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애니메이션에 담긴 진심이 모두에게 다가가는 한 해가 되길 _ 최유진의 애니잡수다 10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6 08: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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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2022년이 왔다. 2020년 원더키디의 해가 되었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이 코로나19로 묻혀버리고 소리 소문 없이 2021년이 지나 2022년이 금세 오고야 말았다. 해가 바뀌는지 어떤지 ,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 점점 더 감각이 무뎌지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해는 바뀌고 세상은 착실히 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시선이 두렵다
지난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느꼈던 점 하나는 바로 누군가의 시선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 누군가가 나를 보는 시선에 대한 불안감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김환이 감독의 EYES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불안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흑백 드로잉은 길을 걷는 순간 , 교실 안의 상황 , 문밖으로 나서면 마주치는 모든 상황들에서 주인공의 불안함을 더욱 짙게 드러낸다. 검게 표현된 사람들의 형체 속에서 하얀 눈은 흑백의 대조 속에서 마치 하얗게 빛이 나는 것처럼 주목을 끌게 된다. 누군가의 눈이 마치 날 보고 내 부족함을 지적이라도 하는 듯이 느껴지는 불안감은 사실 이 사회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불안감이기도 하다.
이 작품만 아니라 조희진 감독의 시선 , 전성원 감독의 발표 등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다루는 작품들을 보면서 현재 한국 사회는 누군가의 눈이나 시선에 대한 긴장감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로 소통하는 사회
왜 유독 지난해 만들어진 작품에서 이러한 소재가 늘었을까 생각해봤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는 현저히 줄었다. 애니메이션 창작자의 삶은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농담을 던지고는 한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작업실에서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의 작업을 응원해주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업에 지쳤을 때 거리에 나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거나 영화제에서 회포를 풀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러한 순간들이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작업만이 남았다. 작업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세상과의 소통창구는 인터넷 , SNS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수많은 SNS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본다. 난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평가하고 , 또 다른 누군가도 내 글과 사진을 통해 날 보고 좋아요라고 평가한다. 과거에는 아주 좁은 범위에서의 시선만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불특정 다수가 광범위하게 날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누가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좋아요나 하트를 더 받기 위해 예쁘고 좋은 것들로 내 SNS를 채워야 한다. 예쁘지 않거나 멋지지 않고 힙하지 않은 것은 보여지면 안 되는 세상이 돼버렸다.
그렇지만 우리의 일상은 당연히 힙함으로 채워지지 않고 소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이 현실임에도 그러한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 부끄럽고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은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의 눈과 시선이 더욱 두려워진 게 아닐까.

시선을 이기는 진심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 평가하는 것이 일상처럼 됐다. 이러한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누군가의 SNS에 올라오는 사진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님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 SNS를 보는 순간 생겨나는 감정은 어쩔 수 없다.
이처럼 사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영할 때마다 상영관을 관객들의 웃음으로 채우는 조예슬 감독의 울렁울렁은 이런 질문에 던지는 해답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사람들 앞에 서면 울렁거리다 못해 토해버리는 주인공 토지은이 너무 완벽하고 멋있어 보이는 고건의 학생회장 선거를 도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 지기 위한 멋짐이 아닌 자신의 진심과 자신의 부끄러움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지은을 통해 진정한 나의 진심이 지닌 강함을 얘기한다.(이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이 작품의 장르는 분명 코미디다. 기회가 되면 꼭 보길 바란다)


진심을 담은 독립애니메이션
독립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들에게 , 때로는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사람들은 종종 “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잖아 ” 라고 말한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 누군가의 불편한 시선을 견디며 , 보다 자신의 진심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은 가볍게 묵살된다.
울렁울렁에서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지은은 빵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지만 그녀의 진심은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명령이 아니면 하지 않을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독립애니메이션이 그렇다. 작가들은 자신의 진심을 다해 만들지만 사회의 많은 이들은 심지어 애니메이션을 하는 이들조차도 “ 그게 뭐냐 ” 고 묻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진심이 , 독립애니메이션의 진심이 이 세상을 바꿔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개성과 취향을 지녔듯 창작자들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와 진심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에서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은 독립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온 애니메이션은 이제 다양한 취향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성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특별함을 가진 예술로 자리잡아가야 한다.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 , NFT라는 생소한 코인의 세계 ,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온라인은 이미 다양한 영상으로 가득 찼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힙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드라마에 삽입된 애니메이션이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뛰어든 독립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시작이다. 2022년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들의 작품이 우리의 일상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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