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신작이 많이 나오길 바라, 이재민 감독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5 0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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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열악한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16년째 애니메이션업계에 몸담고 있다. 스튜디오버튼의 첫 IP인 파이어로보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김호락 대표와 손발을 맞춰왔다. 파이어로보 아트디렉터로 시작해 또봇V 제작에 참여했고 현재 쥬라기캅스 감독을 맡고 있다. 시즌4와 두 번째 극장판을 만들고 있는데 파이어로보 시즌2도 준비하고 있다. 일이 맞물려서 돌아가다 보니 정신이 없다.(웃음)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처음 연출 감독을 맡은 쥬라기캅스 시즌1, 2를 만들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했기에 하고 싶은걸 다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제작 과정에서 말 못할 여러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펑크내지 않고 잘 마무리해 무사히 방영한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쥬라기캅스는 기획한 지 5∼6년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동시에 기획한 파이어로보를 먼저 제작해 여력이 없어 늦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더 애정이 간다.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좋은 파트너사들을 만난 덕분에 시즌1, 2가 탄생했고 비로소 시즌제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첫 감독을 맡은 작품이 꾸준히 나올 수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쥬라기캅스의 첫 해외 방영 소감은? 인도네시아에서 첫 전파를 탄다. 이제야 좀 빛을 보게 되는구나 싶어 들뜬 기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공룡을 소재로 한 로봇 액션물을 본 현지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어필하는 부분 또는 어색하게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올 상반기에는 러시아에서도 방영한다. 중국 방영도 확정해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즌제로 계속 신작을 내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 시즌1, 2의 성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아 의기소침해 있었다.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난 그림쟁이다. 최근 주위에서 전망 좋은 분야로 떠난 이들이 많다. 나 역시 웹툰을 그리거나 게임 영상도 만들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더 좋았다. 2D 원화, 콘티 구성 등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모든 일을 다 해봤다.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영상을 보는 게 무척 즐겁고 만족스럽다. 좋아하는 걸 찾아하는 일이 선사하는 기쁨이라고나 할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힘들어도 영상이 나오는 재미에 빠져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니 내 작품에 대한 애착이 크다. 여기에 “잘 봤어요, 팬이에요” 란 말을 들으면 절로 힘이 난다. 다만 주변에서 누가 애니메이션을 배우거나 하고 싶다고 한다면 말리겠다.(웃음) 최근에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조카에게 일을 시켜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는데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만류한 적이 있다. 스스로 좋아서 견딜 수 있으면 계속 하는 거지만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생각은? 파이어로보를 끝낼 무렵 제작 인원이 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들이 새로운 작품을 들고 오프라인 행사에 나오는 모습을 보곤 했다. 당시에는 다양한 콘셉트,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신작들을 찾아보고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은 캐릭터페어에 가면 안정된 회사가 만든 흥행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작품 위주로만 나오는 것 같아 아쉽다. 새로운 작품이 설자리를 잃어가면서 예전만큼 보는 재미가 줄었다. 경기가 풀리면 새로운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형태나 방식이 어찌 됐든 뭔가 계속 새로운게 만들어지는 구조가 안착되길 기대한다. 우리도 새로운 걸 찾아 시도한 게 바로 다이노맨이다. 굳이 3D 영상이 아니더라도 볼거리가 많아진다면 관심을 모으지 않을까. 지원사업의 문턱도 조금 낮아지고 기준이 유연하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은? 지금까지 남아를 위한 로봇 액션물 위주로 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아기자기하면서 교육적인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다. 다만 네 살, 다섯 살짜리 딸 둘을 키우고 있음에도 여아물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웃음) 다이노맨처럼 더 어린 아이들이 싸우지 않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담백하면서도 몽글몽글한 작품이 좋다.
은퇴하기 전까지 돈 걱정 없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와 영상을 담은 작품을 단 한 편만이라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가족끼리 편하게 볼 수 있는 패밀리 타깃의 잔잔한 코믹물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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