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유통업계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IP 라이선싱 수익 의존도가 높은 콘텐츠 제작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가 체감경기 악화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 전환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살아나던 유통업계의 체감경기가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64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분기 73)와 코로나19 충격(2020년 2분기 66) 때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는 “고금리, 고물가,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당분간 소비 회복이 어려울 것” 으로 분석했다.
또 기획재정부가 2월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7로 7개월째 100을 밑돌았고 전 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실적)는 69로 지난달보다 5p 내려가는 등 기업 체감경기도 나빠졌다.
BSI는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집계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2월 전 산업 BSI 전망도 전달 대비 2p 떨어진 68에 그쳤다.
기업들은 경영 애로 요인으로 소비 위축(34.6%), 비용 상승(25.2%), 소비자물가 상승(11.8%), 상품매입원가 상승(10.8%), 시장경쟁 심화(10.4%) 등을 꼽았다.
“계약 꺼려 영업 힘들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유통업계가 몸을 사리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의 사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IP 로열티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라이선스 사업이 부진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A사의 사업파트 관계자는 “금리와 물가가 오른 탓에 라이선시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 라며 “계약을 미루거나 금액을 줄이기도 하고 신규 계약에 난색을 표하는 곳들이 많아 영업하기 힘들다” 고 푸념했다.
B사 간부는 “목표로 한 관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지자 당초 예정된 뮤지컬 공연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며 “지난해부터 준비했던 사업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 이라고 토로했다.
완구시장 사정에 밝은 C사 관계자는 “요즘 뜨고 있는 IP도 1∼2년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지기 마련” 이라며 “수익성은 나빠지는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계약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령인구 감소로 완구 소비자가 줄고 소비 성향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IP를 기반으로 한 완구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 라고 지적했다.
자구책 찾기 바쁜 제작사들
경기 불황과 함께 시장 여건이 변화하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완구 중심이었던 라이선스 분야를 게임, 패션, 잡화, 식음료, 키덜트용품 등으로 넓히거나 상품을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하는 곳이 늘고 있다.
또 라이선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투자 등을 통해 IP 사업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웹툰, 웹소설 플랫폼과 손잡고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사업 파트를 강화하기보다 콘텐츠 기획·개발에 더 집중하는 등 상품보다 작품 배급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D사 임원은 “기존에 해오던 라이선싱 사업 방식에 치중하기보다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수익률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고 전했다.
라이선싱 활성화 열쇠는 결국 IP 파워
경기 불황에도 소위 잘나가는 IP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라이선싱도 특정 IP에만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다.
토끼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E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협업 문의가 여전히 쇄도하고 있다” 며 “매달 이어지는 이벤트와 프로모션 준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고 전했다.
신작을 준비 중인 F사 측은 “방영이 확정되기도 전에 선계약을 마친 파트너사들이 상당히 많다” 며 “라이선시들이 보기에 잘 팔릴 것 같으니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것 아니겠는가” 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콘텐츠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중심으로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이른바 가심비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한 라이선스 상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 흐름과는 별개로 라이선싱 활성화를 좌우하는 열쇠는 결국 IP 파워라는 얘기로 귀결된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만화 슬램덩크가 최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와 10∼40대 사이에서 큰 열풍을 일으키며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전에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광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G사 관계자는 “라이선시들을 찾아가면 경기가 어려워 돈이 없다고들 하지만 정작 잘나가는 IP에는 계약하려고 줄을 서지 않느냐” 며 “IP가 흥행하면 라이선싱 사업은 저절로 풀리기 마련” 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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