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프리랜서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으며 웹툰 콘티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사막의 방주>를 기획한 의도가 궁금하다 외할아버지의 부고, 그리고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밤에 겨우 한 사람만 지날 수 있는 논두렁길을 눈물을 훔치며 달리시던 부모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작품을 구상했다. 그땐 너무 어려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별에 대한 감정보다 부모님의 슬픈 잔영이 더 짙게 남았는데 어른이 되면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높아졌다. 태어나면 언젠가 맞이하는 죽음은 자연의 섭리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쉽게 입을 뗄 수 없는 소재다. 삶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시간은 천천히 오기도 하지만 준비할 새 없이 빨리 오기도 한다. 사막의 방주는 죽음에 대한 감정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삶의 마지막을 너무 무겁지 않게 아이, 친구, 다른 이와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사막과 방주가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삶을 이어가는 마리와 삶의 마지막을 앞둔 장의사 파라, 삶의 터전인 사막과 장례를 치르는 바다 등 사막의 방주에는 대조되는 상징들이 많다. 사막은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전쟁과 온난화로 환경이 파괴되고 사막화가 진행돼 생명이 살아가기에 척박하다. 이곳에서 생존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이별을 반복하며 삶을 이어간다.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떠날 수 있는 바다와 대조되는 이미지다. 방주는 마지막을 여행한다는 느낌을 담은 관을 표현한 것인데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파라가 타고 가는 배는 유년기부터 성인이 되고 가족을 이루는 과정도 함께한다. 마지막 여행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이별 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떠나간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을 되뇌게 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대상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반려동물일 수도 있다.
![]() |
사막의 방주 |
여러 영화제에서 평단이나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웹툰이나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로가 됐다”는 감상평을 전해 들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인디애니페스트에서는 상영관을 나서는데 어떤 분이 “잘 봤다, 앞으로도 쭉 작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다른 어떤 극찬보다 든든한 말로 다가왔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다음 작품을 빨리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 |
부산국제단편영화제 |
![]() |
서울어린이영화제 |
작품을 끝낸 소감은? 아이가 잠들어야 작업할 수 있었기에 늘 시간이 부족했다. ‘끝낼 수 있을까,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했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다. 다음 발걸음도 내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애니메이션이 자신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TV애니메이션을 보며 ‘내 이야기가 소리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어릴 적 그때 그 마음으로 사막의 방주를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으면 황순원 선생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독 짓는 늙은이가 된 기분이 든다. 매주 새롭게 올라오는 웹툰은 댓글을 보며 연출에 관한 반응을 접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상영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답답하다. 그럼에도 계속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는 걸 보면 애니메이션에서 얻는 즐거움이 그 무엇보다 정말 큰 것 같다. 작화를 끝낸 후 움직임을 확인하고 음악과 효과음이 타이밍에 맞춰 배치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간 쌓인 피로가 확 풀린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 사막의 방주는 삶과 죽음이란 큰 주제의 일부만 보여준 작품이다. 같은 세계관 안에서 시점을 달리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있으며 시놉시스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다음 작품에는 엄마와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