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유쿠 키즈 애니메이션 라인업과 동향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청소년과 성인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동향을 살펴보려고 한다.
중국 메이저 OTT 플랫폼들은 키즈 애니메이션보다 청소년, 성인 애니메이션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텐센트는 키즈용 공동제작·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작품 29편을, 청소년·성인용 애니메이션 작품 104편(오리지널·공동제작 90편 이상)을 발표했다. 아이치이(iQIYI)가 지난해 발표한 키즈용 오리지널 작품은 9편인 반면 청소년·성인용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59편으로 6배 많다. 유쿠(Youku)가 발표한 키즈용 공동제작·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14편 정도지만 청소년·성인용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44편이다.
중국 메이저 OTT 플랫폼들이 청소년과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대거 공략하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해당 타깃 인구가 많고 소비력도 높기 때문이다.
청소년·성인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인구는 Y세대(1980∼1994년생)와 Z세대(1995∼2010년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Y세대 인구는 3억 5,000만 명, Z세대 인구는 2억 4,000만 명 등 모두 5억 9,0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창신 경제 보고 2021은 중국 Z세대의 소비 규모가 오는 2035년에 16만 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세대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콘텐츠나 파생상품에 대한 소비에 대해 인색하지 않다.
이와 함께 중국은 동만(애니메이션·만화)의 시장규모가 크다.
중국의 분석기관인 이관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동만의 시장규모는 2015년 44억 2,000만 위안에서 지난해 252억 5,000만 위안으로 6배가량 커졌다. 아이리서치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동만 업계 총생산 규모는 이미 1,941억 위안에 달했고 사용자도 4억 명이 넘는다.
또한 웹소설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하는 웹소설들이 늘어났고 국만(중국 애니메이션과 만화) 관람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는 중국 동만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1980∼90년대생 젊은이들은 주로 일본이나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산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황금시간대에는 국산 애니메이션만 방영할 것(2005년), 하루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 비율은 70% 이상이어야 할 것(2006년), 국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지원정책(2008년), 세금 우대정책(2012년), 애니메이션산업 지원계획(2016년), 유명 애니메이션 브랜드 구성과 산업 투자유치 보완 정책 발표(2018년) 등이 그것이다.
유쿠의 신국풍(新國風) 개념
이러한 환경에서 텐센트는 올해 많은 스튜디오에 투자하고 인기 웹소설과 웹툰을 리메이크해 투라대륙, 일인지하, 호요소홍랑, 전직고수, 마도조사 등 인기 국만을 성공적으로 론칭했으며 실사 드라마까지 제작해 IP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조회수 1억 회가 넘는 작품을 100편이나 보유할 정도로 뛰어난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로 타깃층을 넓혀 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가을 인기 장르인 무협과 고대 판타지 외에도 탐험, 학원, 열혈, 코미디, SF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또한 청년 애니메이션 감독 지원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수 크리에이터와 작품에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아이치이는 지난해 발표회에서 3년 내에 200편의 국만을 론칭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열혈은 아이치이의 주공략 장르이고 두 번째로 공략할 장르는 연애·성장이며 SF, 코미디 등의 장르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텐센트, 아이치이가 다양한 장르와 아트 스타일을 망라해 투자, 제작하는 반면 유쿠는 신국풍 개념을 제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신국풍은 혁신적인 판타지 요소와 그 시대의 유행 요소를 녹여 중국의 무협·강호 이야기나 역사, 설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하는 참신한 작품이라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중국 전통문화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현대적 요소를 결합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OTT 플랫폼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질적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앞서나가야 한다. 유쿠는 후발주자로서 다양한 장르보다 신국풍이라는 독특한 장르에 주력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신국풍이 기존 국만의 메인 장르인 국풍과 얼마나 차별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우수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유쿠는 30∼80%의 프리 프로덕션 제작비를 합작 파트너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 감독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고 시청자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1석 3조의 청년 애니메이션 감독 지원계획도 내놨다.
그럼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작품들을 살펴보자.
텐센트와 현기과기가 공동제작한 인기 웹소설 원작 애니메이션 투라대륙은 무혼이 가득한 투라대륙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환생한 주인공 당삼이 스라이커 학원에 들어가 소무 등 6명의 친구들과 함께 악의 세력을 뿌리 뽑아 신으로 등극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판타지, 무협, 환생, 우정, 로맨스 등 다양한 요소를 담은 이 작품은 2018년 론칭해 조회수 100억 회를 돌파했다.
현재 215화까지 연재되고 있는데 조회수가 400억 회를 넘어서면서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 청소년·성인 대상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고풍 장르여서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 OTT들은 더 차별성 있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 아트 스타일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어린이 콘텐츠 경쟁은 치열하지만 청소년·성인 대상 애니메이션의 경쟁은 미미하다. 때문에 다른 길을 찾고 있는 한국의 업체들이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OTT 플랫폼들이 인기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웹툰들도 많다.
청소년이나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국의 인기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을 기획해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선호하는 텐센트나 로맨스 장르에 관심이 많은 아이치이에 제안해보는 것을 권한다.
최자인
· 모꼬지 콘텐츠사업본부 과장(모꼬지 한·중 프로젝트 책임 담당자)
· 중국 링동(광저우 링동 창상문화 과기유한공사)창의센터 기획 PD
· 한중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CAMPUS Asia 1기 졸업생
아이러브캐릭터 / 최자인 과장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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