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전문 기업 잭스트리가 잇단 장편 제작 소식을 전해 주목받고 있다. 잭스트리는 새해 오컬트 호러물 <아홉산숲: 기생혼>을 선보이는 데 이어 황혜영 작가의 소설 <열두 살의 임진왜란>의 극장판 제작에도 착수했다. 이원철 대표는 5년여에 걸쳐 구축한 디지털 제작 시스템을 통해 오리지널 극장판을 매년 한 편씩 만들 생각이다.
창사 14년 만에 첫 창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소감은?
아직 제작이 끝나지 않아서 소감을 말하긴 이른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간 주로 게임 시네마틱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그러다 2018년 스튜디오 애니멀이 만들던 장편물 기기괴괴 성형수에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적이 있다. 캐릭터 애니메이팅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작업이 상당히 지연되는 걸 겪고 나니 원작이나 연출력이 아무리 좋아도 효율적인 제작 파이프라인과 관리 시스템이 없으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듬해 베트남에 모션캡처와 언리얼 엔진 제작 스튜디오(애니모스트)를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해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 기반 제작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아홉산숲: 기생혼은 이러한 제작 파이프라인으로 만든 첫 장편이어서 의미가 크다. 잭스트리의 꿈과 도전을 향한 진정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오컬트 호러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국내외 시장 상황, 우리가 구축한 제작 파이프라인, 적정한 예산, 투자 및 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 공동 제작사인 스튜디오 애니멀과 글로벌 마켓을 겨냥해 저예산 제작이 가능하고 관객에게 강한 임팩트를 주는 작품을 찾다가 부산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한 아홉산숲을 접했다.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특히 제한된 리소스(인물, 배경)로 높은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짜임새가 마음에 들었다. 애니메이션으로 공포감을 전달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지만, 유사한 작품이 많지 않고 마케팅만 잘된다면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서 호러 장르를 택했다.
차기작 <열두 살의 임진왜란>은 어떤 작품인가?
전란의 상황에서 평범하기보다 더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삶을 이어갔는지에 대한 날것의 이야기다. 그간 나라를 구한 영웅, 정치인에 초점을 맞춘 임진왜란 영화는 꽤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전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순진하고 철없는 열두 살 천민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당시의 풍경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감정이 절제된 카메라가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반전에 관한 이야기이고 어찌 보면 아포칼립스 서사처럼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면을 해부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실제 선비 오희문이 임진왜란이 이어진 9년 3개월간을 빼곡히 기록한 쇄미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고증한 점도 매력적이었다. 베테랑 다큐멘터리 작가인 어느 후배의 추천으로 원작을 처음 접했는데 무척 재밌게 읽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르와 서사를 가진 애니메이션이 한 편 나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장편 제작에 집중할 생각인가?
그렇다. 할 수만 있다면 장편에 집중하고 싶다. 많은 작품을 만들어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고도화시킬 계획이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지리적 한계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업하고 독창적이고 참신한 IP로 우수한 작품을 만드는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차별화할 수 있는 잭스트리만의 제작 노하우는?
영화 촬영과 같은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니 빠르고 효율적인 제작이 가능하다. 이는 연출자가 결과물을 빠르게 확인하고 초기에 완성도 높은 프리 비주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애니메이팅 과정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라이팅과 렌더링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므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모든 제작 과정을 관리한다. 우리의 목표는 지역적 한계 없이 협업하고 고객사를 만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현재 하노이의 스튜디오, 전 세계에 있는 프리랜서, 고객사와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협업하고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