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로이비쥬얼을 거쳐 8월에 이곳에 입사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운 좋게도 히트레이서라는 멋진 프로젝트와 재능있고 열정 가득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전혀 아니다.(웃음)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PD보다는 직접 뭔가 만드는 뛰어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처음 이쪽 업계에 들어왔을 땐 온갖 일을 했다. 전문 파트를 맡기보다는 고루고루 이것저것 다 했다. 그런데 점차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내 전문 분야가 없다보니 설곳이 좁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할 줄 아는건 많은데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많이 위축되던 차에 리퀴드브레인스튜디오에서 극장판의 제작 PD 일을 병행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 ‘이게 내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 될 수 있겠다’ 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로이비쥬얼에서 PD로 일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체계적으로 업무를 익혔다.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다 해봤던 게 큰 경험으로 남았다. 그런 경험과 단점으로 여겼던 고민이 PD직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첫 번째 작품은 처음 PD 일을 시작하게 해준 리퀴드브레인스튜디오의 극장판 프랭키와 친구들: 생명의 나무다. 아티스트로서 마지막으로 여러 파트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고 PD로서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두번째는 PD로서 많은 성장을 하게 해준 로이비쥬얼의 로보카폴리다. 시리즈물이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PD로서 많은 걸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가장 기대하고 기다리는 작품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히트레이서다. 하루빨리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나 내가 참여한 작품의 결과물을 볼 때다. 항상 보람을 느끼고 기쁘다. 참여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도중 무산되고 빛을 못보는 경우가 많아서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쉬운 순간이라면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결과물이 생각만큼 반응을 얻지 못해 함께 일하던 재능있고 열정있는 동료들이 업계를 떠날 때다. 착잡하고 아쉬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히트레이서가 잘돼서 그런 아쉬운 순간없이 좋은 동료들과 오래오래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절박함이랄까? 하나라도 더 많은 작품 제작에 참여하고 싶고 열정 넘치는 동료들과 오래오래 일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래서 항상 ‘이번 프로젝트가 내 마지막 프로젝트’ 라는 절박함과 책임감으로 제작에 임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재밌게 봤던 작품 중에 시로바코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업계를 다룬 직장 드라마물이었다. 꽤 힘든 시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 같은 직종의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갔는데 그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최근 버추얼 유튜버에 관심이 많아서 버추얼 유튜버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언젠가는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