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츠카프로덕션, <아톰>은 인간성 추구란 철학을 담고 있어요, 시미즈 요시히로 이사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4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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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일본 만화의 거장 데츠카 오사무의 역작 <철완 아톰>은 시대가 바뀌어도 잊혀지지 않는 SF애니메이션의 대명사로 꼽힌다. 사람들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힘센 로봇을 떠올리지만, 아톰은 인간의 감정을 지녔고 인간과 대립하는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서로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지능형 로봇이다. 일본 최초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이 방영 60주년을 맞았다. 일본에서 아톰은 어떤 존재일까. 원작사 데츠카 프로덕션에 물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사에서 아톰이 지닌 의미는? 일본 상업 애니메이션의 시초는 1958년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중국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백사전이란 90분짜리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터, 배경, 촬영, 편집, 음성, 음악 담당 등 200명이 3년에 걸쳐 완성했다. 디즈니처럼 캐릭터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이게 하려면 작화 6만 5,000매가 필요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에 우리는 한 번 사용한 셀을 다시 사용해 2,500매 정도로 30분 분량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주 1회씩 애니메이션을 내보냈다. 움직임은 덜 정교하지만 출판만화 원작을 활용한 덕분에 아톰이란 흥미롭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톰은 방송과 동시에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인기를 얻어 43%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스폰서였던 메이지 제과가 캐릭터 스티커를 넣어 판매한 초콜릿이 불티나게 팔려 ‘초콜릿은 메이지’ 라는 인식이 생겼을 정도다. 초콜릿뿐 아니라 레코드, 의류, 토이, 식품 등 폭넓은 분야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아톰의 성공으로 TV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프로덕션이 하나둘 등장했고 지금까지도 인기있는 만화를 기반으로 한 TV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있다.
영상 배급, 음악, 상품화 등 미디어 믹스를 활성화해 지금의 쿨 재팬(문화대국)을 이끈 주역을 꼽으라면 단연 철완 아톰일 것이다.


철완 아톰을 소개해달라 먼 미래인 2003년 과학청 장관 텐마 박사는 사고로 잃은 아들을 대신할 로봇 아톰을 개발한다. 로봇임에도 인간의 감정을 지닌 아톰은 실종된 텐마 박사 대신 오차노미즈 박사의 손에 키워지고 인간과 로봇이 대립하는 사회를 살아가며 서로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때론 화내고 슬퍼하고 한탄하며 성장하는 아톰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싸우면서도 인간과 로봇이 상생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세우려고 한다. 1951년부터 1968년까지 만화 잡지 소년에 연재된 철완 아톰은 1963년 최초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1966년까지 방영됐다.

 


아톰은 일본인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일본 국민에게 아톰은 10만 마력의 힘을 지닌 정의의 아군이자 슈퍼히어로다.
특히 아톰 덕분에 로봇은 인간의 친구란 이미지가 확립돼 다른 나라보다 로봇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로봇에게 맡긴다는 개념이 빠르게 확산했고 지역별로 로봇 특별구역을 지정하거나 산업이나 복지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발명가나 기업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 만큼 일본 로봇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톰에 담긴 원작자의 철학 또는 메시지는? 10만 마력 성능의 정의의 아군, 백수의 왕, 나쁜자들을 벌하는 기사 등의 히어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결코 아니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 하얀 사자 레오, 여자지만 남자로 키워진 사파이어 왕자처럼 아톰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사실 아톰은 강한 히어로로 보이지만 정체성 상실과 슬픔을 지니고 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어떻게 인간과 공생해야 할지 매일매일 고민한다. 작품의 밑바탕에는 데즈카 오사무의 과학적 합리주의에 대한 의문과 경고, 인간성의 추구라는 사색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점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여전히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간 일본과 해외에서 펼쳤던 프로젝트들을 소개해달라
1963년 첫 방영한 철완 아톰은 미국 NBC를 통해 ASTRO BOY(아스트로 보이)란 이름으로 세계에 최초로 공개됐다. 이후 1980년에 NTC가 두 번째 시리즈를, 2003년에 소니 픽쳐스가 세 번째 시리즈를 해외에 배급했다. 또 2018년에는 프랑스 프로덕션사가 15분 분량의 에피소드 52편으로 이뤄진 유아용 콘텐츠 GO!GO! 아톰(Go Astro Boy Go! in English)을 만들어 세계에 배급하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2009년 할리우드 스튜디오 IMAGI사를 통해 처음 해외로 배급했으며 두 번째 극장판은 소니픽쳐스가 제작하고 있다. 이 밖에 2012∼2018년 중국 상하이, 충칭, 우한, 호주 등지에서는 아톰 전시회가 열렸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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