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끼>는 흔히 보는 토끼와 거리가 한참 멀다. 낄낄거리는 표정에서 냉소적이고 까칠한 기질이 풍겨나온다. 이진원 이노션 BX1본부장이 대충 끄적인 낙서에서 태어난 보스토끼는 참신한 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 등을 원하는 브랜드들을 덥석 물어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을 선보이는 플랫폼 IP가 되길 꿈꾼다.
어떤 일을 맡고 있나?
현대자동차의 온·오프라인 광고와 캠페인, 프로모션 이벤트를 기획·진행한다. 여느 광고 대행사가 하는 일과 다를 바 없지만 이제는 광고와 캠페인, 팝업스토어 등 영상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서명도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BX(BrandExperience)로 바뀌었다.
보스토끼는 어떻게 탄생했나?
예전부터 고객사의 스토리텔링만 만들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작년 8월쯤 회사 내부에서 “버추얼 IP가 대세인데 우리도 IP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2∼3년 전에 낙서하듯 그린 그림을 상부에 보여드렸더니 그걸로 한번 해보라고 하시길래 그때부터 디자인과 콘셉트를 다듬어나갔다. 사실 보스토끼로 뭔가 해보자며 일을 크게 벌이려 했던건 아니었다. 보스토끼 IP 사업은 가욋일에 가깝다. 지금은 팀 인원이 8명으로 늘긴 했지만 모두 자기 일 하는 시간도 빠듯하다. 디자인도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늘 해오던 일, 해오던 방식을 조금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첫 제품으로 막걸리를 택한 배경은?
스타트업 중 제품이 매력적이고 보스토끼와 잘 어울릴 것 같은 회사 여러 곳을 선별해 차례로 접촉했는데 한강주조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첫 제품으로 보스토끼 막걸리가 나오면 독특하면서도 흥미를 끌 수 있겠다고 봤다. 한강주조 측에서도 차기 시제품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고 하더라. 서로 때가 잘 맞은 듯했다.
보스토끼의 반응은 어떤가?
막걸리 출시를 알리고 나서 명동 롯데백화점 영프라자에서 사흘간 시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색다른 콘셉트로 꾸며 젊은 층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사실 캐릭터가 쏟아지는 요즘 보스토끼는 갑툭튀 아닌가. 반응을 살피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보스토끼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특정 스토리를 지닌 IP라기보다 브랜드와 결합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플랫폼 IP다. 그래서 보스토끼가 얼마나 많은 브랜드와 만나느냐가 IP의 대중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론칭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참신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나올 테니 기대해달라.
까칠한 콘셉트는 뭘 노린 건가?
보스토끼는 겉으로는 약한 존재로 보이는 토끼지만 깐깐하고 약간 불친절한 보스 기질을 지녔다. 토끼는 약하고 온순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내세우면 콘셉트가 더욱 선명하고 돋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브랜드와 만났을 때, 그 브랜드를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까칠하면서도 쿨한 성격이란 설정을 부여했다.
브랜드를 바이트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던데 무슨 뜻인가?
대부분 브랜드 간의 결합을 콜라보레이션이라 하는데 단순히 이미지와 이미지의 결합이 아니라 새롭고 다른 형태의 결합을 표현하는 알맞은 말이 없는 것 같아 바이트(Bite, 물다)란 말을 붙였다. 보스토끼가 브랜드를 바이트한다는 건 다른 성격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뜻한다. 보스토끼가 물어서 나온건 기존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방향성을 담은 슬로건이다.
광고회사가 캐릭터를 만든 이유는?
광고를 대행하는 역할에 머물다 보니 업무 분야가 협소하다. 우리 건 없고 남의 것만 대신하고 있다고나 할까. 따라서 우리가 주도해 끌고 갈 수 있는 스토리텔링 화자를 만들어서 브랜드를 살릴 IP를 갖고 있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보스토끼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흔적을 남기고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걸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회사의 비즈니스 관점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활용 전략이 궁금하다
일단 올해에는 여러 브랜드와 함께 보스토끼 제품을 선보이겠다. 현재 퍼퓸 브랜드 에프다이어리, 육류 가공 브랜드 사실주의 베이컨, 못난이 채소 유통 브랜드 어글리어스마켓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석 달마다 하나씩 신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독특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기획과 제품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협업 브랜드가 3∼4개 정도 쌓이면 자체 굿즈를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고객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보스토끼가 물었던 제품을 감상하며 구매하는 오프라인 공간도 마련되면 좋겠다. 몇 년 후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캐릭터로 키워나가고 싶다. 브랜드와 결합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제품이 화제가 될 때 보스토끼의 생명력이 높아질 것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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