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속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만화에 담아내려 해요 _ 그해 봄 _ 박건웅 작가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9 08: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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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사진제공: 박건웅 작가

 

빨치산 이야기를 다룬 꽃 , 제주 4·3항쟁을 그린 홍이 이야기 ,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 선생의 인생을 그린 어느 혁명가의 삶.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학살의 실상을 드러낸 악마의 일기. 박건웅 작가가 그토록 천착하는 건 우리나라 근현대사다. 그는 국가권력의 탄압 , 이념전쟁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삶과 생각 , 이야기를 통해 아픈 역사를 끊임없이 소환하며 ‘ 우리는 왜 이러한 역사를 모르고 살아왔는가 ’ 라고 되뇐다.

▲ 사진제공: 박건웅 작가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후 그림보다 서사 ,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매체를 찾다 보니 만화를 그리게 됐는데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주로 한국 현대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발굴해 장편만화로 만든다. 굳이 분류하자면 작가주의 만화 또는 그래픽노블 작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끔 심심할 때는 시사 이슈에 맞는 풍자만화를 SNS에 올리기도 한다.

대표작은 무엇인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그린 노근리 이야기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고 김근태 의원이 남영동 안기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한 당시를 기억하고 재연한 짐승의 시간 , 인혁당(인민혁명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를 다룬 그해 봄 , 독립운동사를 담은 제시이야기 , 옌안송 , 아리랑 등을 출간했다. 특별히 대표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없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각각의 작품이 모여 거대한 한국 현대사의 벽화를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이 대표작일 수 있으며 또한 대표작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사진제공: 박건웅 작가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모든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초기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추구했지만 현재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노근리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길에 오른 300여 명을 미군들이 노근리 쌍굴다리 안에 가두고 3박 4일 동안 기관총으로 학살한 끔찍한 사건을 다룬다.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10여 명이었고 그 부모들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주로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증언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해 봄은 박정희 독재정권 당시 대표적인 인권탄압 사례로 알려진 인혁당 사건을 다룬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집안의 젊은 가장들을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조작해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사형시킨 믿기 힘든 이야기를 그렸는데 ,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을 정리해 만화로 재구성했다. 제시이야기는 어느 독립운동가 부부가 임시정부 시절 썼던 육아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일본의 중국 침략으로 피란을 가면서도 일본에 당당하게 맞서 싸웠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사람들의 험난한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담았고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소소한 생활상도 넣었다. 어느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던 평범한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해왔다는 것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내겐 현대사에 기록된 사건 자체보다 우리는 왜 이러한 역사를 모르고 살아왔느냐가 더 중요했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소재로 삼게 된 이유다. 그래서 더더욱 실화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내기 위해선 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실화를 충실하게 만화로 재구성한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 앞으로는 역사적인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창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 사진제공: 박건웅 작가

향후 라이선싱 사업에 대한 구상이 있나? 꽃 , 어느 혁명가의 삶 , 짐승의 시간 , 그해 봄 , 제시이야기 ,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등이 현지 출판사와 계약해 해외에서 출간됐다. 주로 프랑스어로 발간됐고 최근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 스페인어로도 소개되고 있다. 또 그해 봄에 대한 영상화 판권 계약도 체결했다. 앞으로는 웹에 최적화된 그래픽노블을 연구하되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전 연령층을 아우르기는 힘들 것 같고 , 그래픽이 특화된 다양한 상품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만화는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별에는 캐릭터가 있고 사연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세계가 있다. 만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보다 훨씬 깊고 넓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작가들이 밤을 새며 노력하고 있다. 대중 친화적인 작품도 좋지만 색다르고 실험적이면서 독특한 작품에도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면 고맙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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