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으로 과거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파 _ 독립영화관 52 _ 강희진 감독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2-04-21 0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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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강희진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독특하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일을 즐기는 해녀의 삶을 다룬 <할망바다>(2012),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꽃피는 편지>(2016)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접목한 다큐멘터리(Animated Documentary)다. <메이 제주 데이(May·JEJU·Day)>(2021)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비극인 1948년 4·3 사건 당시 무차별 학살의 광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돌이키는 그날의 기억을 생생한 증언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메이 제주 데이의 제목에 담긴 뜻은? 제주 4·3평화기념관에 제주도 메이데이(May Day in Cheju-do)라는 기록 영상이 있다. 4·3사건 발발 초기 현지 상황, 미군정과 경찰의 토벌 모습을 전하는 유일한 필름이다. 그런데 이것이 좌익세력을 강경 진압하기 위한 명분으로 미군정이 연출한 영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쓰인 메이데이(Mayday, 구조신호)란 단어의 의미를 ‘제주의 날이 오길…(May JEJU Day comes…)’이란 의미로 바꾸고 4·3사건의 진실이 완전히 규명되길 바라는 마음에 메이 제주 데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3년 전 제주 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우연히 4·3사건 생존자들의 그림을 보게 됐다. 그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당시 아이의 기억에서 자라지 않은 것 같은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아직 역사적으로 규명하지 못한 4·3사건의 현재와 닮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내 감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메이 데이 제주란 작품을 만들게 됐다.

 

탈북여성을 다룬 꽃피는 편지란 작품도 소개해달라 지난 2015년에 만난 금과 은이라는 두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한때 꽃제비에 대한 황색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들이 난무했고 탈북민의 탈출 과정도 편협한 시각으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난 그들의 탈출 과정보다 정착 이후의 삶에 주목했다. 두 20대 여성이 고향을 떠나 체제가 완전히 다른 낯선 땅에 정착하며 못다한 각자의 속얘기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꽃피는 편지다. 이들의 정착기를 통해 남한 사회의 똘레랑스 (관용)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할망바다란 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건 무엇인가? 한동안 내가 창작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몰라 방황을 많이 했다. 그러다 우연히 본 TV에서 힘든 가장의 모습으로 그려진 해녀가 내 눈에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일궈내는 멋진 직업인으로 보였다. 극중에서 잘하진 못하지만 본인의 일을 즐긴다는 해녀 할머니의 말씀은 앞으로 꾸려나가야 할 삶과 일을 대하는 자세를 스스로 되돌아보게 했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접목한 다큐멘터리란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한 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바시르와 왈츠를’ 이란 작품을 알게 됐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Animated Documentary)이라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자극을 받았고 그 과정 또한 적성에 잘 맞는다고 느꼈다.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자신만의 메시지는 뭔가? 명과 암이 존재하는 상황적인 역설이 느껴지는데에 흥미를 갖는 편이다.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 속 주제들 또한 그러했다. 고통과 슬픔이 동반되는 상황에서도 희망과 낙관적인 태도로 삶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형식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메이 제주 데이를 제작하다 만난 생존자 한 분의 이야기를 확장하는 장편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존자도 감독인 나도 담지 못한 그림과 이야기에 아쉬움이 남아 조금 더 긴 호흡의 서사로 풀어내고 싶다. 단편이 당시의 피해 상황을 묘사하는 것에 그쳤다면, 장편에서는 사건의 전후 과정과 이로 인해 생존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아 내려고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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