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06년에 애니메이션계에 들어왔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도 좋아해 감사한 마음으로 지금껏 일하고 있다. 기획 PD와 전략기획팀장을 겸하고 있다. 사업 때문에 해외에 자주 나가는데 작품 제작도 챙기느라 쉴 새 없이 바쁘다. 좋아하는 작품을 발견하면 잠을 줄여가며 몰아서 보거나 관련 작품을 찾아보는 덕후 기질이 강하다. 좋아하는 작품은 정말 많은데 아쉽게도 100% 마음에 드는 작품을 아직 찾지 못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꿈이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고교 1학년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충격적일 만큼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대학갈 땐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학과를 전공으로 택했고 그림에 별로 소질이 없다는 걸 스스로 확인한 뒤에야 애니메이션을 포기했다. 그러다 취업을 준비하던 때 우연히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애니메이션사업부에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곳에서 코디네이터, 제작 관리 같은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은 끝에 PD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참여작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구름빵과 반짝반짝 달님이이다. 구름빵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호평 받아 국제에미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직접 미국 뉴욕에 가서 노미네이트 메달을 받은 게 어제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다. 반짝반짝 달님이는 유명 완구 브랜드 달님이를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기 위해 세계관, 캐릭터, 디자인, 음악, 애니메이션 스타일 등 모든 요소를 새로 창작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4년 만에 완성했던 게 생각난다. 2021년에 시즌1 26편을 어렵게 론칭했는데 지금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500만 명에 달하고 하루에 최고 4,000만 회의 조회 수를 찍는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했으니 감개무량하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구름빵이나 달님이처럼 만든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퀄리티를 자랑한 애니메이션이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해 명맥이 끊어질 때는 정말 아쉽다. 특히 구름빵이 그런 케이스여서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였고 아직도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남았는데 사업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시즌3 이후 제작이 중단 돼 그저 안타깝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동력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작진이 모여 그 아이디어를 확대 발전시켜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해 내는 창작의 과정은 인간의 영혼이 최고로 빛을 발하는 숭고하고 장엄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 참여해 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높이는 데에서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끼기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보다 폭 넓은 시청자를 위해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고, 그러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가 가득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장르를 말하라면 역사물과 판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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