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의 관광 캐릭터 하모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에 롯데홈쇼핑의 캐릭터 벨리곰과 함께 등장했다. 지역 축제를 알리는 깜짝 이벤트 중 하나였는데 이전에는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와 같이 나오기도 했다. 하모는 새 디자인으로 갈아입은 시내버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시는 대중교통이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안전하다는 걸 알리고자 하모 디자인을 입힌 시내버스를 시범 운행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잘나가는 지자체 캐릭터들
하모는 진주시 공공 미술 캐릭터로 선정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시 관광 홍보대사로 자리매김했다. 남강과 진양호에 서식하는 수달을 형상화한 하모의 이름은 긍정의 의미를 지닌 진주 사투리에서 따왔다.
2022년 우리동네캐릭터대상 1위를 차지한 하모는 전국구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다. 도심 공공 전시, 관광 콘텐츠 제작·활용, 각종 캠페인 전개 등 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활발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덕분이다.
경기도 용인시의 공식 캐릭터 조아용은 푸른색 피부를 가진 용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그야말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조아용과 에버랜드의 인기 캐릭터 레시(레서판다)와 협업해 출시한 캐릭터 상품은 2주 만에 4,000개 이상 팔려나갔다. 판매한 상품은 봉제 인형을 비롯해 쿠션, 키홀더, 배지, 가방, 모자, 양말, 헤어밴드, 핸드 타월등총42종. 에버랜드는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 상품 매장을 6곳에서 11곳으로 늘렸다.
이모티콘도 내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나간다. 올 초 무료 배포한 3D 이모티콘은 공개 15분 만에 25만 개가 모두 소진됐다. 지난해 7월에 내놓은 이모티콘 27만 개도 28분 만에 전부 배포됐다.
시는 조아용 마케팅에 진심이다. 굿즈를 파는 온라인몰 조아용 in 스토어를 개설한 데 이어 용인경전철 기흥역 환승센터 내에 오프라인 매장도 마련해 판매 수익금을 저소득층 자활 활동에 재투자하고 있다.
부산시 소통 캐릭터 부기는 최근 지상파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다. 체크무늬 카디건을 입은 부기는 주연 배우 이세영, 배인혁이 부산시민공원의 부기상회에서 친구에게 줄 선물로 굿즈를 고르는 장면에 등장했다. 배우들은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아이템으로 소문난 부기 키링을 선물로 골랐다.
2021년 새롭게 등장한 부기는 부산 갈매기를 형상화한 캐릭터다. 부산시청 뉴미디어담당관실에 근무하는 인턴으로 설정된 부기는 유튜브에서 관광지를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에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시민들과 소통한다.
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1년 7월 자치단체 최초로 캐릭터 저작재산권을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무료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부기 데뷔 2주년을 기념해 팬미팅 등 다채로운 온·오프라인 이벤트와 팝업스토어를 열어 한정판 포토카드를 나눠주는 한편 티셔츠, 머그컵 등 굿즈도 판매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캠페인을 벌인 부기는 지역을 넘어 경쟁력 있는 공공 캐릭터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체장 바뀌자 종적 감춘 캐릭터들
2011년 SNS 홍보용으로 탄생한 고양고양이는 경기도 고양시를 널리 알린 일등 공신이다.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 8년 연속 수상, 최고의 지역·공공 캐릭터를 뽑는 우리동네캐릭터대상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으며 명실공히 성공한 지자체 캐릭터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러나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뀐 후 시청 홈페이지와 SNS에서 고양고양이는 종적을 감췄다. 정책보다 캐릭터 자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이어져 고양고양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시민들은 캐릭터가 정치 놀음에 희생당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역 마스코트가 그 정도 인지도를 쌓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나요?”, “대표적인 1세대 아이콘 고양고양이를 저버리고 굳이 예산을 들여가며 새로 마스코트를 만든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다른 도시들이 고양시를 롤 모델 삼아 귀여운 마스코트를 만드는데 오히려 역행하는 느낌”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해치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해치 프렌즈라는 캐릭터도 추가해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해치가 서울시의 공식 캐릭터가 된 건 오세훈 시장이 재임했던 2008년. 화마와 나쁜 기운을 막고 행운과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상상 속 동물 해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했다. 당시 오 시장은 싱가포르의 머라이언, 베를린의 곰처럼 해치를 서울 하면 떠오르는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고 박원순 전 시장 취임 이후 해치의 자취는 점차 사라졌고 아이 서울 유(I·SEOUL·U)라는 도시 브랜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소리 소문 없이 모습을 감춘 해치는 2021년 4·7 재보궐 선거로 오 시장이 다시 취임하면서 부활했다.
시는 리뉴얼한 캐릭터로 인스타툰이나 쇼트폼 영상, 애니메이션 콘텐츠, 이모티콘을 만들고 새 도시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과 연계해 굿즈 품목을 늘려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제2의 구마몬을 꿈꾸며 저마다 캐릭터 개발과 리뉴얼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을 널리 알려 많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 구마몬처럼 캐릭터를 대중적으로 브랜드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의 의지나 정치적 입장 차에 따라 캐릭터의 생명력이 좌우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헛돈만 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꾸준한 관리나 일관된 정책 없이 제2의 구마몬이 나오길 바라는 건 공염불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재모 한국캐릭터협회장은 “캐릭터를 만들어놓고도 활용하지 못하거나 매번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건 ‘내 캐릭터’라는 주인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IP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하는 조례를 신설·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캐릭터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IP 운영과 관리를 전담할 팀을 구성하고 위원회처럼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IP 사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사람이 바뀌어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 장기적인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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