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P 사업을 준비하던 조현경 양모전기 대표에게 <마시마로>는 그저 흘러간 캐릭터일 뿐이었다. 지난해 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회사를 차리고 나서 5년간 매출액이 0원이었어요. 그럼에도 마시마로의 사업을 재개할 생각은 없었죠.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벼락스타가 된 것처럼 드라마 같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결국 ‘다시 마시마로로 시작할 수밖에 없구나’ 란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마시마로를 이제는 캐릭터가 아닌 브랜드로 키울 거예요.”
사명이 독특하다. 의미가 뭔가? 법인명은 램스울일렉트로닉스, 한글로 번역하면 양모전기다. 마시마로의 김재인 작가가 지었는데 봉제인형의 소재인 양털로 불꽃을 일으켜보자는 의미다. 김 작가는 이 회사에 주주이자 아트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다. 디자인 개발과 검수를 맡고 있으며 사업 방향이나 콘셉트는 내가 결정한다.
김 작가와 손잡은 배경이 궁금하다 2000년 즈음 김 작가를 인터뷰하면서 처음 만났다. 이후 가끔 안부를 묻거나 누가 연결해 달라고 하면 대신 말을 전하는 정도로 연락을 하고 지냈다. 당시 김 작가는 사업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나와 비즈니스 관련 동향이나 정보를 공유하곤 했다. 그래서 더 전문적이고 믿을 수 있는 여러 콘텐츠 제작사를 연결해 주고 함께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손사래를 치더라.
그런데 김 작가가 어느 날부터 나와 사업을 같이 하고싶다고 거듭 제안해와 논의 끝에 2017년에 회사를 차렸다.
마시마로의 컴백은 언제 기획됐나? 마시마로를 다시 끄집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김 작가는 바느질하는 봉제공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니들워커, 내 일상을 짧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오늘의 조란 IP를 개발했고 난 이들 IP의 해외 상표권 출원 등을 진행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세영코리아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은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우리는 별 기대 없이 봉제인형을 먼저 만들어보기로 하고 마케팅을 돕고자 트위터에 마시마로 공식 계정을 개설했는데 10월부터 기업들의 연락이 빗발치기 시작하더라.
인기를 예상했나?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그저 그랬는데 11월 즈음 엔제리너스 측의 연락을 받고나서 느낌이 왔다. 이때부터 브랜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 파트너와 손잡을 지 고민했다. 일단 마시마로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일본 캐릭터라는 오해를 없애고 오리지널 국산 토끼 캐릭터란 점을 알리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소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경복궁, 한국민속촌 등 여러 곳이 떠올랐지만 그중 국회가 우리국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이후 국회 사무처와 협의해 국회 중앙잔디광장 분수대 앞에 대형 마시마로 인형들을 세워놓고 토끼해를 맞아 국민의 소망을 기원하는 의미의 새해맞이 이벤트를 펼쳤다.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언론에서도 주목하니 기업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기업에서는 마시마로를 토끼 캐릭터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엔제리너스가 소비자 의향을 조사했더니 마시마로의 인지도와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하더라.
협업 현황은 어떤가? 우선 신세계스타필드 코엑스점·고양점·하남점·안성점의 미디어타워에서 마시마로가 새해 행복을 기원하는 짤막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선보였다.
KCC와는 숲으로 간 마시마로란 콘셉트로 페인트를 출시하고 숲을 배경으로 한 전시도 연다. 이랜드와 계약해 스파오에서 잠옷을, 텐바이텐은 생활용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SPC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 광고모델로도 활동하는데 올해 스물세 살인 마시마로가 성인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2월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돈고베이비(Don’t go baby)란 이름의 디퓨저도 출시한다. 예전에 마시마로 인형 엉덩이에서 향기가 난다는 팬들의 추억을 되살리고 ‘다신 가지 마’ 란 의미를 담았다. 앞으로 신상품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먼저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정식 출시할 생각이다. 다만 유·아동 타깃 제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마시마로를 찾는 이유를 뭐라고 보는가? 마시마로를 즐겼던 세대들이 과거 행복했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서가 아닐까. 취업, 결혼, 육아 등 지치고 바쁜 삶에서 잠시나마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 위로 받는 기분을 느끼는 거란 생각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시마로의 추억을 소환하고 당시 마시마로를 사랑했던 팬들이 이제는 주 소비층이 됐기에 브랜드 홍보 효과가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
요즘 세대에게 어필하는 매력은? 귀여운 외모다. 아트워크가 예전과 조금 바뀌었는데 살이 붙어 통통하고 머리가 커졌으며 포즈의 표현이 더 섬세해졌다. 스토리를 모르더라도 뭔가 엉뚱한 모습의 캐릭터 자체만으로 눈길을 끈다. 특히 요즘 반려인형, 허그인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뚱뚱하면서도 보들거리는 촉감이 느껴지는 아트워크와 인형이 그들의 취향과 잘 맞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전개할 계획인가? 올해 우리의 슬로건은 ‘마시마로를 지켜라’ 이다. 다시 떠나지 않게 하자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에 중점을 두겠다. 마시마로가 셀러브리티처럼 활동하도록 매니지먼트에 집중할 생각이다. 마시마로와 함께 성장하려는 기업들과 손을 잡겠다. 마시마로를 정말 좋아하는 기업과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펼치고 싶다. 이를 통해 마시마로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문구, 팬시, 인형 대신 우산, 향수, 커피 등 팬들이 요구하고 팬들이 함께하는 상품들을 선보이고 냉장고, 자동차 등 협업 영역을 대폭 확장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팬덤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 전시도 많이 하려고 한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과 함께 아트워크뿐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봉제인형으로 가득 메운 전시를 열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에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상도 올리겠다. 마시마로가 반려동물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훅 들어가면 좋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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