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받은 소감이 어떤가?
지금은 IT회사에서 UI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나 원래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꿨다. 그래서 공모전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매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몇 해 전 도전한 공모전에서 입선이란 성과를 거두고도 상패를 받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에 원을 푼 것 같아 기쁘다. 이 상은 내게 의미가 크다. 늦었지만 아직도 어릴 적 꿈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그 꿈을 이어가는 데 동력이 될 큰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선물을 안겨주신 월간 <아이러브캐릭터>와 심사위원, 인형 제작에 힘써준 도로시 관계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버브베어>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bear’란 단어가 곰이라는 건 잘 알 것이다. 우연히 이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했는데 동사(verb)로 ‘참다, 견디다, ∼할 만한 것이 못 되다’란 뜻으로도 쓰인다는 걸 알았다. 여우처럼 약삭빠르지도 않고 웬만하면 화낼 법도 한데 묵묵히 참는 사람을 곰에 빗대지 않나. bear가 참고 견디는 곰이란 이미지와 어울려 이를 이야기와 캐릭터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이나 평소의 생각을 낙서하듯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빨간 곰 버브베어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렇게 올린 게 한 2년 반쯤 된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들 때 어떤 점을 중시했나?
외형적인 디자인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지가 더 중요했다. 단순히 곰 캐릭터가 아닌 동사적 의미로 하루하루를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일상을 캐릭터에 담으려 노력했다. 다소 무겁고 우울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며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쳤을 때 “다음에 잘 보면 되지”란 말보다 “나도 망쳤는데”라고 말하는 친구를 만나면 ‘나만 망친 게 아니었네’라고 안도하며 얻는 위로가 있다. 시험을 같이 망친 친구와는 서로 놀려도 웃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일상이 무거울 수 있지만 함께 웃을 수 있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캐릭터에 담아내고자 한다. 버브베어가 공감과 위로를 주는 위트 있는 캐릭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캐릭터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계획인가?
캐릭터를 활용해 당장 어떤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당분간 팬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려 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버브베어와 좀 더 놀아보고 싶다. 아직 할 얘기가 많다. 미완의 캐릭터라서 글과 그림이 다소 거칠다. 긴 호흡을 갖고 완성도를 높여가겠다. 궁극적으로는 곰 캐릭터 하면 떠오르는 푸, 리락쿠마, 브라우니, 패딩턴 옆에 버브베어가 서 있길 꿈꾼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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