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 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스타원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 PD를 맡고 있다. 팀원들과 함께 매주 유튜브에 올릴 톰토미 콘텐츠를 기획해 제작한다. 톰토미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애니메이션 기획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예전부터 PD를 꿈꿨나?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달리 보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창작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PD의 길을 선택했고 다양한 장르를 접했는데 키즈 다큐멘터리 정브르의 동물일기, 키즈 드라마 쩌미 문제작에 참여하면서 키즈 콘텐츠에 애정이 생겼다. 이후 키즈 콘텐츠 전문 PD가 되기로 결심하고 관련 회사를 찾아다녔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키즈IP를 보유한 회사, 대표님이 키즈 콘텐츠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회사에 들어가길 원했는데 스타원엔터테인먼트가 바로 내가 원하던 곳이었다. 대표님이 좋게 봐주신 덕에 이곳에 합류해 애니메이션 기획 PD로 일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
쇼트폼 웹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인가?
엘리베이터 피칭을 하는 느낌이랄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빠르게 압축해 보여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초 단위로 기획해야 하는 고통이 엄청나다. 그렇지만 시간 제약으로 인해 독특한 창의성이 발휘될 때 맛보는 스릴도 분명있다. 이러한 매력에 음악이 더해질 때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난다. 시각뿐아니라 청각으로도 아이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톰토미 채널은 이러한 쇼트폼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잘 활용했고 고퀄리티 음악과 결합됐기에 지금의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쇼트폼의 매력과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편이 아닌 시리즈로 연속해서 볼 수 있는 시리즈 쇼트폼 개발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미리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새롭게 변화한 톰토미 콘텐츠를 선보일 테니 많은 기대바란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영상의 반응이 좋았을 때 가장 뿌듯하다. 톰토미 채널에서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회수가 매우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조회 수가 잘 나오면 내가 기획한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통했다는 의미여서 무척 기쁘다. 하지만 댓글이 금지된 키즈 채널 이어서 아이들의 찐 반응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기획자로서 타깃의 목소리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행인 건 올해부터 오프라인 행사를 더 많이 진행함에 따라 아이들과 만날 기회가 늘고 있다. 톰토미를 보며 환호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뿌듯함으로 바뀌고 콘텐츠 기획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기획할 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가?
주로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키즈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동화책과 초등문학에서 힌트를 찾는다. 영상도 많이 보는데 영상만 봐서는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콘텐츠, 특히 키즈 콘텐츠는 일반 콘텐츠 속에서 한스푼의 남다른 철학, 가치관이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책을 읽으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획 PD는 생각하는 걸 즐기고 생각해내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능력을 최대한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독서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느껴 오늘도 책을 놓지 못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글로벌 OTT에 진출할 스토리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톰토미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보다는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나의 콘텐츠가 아이들에겐 평생 살아갈 힘이 될 수 있으니까. 나 역시 콘텐츠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았다. 이제는 전세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이 톰토미를 통해 펼쳐지길 기대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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