:22
  • -
  • +
  • 인쇄
Special Report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K-팝, K-드라마에 이어 애니메이션도 성장 잠재력과 미래 투자가치가 높은 K-콘텐츠의 하나로 인정받아 위상이 높아진 사례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흥행하는 IP와 제작 역량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을 위한 상장 시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스튜디오미르 등 코스닥 입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미르가 2월 초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0년 문을 연 스튜디오미르는 애니메이션을 총괄 제작하는 기업으로 코라의 전설, 분덕스, 도타: 용의 피, 볼트론: 전설의 수호자, 위쳐: 늑대의 악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가 증시에 입성했다.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조회 수 280억 회를 달성한 미니특공대 시리즈를 비롯해 피규어 누적 판매량 400만 개를 기록한 캐치! 티니핑,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슈퍼다이노 등 자체 제작 IP를 연달아 흥행시키는 저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웹툰·무빙웹툰 전문 제작사 드림픽쳐스21도 신한투자증권과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계약을 맺고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2000년 설립 이후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포맷의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여온 드림픽쳐스21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오랜 시간 축적한 제작 인프라를 바탕으로 웹툰과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무빙웹툰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더핑크퐁컴퍼니도 2019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예비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증권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더핑크퐁컴퍼니 측은 “시장 상황을 보고 적절한 시기에 IPO 시점을 검토할 것” 이라며 부인했지만 상장은 시간 문제일 뿐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기 IP로 성장세 탄탄해야
이처럼 코로나19, 뉴미디어 성장, 플랫폼 확대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유·아동 콘텐츠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히트 IP를 앞세워 해외 진출에 나선 제작사들을 중심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이코닉스, 오콘, 투바앤은 주관사를 선정해 IPO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 기업설명회를 연 모꼬지도 2025년 IPO를 목표로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상장 시도가 곧바로 증시 입성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주식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다. 따라서 성장 잠재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예비심사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최근 주식시장에 진출한 콘텐츠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IP를 보유해 성장세가 탄탄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는 캐치! 티니핑, 미니특공대를 주력 IP로 내세워 중국, 일본으로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자사 인기 IP를 활용해 완구, 의류, 뷰티, 식음료, 게임, OTT(이모션캐슬 시네마), 테마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업 전 부문을 직접 운영하며 자체 유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또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자사 콘텐츠와 MD를 전 세계에 동시에 유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신드롬급 흥행을 기록한 캐치! 티니핑의 중국, 일본 진출과 사업 영역 확장에 따른 고성장이 예상된다” 고 내다봤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연달아 성공시킨 스튜디오미르는 넷플릭스와의 장기 계약 체결, 워너브라더스·드림웍스·월트디즈니·니켈로디언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둬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분석 보고서를 통해 “스튜디오미르는 글로벌 OTT의 애니메이션 투자 확대와 함께 실적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 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총괄제작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아시아의 디즈니를 목표로 코스닥에 상장한 캐리소프트도 인기 캐릭터 IP를 활용해 유튜브와 여러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고 공연, 영화, 키즈카페, MD, 커머스, 게임, 교육, 메타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매출 규모를 해마다 키우고 있다.


IP 흥행 지속성 여부가 관건
애니메이션은 유튜브, OTT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가 팬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콘텐츠와 비슷하다.
그러나 팬덤을 이용한 상품화로 수익을 올리는 사업 구조를 가졌기에 해외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면 매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소비층이 유·아동에 집중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해외에서 IP가 흥행에 성공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증권가에서는 조언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보유 IP의 흥행 지속성 여부가 관건” 이라며 “투자금을 회수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고 전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