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귀여움과 괴상함이 공존하는 동물의 세계 _ 독립영화관 45 _ 서새롬 감독

정주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0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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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서새롬 감독의 <세계의 희귀동물들>은 ‘ 허구 ’ 인 희귀동물들을 ‘ 사실 ’ 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애니메이션이다. 과도한 진지함과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스토리텔링으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함으로써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토록 발칙하면서도 멋진 거짓말을 그냥 웃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애니메이션 속 ‘ 희귀동물 ’ 의 존재가 우리의 모습을 반영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오묘한 음악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자막이 삼위일체를 이뤄 관객들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상상 동물을 주제로 만들어진 세계의 희귀동물들 , 그들의 멋들어진 거짓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서새롬 감독을 만나 자세히 들어본다.


▲ 사진제공: 서새롬 감독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세계의 희귀동물을 제작했고 지금은 냥냥단이란 애니메이션 제작팀을 이끌고 있는 서새롬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촌에서 자란 나의 유일한 취미는 만화책을 읽는 것이었다. 동네 유일하게 있던 만화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중 · 고교 시절에는 만화책에 푹 빠져 지냈다. 그때부터 막연히 만화를 그려야겠단 생각을 하다 태어나 처음 극장이란 곳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게 됐다. 어린 나이에 나를 압도하는 크기의 화면에서 만화로 된 움직이는 영상을 본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열 번 이상을 보고 또 본 것 같다.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게 됐다.

세계의 희귀동물들에 대한 작품 소개 부탁드린다 세계의 희귀동물은 귀엽지만 좀 이상하고 기괴한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웹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이다. 상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는 상식 밖 세상의 동물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 에피소드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품은 동물들이 각각 다양한 외국어와 다른 아트워크로 제작됐다. 희귀동물들에 관한 백과사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

▲ 사진제공: 서새롬 감독

 

언제 처음 작품을 구상했나? 처음 구상한 건 2013년 즈음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모은 돈으로 세계 일주를 했는데 혼자 긴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 또 낯선 곳에서 부딪히는 낯선 상황들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해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 해뒀다. 예를 들어 세계의 희귀동물들의 첫 작품인 썸슈거는 영국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티슈에 묻은 찻물 자국을 보고 만든 캐릭터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서 일하다 문득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을 하던 차에 웹애니메이션 공모전을 보게 됐고 예전에 메모해둔 이야기들을 모아 제작하게 되었다.


에피소드마다 표현방식이 독특하면서도 다양하다. 이유가 있나? 눈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먹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하나의 특정한 아트워크를 정해놓기보다는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특성에 맞게 비주얼을 달리 표현했다. 깨달음의 나무같이 가벼운 내용은 조금 심플하고 깔끔한 선으로 표현했고 좀 무게감이 있다 싶은 캐릭터는 색감을 더 다채롭게 썼다. 신림동 편의 곤 같은 경우는 캐릭터가 물고기라 실제 물고기를 사진으로 찍어 리터칭했고 , 구글곰 편 같은 경우 사실 외국 대통령 사진과 곰의 그림을 넣어 A.I가 그리도록 했다.

 

각기 다른 언어의 내레이션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낯선 언어로 신선한 사운드 효과를 주고 싶었다. 마치 배경음악처럼 말이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생전 처음 듣는 언어를 접할 때면 나에겐 언어가 아닌 하나의 음악처럼 다가왔다. 이번 세계의 희귀동물들을 제작하면서 평소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언어 , 예를 들어 몽골어 , 베트남어 , 네덜란드어 등으로 독특한 희귀동물들을 소개하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오묘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좀 더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은 외다리조개 편으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 억지로 껍질을 열면 죽는 존재를 다룬 에피소드다. 이렇듯 간단한 스토리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가 가볍지 않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2~3배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사실 외다리조개는 내가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 이상한 동물들 ’ 이란 책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미국의 아티스트가 사진을 합성해 만든 책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실제 존재하는 동물이란 내용으로 출판됐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외다리조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고 오랫동안 기억해오다 이렇게 작품으로 만들었다.

 

 

세계의 희귀동물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대부분 ‘ 이상해 ’ , ‘ 이상한데 웃겨 ’ 라는 평과 함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서 그런지 독특하다는 평도 있었다. 또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도 많고 생각할 여지를 주는 언어가 있어서 길게 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게 좀 아쉽다는 분도 계셨다.


감독님의 다른 작품 육식콩나물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육식콩나물은 사실 세계의 희귀동물들 시리즈 중 제일 처음 구상한 동물이었다. 웹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 남겨두었는데 마침 KOCCA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받게 돼 제작하게 됐다. 한 마디로 오직 즐거움을 위해 공포를 찾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정체 모를 괴생물에 관한 블랙코미디다.
말레이시아 페락주의 어느 작은 섬에서 육식콩나물이 발견되는데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돈이 되는 걸 알고 육식콩나물 테마파크를 짓는다. 그런데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즐기듯 사람들이 무서워하면서도 보러 온다. 육식콩나물에게 물리면서도 좋아하면서 즐기는 내용이다. 그런 욕망의 모순과 세상의 웃기지만 슬픈 아이러니를 육식콩나물의 존재를 통해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소개했다. 다행히도 좋게 봐주셔서 캐나다의 판타지아 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선정돼 상영할 수 있었다.

 

한국 독립애니메이션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회사를 나와 혼자 작업하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개인 혹은 소규모의 그룹으로 제작하는 일이 참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거대 방송사 혹은 에이전시의 경우 고퀄리티의 작품을 주당 3~4편씩 찍어낼 수 있는 환경과 힘이 있는 반면 독립애니메이션 작업자는 그렇지 못해 마치 대형마트와 싸우는 소상공인과 같은 처지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빛을 볼 사이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독립애니메이션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너무 적다. 현재는 감사하게도 독립애니메이션협회의 유튜브 채널과 왓챠에서 볼 수 있게 됐지만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 많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상업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본 사람으로서 독립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도 보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물의 다양성에서 생태계가 유지되고 , 희귀한 동식물들도 보존가치가 있듯이 독립과 상업은 분리된 것이 아닌 연결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굴다리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젠더 이슈에 관한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주제를 판타지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싶다. 또 내가 속한 냥냥단이란 애니메이션 팀으로 웹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개인이 아닌 냥냥단팀으로 더욱 많이 활동할 계획이며 팀을 좀 더 키워 가볍지만 상상력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정주희 기자 ma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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